커튼콜

20122188 배*국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알리듯이 햇살이 점점 따뜻해진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다. 햇살을 만끽하면서 홀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부터 부산스럽게 동아리를 홍보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뭉쳐서 즐거이 떠들고 있는 사람들, 특히 CC임을 과시하고 싶은지 서로 밀착한 체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저들 중 일부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겠지. 혹은 그게 아니라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차있겠지. 하지만 나에게 저런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다. 나에겐 그런 거 다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래가 없다. 
 “심히 말씀 드리기 유감스럽지만…… 현대의학으론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의사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다. 병원에서 소개해준 호스피스 상담사도 만나 보았지만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세상은 회색 빛이었다. 어제도 상담사를 만나보았지만 무의미한 대화만 반복하였을 뿐이었다. 
“그러면 오늘도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아니요. 오늘도 별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해요. 윤호군.”
그 말이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도우려 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어차피 몇 달 뒤면 다시는 안볼 건데. 난 죽으니깐.
“저도 젊은 사람은 상담해 본적이 없······. 아! 죄송해요.”
그래······. 나 같이 불행한 놈이 둘이나 있을까? 이름조차 들어 본적 없는 이 병은 나에게 그저 반년의 시간을 줄뿐이었다. 
“그래도 저는 윤호군이 취미라도 있으면 조금이라도 심적인 부담이 줄을 테니 집중할 거리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예 알겠습니다.”
걱정해주는 건 알겠지만 죽을 날을 헤아리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상담실 문을 나왔다.
지금의 답답함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기요.”
누군가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고개조차 돌리기 귀찮아서 곁눈질로 나에게 말을 건 상대를 보았다. 귀엽게 생긴 단발머리 여자애였다. 누굴까? 처음 보는 사람인데.
“저기요. 혹시 동아리 들은 데라도 있으세요?”
그렇구나.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는 사람이었구나. 동아리 따위 1학년 때부터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의 나에겐 더더욱 무가치한 행동일 뿐이다. 귀찮게 시리······.
“예.”
“그럼 어디 들으셨어요?”
건조한 말투로 간접적으로 싫다고 말했는데 이 여자 참 사람 귀찮게 하네. 그래 아무 동아리 이름이나 말하자.
“연극부요”
“어! 연극부셨어요? 그런데 처음 보는데요”
이런 젠장. 우리학교에 있는 그 수많은 동아리들 중 하필이면 거기냐. 어떻게 하지. 
“아 그러니깐······.”
당혹감에 어떻게 말을 못 있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뭔가가 떠오른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아! 혹시 영재오빠께서 말씀하신 모임에도 안 나왔던 유령선배군요.”
이 여자,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여자는 나의 팔을 갑자기 잡아채 끌어당기며 말했다.
“영재오빠께서 선배를 보시면 강제라도 끌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마치 군인을 연기하듯이 말하더니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야. 잠깐······.”
 
 벽과 천장에 금이 간 낡은 방안. 방안에 배치된 낡고 닳은 소파들과 마치 살림을 차려놓은 것 마냥 여기저기에 식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나를 끌고 온 여자와 여자가 언급했던 영재오빠라고 생각되는 남자가 나를 쳐다보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이야. 혜미야 드디어 신입을 데려 왔구나. 솔직히 기대는 안 했는데 잘했쓰!”
“에? 하지만 저 사람은 이미 여기 부원이라고 하던데요?”
“너 지난번 모임 때 우리부원들 다 보지 않았어?”
“하지만 그때 안 왔던 분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분명 보면 데려오라고······.”
“아 그 녀석, 알고 보니 이미 자퇴했더라고.”
순간 방안이 썰렁해졌다. 
“그럼 저분은?”
“당연히 신입부원이지 뭐. 잘 왔어! 우리 제암극회에 말이야.”
이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분명히 내가 여기 신입부원으로 온 것이 아니란 걸 알 텐데······. 그런 생각이 무심코 얼굴에 드러났는지 그 영재오빠라는 인간이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이야~. 그렇게 대놓고 싫은 표정 짓지 말라고. 기왕 온 것도 나름대로 인연인데 대본이라도 읽고 가지 그래.”
하면서 나에게 두툼한 종이 뭉치를 건네주었다.
“대본이라뇨?”
“이번에 우리 동아리가 연극을 하려고 해. 그 연극 대본이야.”
웃는 얼굴에 거절하기가 뭐해서 어쩔 수 없이 종이뭉치를 들척거리는 시늉을 했다.
건성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눈에 띄는 단어가 보였다. 시한부 인생, 등장인물 페이지에 적혀있었다. 도저히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 몇 페이지에는 나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뒤에 누군가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나에겐 눈앞에 있는 이야기만 보일 뿐이었다. 
“어때 한번 해볼 생각 없어?”
“네?”
“누구나 여기 올 때 연기를 잘 모르고 오고 니가 원하면 주연도 맡을 수 있어. 나도 여기 처음 와서 바로 주연을 맡았으니깐.”
“예?”
“그래 말 나온 김에 주연 해볼래?”
“아······. 어······.”
“왜? 스토리 싫었어? 주연 싫어? 딴 거 줄까?”
“아······. 아니······.”
“좋아! 주연! 간다! 가는 거야!”

