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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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강승엽
무소유는 법정스님의 인생 가치관일 뿐 남들에게 행하기를 추천하고 지향하지는 않는다.
무소유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무소유’를 읽으면서 혹은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대해 어디서 주워듣고 무소유를 어떻게 하냐는 불평불만과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법정스님께서 지으신 ‘무소유’라는 에세이에는 무소유를 지향하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책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운 것들, 보고 배운 것들을 법정스님의 인생에 녹여 쓴 책이다.
지루하고 어려울 줄 알았던 책이 쉽게 느껴졌고 크고 높고 저 멀리만 있을 것만 같았던 법정스님이 한 인간으로서 느껴졌다.
누구나 그렇지만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속상하고 아깝기도 하지만 관리를 소홀하게 한 나 자신에게 부터 화가 나 그 감정을 주체 할 수가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법정스님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다스렸을까?
본래무일물 : 본래 한 물건도 없다.
'그 물건과 나의 인연이 다하게 되면 떠난다'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얼마 전, 수학여행을 갔다 온 후 은행에서 환전을 한 뒤 버스를 탔는데 그만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렸다.
그 지갑은 내 것도 아니고 아버지 지갑이었는데 그때 돈도 5만원 이상이 들어있었고 남의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본래무일물을 내 마음 속에서 중얼거린다.
내 잘못이 아니다..나와 아버지와 이 지갑의 인연은 여기까지다..라고 분을 삯힌다.
자기합리화라고 볼 수 있지만 나는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이것도 자기합리화라고 할 수도 있다.)
헤어지고 만나는 것..물론 지갑은 그 가치에 맞는 돈을 지불하고 내 소유가 된 거지만 별 수 있으랴?
이미 내 손에서 떠나간 것이고 그 지갑은 다른 사람에게 뜻 밖의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버스를 타서 좌석에 앉으려고 보니 5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웠다.
양심의 기로 앞에 설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가책을 느낄 필요는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
찾아 줄 수 있는 신분증 같은 것도 없었지만 훔친 것도 아니니까..
사람들이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칭한다.
나도 이때까지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까?
천고마비의 계절이라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면 오히려 독서하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바람이 선선하게 불며 하늘은 높은 이 좋은 계절에 틀어박혀 독서를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계절이지 않을까?
이렇듯 무언가에 고정관념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고정관념을 가져 우리 자신을 위축하게 만든다.
여자들은 결혼 후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봐야하고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면 나쁜 여자로 보고 남자들은 묵묵해야 한다 등등 이런 고정관념들이 우리 인생의 낙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해보고 싶으면 해보는게 정답이지 않을까? 사람 사는 것이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지 틀에 박혀 고인 물처럼 썪어 가는 건 아니니까..앞으로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저하고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말이네요 무소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