그리하여 엉겁결에 연극부에 들어가게 된 나였다. 게다가 주연은 나였다. 황당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보다는 나를 신경 써주던 상담사의 말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그래 한번쯤 말을 들어드리는 것도 괜찮겠지. 
뭐 연극을 배우는 것은 그리 싫지 않았다. 시작하면서 먼저 나는 발성부터 배우기 시작했었다. 관객에게 목소리를 들리게 하기 위해서 하는 발성은 평소와는 호흡자체가 달랐다. 비록 호흡을 모아서 한번에 내뱉는 한 호흡은 머리가 울리고 폐가 쳐지는 느낌을 주지만 참을 수는 있었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서 연습하는 동안은 다른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본을 읽지 않았던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 이런 내용이었으면 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렸던 것 자체는 맞았다. 그러나 그는 나와 달랐다. 
이 연극에서 그는 나처럼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바보였다. 병신이었다. 현실을 인지할 줄 모르는 머저리다. 허울 좋은 소리에 넘어가서 마치 아무리 봐도 무가치한 자신의 여생이 가치 있는 것처럼 착각 하고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그는 매일 절망과 비관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소녀를 만나 얘기를 하면서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일인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동화를 완성시키고 소녀에게 넘겨주곤 죽는다. 
보고 나서 나는 생각했다. 미친놈. 이 녀석은 나와 달랐다. 혜미가 처음 나를 봤을 때 착각 했듯이 나 또한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아니다. 애초에 죽음 앞에 담담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놈은 필시 사람이 아니라 성인이나 부처일 것이다. 픽션이니 가능하지, 아니 픽션이라도 불가능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다. 이 대본을 쓴 녀석을 한대 날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싫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 나는 좋아한다. 감정을 넣어서 대사를 말할 때 마다 즐거운 것 같았다. 이 배역이 아니었으면 훨씬 더 연기를 즐기게 되었을 것이다. 아니, 이 병만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자주 들었다. 정말로 세상이 싫었다. 그래도 연기를 하는 동안 이마저도 잊을 수가 있었다. 
 
 연극 공연 1주일이 남았었다. 마지막으로 감정을 넣어서 직접 움직이는 블록킹을 하는 도중에 기획담당 선배가 문득 말했다.
“야 근데 문득 생각해보는데 각본 이거 좀 이상하지 않냐?”
“예?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기획 담당 선배가 대본을 펼치더니 말했다. 
“이게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렸잖아.”
“네. 그게 메인 스토리잖아요.”
“불치병에 걸렸는데 저렇게 말 몇 마디 가지고 사람이 바뀌고 긍정적이게 되는 게 말이 되냐?”
“근데요”
“뭔 소리인지 이해 못했냐? 어차피 뒤질 애가 뭐 하러 동화나 쓰고 있냐. 이거 그냥 삽질 아냐?” 
기획 담당 선배의 말에 나는 뭔가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말했다. 
“아니 그렇게 아니꼬우시면 기획할 때 뭐라고 이의를 제기 하셨어야죠.”
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래. 뭐 이제 와서 어쩌라고, 그리고 어차피 픽션이잖아..”
“뭐 니 말대로 좀 맞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고. 그리고 야 넌 어떻게 꿈도 희망도 없냐? 원래 이런 연극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기 위한 거 아냐. 하하”
사람들은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이야기들은······.
내가 했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래 이제 와서 알았냐, 라고 머리론 생각하고 있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순간 불편해 졌다.
“자자. 그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우리도 다시 연극연습 시작하자”
“하하, 그래요. 꿈과 희망”
“9장부터 다시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저들에겐 이건 다른 세상 이야기니깐. 그냥 픽션이니깐.
“윤호야 뭐해? 시작해!”
누군가 이야기 했으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야 너 괜찮아?”
그렇지 저들에겐 미래가 있으니깐. 이 모든 행동들에도 의미가 있는 거겠지.
“윤호 오빠. 뭐해요?”
그런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건가? 미래도 없는 내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저들 말대로······.
“야. 지윤호! 정신 안 차려!”
삽질이 아닌가?
더 이상 이 장소에서 저 사람들과 함께 서 있기가 힘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붙잡고 흔들었다. 
“얘 괜찮니? 어디 아파?”
그리고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 뛰쳐 나왔다.
“윤호야!!”
“야 쟤 어디 가는 거야?!”
웅성웅성. 
사람들이 뒤에서 나를 불렀다. 하지만 저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벌써 7일째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방안에 있는 것이. 연극연습은 물론이고 학교도 안 갔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우울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난 죽을 것인데······.
 냉장고 안을 보니 먹을 것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슈퍼로 가는 도중 길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어 윤호군. 오랜만이에요. “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연극에 빠져서 안본지도 꽤 된 것 같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선생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갑자기 상담소에 오지 않아서 걱정 많이 했었어요. 저기 조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내가 커피라도 살 테니깐 잠깐 얘기나 할까요?”
뭐라 할 기운도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끌려갔다. 
 
 “그 동안 소식이 없어서 걱정 많이 했어요.”
선생님의 걱정 어린 말에 오랫동안 열지 않은 건조한 입을 열어서 연극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연극부에 들어가게 되고 연극을 배우게 된 이야기를 했다. 나름대로 잠시지만 즐겼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드렸다. 그 덕분에 상담 가는 것 마저 잊어버렸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말이죠 선생님. 참으로 우습게도 저희가 하는 연극에도 불치병 환자가 나와요. 그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남은 삶을 최선을 다해서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바보 같게도 말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내가 하려는 말이 잘 전달이 안된 것 일까? 당연한 말에 선생님은 이유를 물어왔다. 
“어차피 죽을 건데 뭐 하러 그런 고생을 하는 거죠? 게다가······,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갔다 구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 때처럼 나도 모르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무의미 하다 구요! 제게는 말이죠.”
“윤호군은 연극이 즐겁지 않았나요?”
“······즐거웠죠.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게 아닌 가요.”
“그러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닌가요?”
뭐? 그걸로 된 것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가볍게 말씀 하실 분은 아닌데. 내가 잠시 멍해져 있을 때 선생님께서 말씀을 계속하셨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인생이 있어요. 그리고 그 중 다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하고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도 찾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를 못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어쩌라는 것일까? 삶의 의미를 찾아도 곧 죽을 텐데.
“제가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비유를 하나 해볼게요. 저한테 촛불이 하나 있고, 윤호군에게도 촛불이 하나 있어요. 제 초가 윤호군 초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주제넘은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윤호군의 촛불은 제 촛불만큼이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빛을 꺼지기도 전부터 윤호군의 손으로 가리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선생님의 말이 나의 마음속을 찌르고 들어왔다.
“저는 촛불이 빛나는 의미를 잘 모르지만 밝게 빛나는 촛불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촛불이 빛나는 의미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자마자 나는 커피숍을 나오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5월 17일 연극 당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할 겨를 없이 나는 학교를 향해 다급하게 달렸다. 
 리허설을 한창 하고 있는듯한 연극 무대로 뛰어 들었다. 나를 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나를 보며 알은 체를 하는 사람도 이었지만 대부분은 나를 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뛰어오느라 세차게 뛰는 심장과 호흡을 달래는 와중 기획 담당 선배님께서 소리를 지르셨다.
“야 이 미친놈아!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들어와!”
아직까지 호흡이 진정되지 않았고 조금 어지러웠지만 나는 고개를 숙이고 부탁했다. 
“제발······,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제발 제가 연극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너 염치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다시 기획 담당 선배님께서 나를 윽박지르셨다. 
“안 온 것은 일단 사정이 있다 쳐도 그 동안 연습 빼먹은 것은 어떻게 할 꺼야?”
지극히 당연한 말이 나를 옥죄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 설수가 없었다. 이젠 알게 되었으니깐. 나는 살아 있으니깐. 아직 빛나고 있으니깐. 내 촛불은 꺼지지 않았으니깐.
“제발 부탁입니다. 꼭 이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두 번 다시 없을 마지막 기회입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나는 외쳤다. 그렇다.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깐. 이 연극의 주인공처럼 마지막 순간이니깐. 
“윤호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야. 뭔 일이 있던 간에 너를 시켜 줄 순 없어. 이미 너 대신할 사람을 급하게 나마 구했으니깐.”
다시 한번 거절의 말이 나왔다. 
“저기요. 그래도 오늘 공연 중 한번 정도는 윤호 오빠께 맡겨도 괜찮지 않나요?”
“그래 연극 한 회 버리는 셈 치고 한번 시켜주자. 저렇게 까지 고개 숙이고 말하는데······. 사람이 인정이 있지 말이야.”
“그래 오늘 마지막 공연정도 라면 괜찮지 않을까?”
조금씩 여론이 나에게 동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기획담당 선배님도 승낙을 해주셨다.
“······어쩔 수 없지. 단 한번이라면 시켜주지. 제기랄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못하면 알아서 해.”
그래 나에게 두 번은 없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을 알리는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드디어 막이 올랐다. 조명이 나를 비춘다. 저 너머 관객석의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나를 보고 있다. 
“무얼까. 산다는 건. 나는 지금 왜 이 세상에 있는 것일까? 미래를 잃어 버린 채 이렇게 사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두렵고 괴롭다. 난 곧······.”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나는 대사를······, 아니 나의 마음속의 말을 외쳤다. 연극 시작전의 긴장의 떨림이 멈추었다. 혜미가 등장하며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난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를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살아 있었다. 나의 촛불은 빛나고 있었다.
“너는 책을 읽을 때 끝까지 읽니? 나는······, 끝까지 읽기가 싫어. 끝까지 읽으면 그 순간 이야기가 끝나잖아.”
떨림이 멈춘 반면 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마치 불꽃을 태우듯이 말이다. 
그 착각 때문에 나는 내 초가 짧다는 것만 보고 촛불을 가리는듯한 행동을 했다. 아직 죽지 않았는데 죽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아니 죽으려 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그전에 나는 이미 죽어 있었어. 하지만 이 동화가 나에게 다시 한번 생명을 주었어.”
그러나 분명 내 촛불은 내가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빛나고 있었다. 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불빛 때문에 나도 모르는 내 생명의 의지로 인하여 나는 분명 연극의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빛나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 대사를 읇고 나는 급격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것은 단지 연극이 끝났기 때문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막이 내려오며 나는 시야가 흐려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 무릎이 꺾이며 나는 커튼과 함께 무대위로 쓰러졌다.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가지는 분명했다. 
그렇다 난 아직 살아있다. 빛나고 있다. 그 누구보다 환하게, 지금 이순간 이 초에. 나는 분명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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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떻게 보면 제 처녀작입니다.

 대여점에 자주 같이 가던 친구가 학교 과제로 소설을 써가는데 저랑 달리 이놈은 양판, 최근에는 그나마도 안읽고 무협지 말고는 귀찮다고 안읽었던 탓인지 일주일간 끙끙대면서 암것도 못하더군요. 보다못해서 옆에서 같이 밤새면서 구상 2시간, 집필6시간, 검토 2분(그나마도 안한다고 하는걸 제가 맞춤법 교정만 대강 돌렸습니다. 그나저나 워드 맞춤법, 문법교정기는 좀 문제가 많더군요)많에 날림으로 쓴 글입니다. 저 배모씨가(혹시라도 그녀석네 교수님이 배낀거 소리 하실까봐서 이름을 놔둡니다) 제가 알려준 장소에서 뼉다구를 주워와서, 제가 조립하고, 제가 살을 붙이고, 그놈이 좀 다듬고 해서 완성한 작품입니다(타자는 그놈이 치고). 이거 쓰고나서 양판소(대여점소설)들을 보면서 저정도는 나도 쓰겠다 그랬는데, 글을 쓴다는것 자체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다시는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쓰고싶다는 생각도 드는터라서 고칠점을 듣고 싶습니다.(그놈은 교수님께 듣겠지만, 전 재수생이라서요.ㅎㅎ)그런 이유로 한번 올려봅니다.
그나저나 a4 7장에 200자 원고지 50장 분량인데.... 짧네요. 이거에 8시간이나 걸렸다니 ㅡㅡ

소재에 관해서는 제가 농담으로 게임 이야기를 했더니 그걸 따라간겁니다ㅡㅡ.(위에 나오는 극중극 내용이지요.) 무리수라 그랬는데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개인적으로는 시한부선고 받은 사람 아니면 이런 이야길 써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병명 뭘로 정할까"
"근시일 내로 죽고, 활동에 무리가 없어야 하는데"
검색하니까 없더군요.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한의사시거든요
"엄마, 걸리면 근 시일내로 죽는데 활동을 할수 있는 병 없어요?"
"아니, 죽을 병 걸리면 입원해야지 뭔소리니?"
"어, 그럼 불치병인데 일상생활 하는건?"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되는데?"
사정을 설명 드리고
"그럼 젊은 사람이 호스피스 상담 받을 만한 거 없어요?"
"없어"

라더군요.

드라마, 영화 다 구라였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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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자는 시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에

생각하는 것을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