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면담

어쨌던 그렇게 사직서를 낸 다음날 예상 했던 것과 같이 기획.개발 부문장인 박철영 이사가 나를 호출했다.

'똑똑..'

"들어오게.." 긴장한 탓인지 몰라도 소리가 다소 울려 퍼지는 뜻한 느낌이 든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는가 싶더니 박 이사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김과장, 대체 왜 사직서를 낸 건가?"

이런 순간에는 두루뭉실한 대답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KBS 아나운서 마냥 의식적으로 또렸한 발음을 생각하면서..
나는 입을 떼기 시작했다.

"박 이사님, 저번 술자리에서도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이제는 저도 한계입니다"

"그래? 지금 회사가 심각한 시기인 것 잘 알지 않나. 자네가 맡고 있는 PB2 프로젝트도 이제 시제품 단계에 들어갔는데 말이야. 잘 알겠지만 회사나 주위에서 PB2에 기대가 정말 크다네.."

아마도 생각했던 예상 답안과 그 차이가 크지 않았기에 나는 단박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이사님, 요즘 제가 PB2 프로젝트를 맡은 것에 대해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NuPad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원안과 달리 매일 매일 뒤집어 지는 기획들 덕분에 일 할 의욕도 많이 사라졌구요..."

"어허 알만한 사람이 왜그래? 자네도 벌써 근무한지 5년이 넘었지.. 확실히 기획팀의 중심인데 너무 자네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아쉽긴 하네.."

"이사님.. 죄송합니다만 이번 문제는 오래 끌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솔직히 좀 쉬고 싶습니다."

"음.."

박 이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뭐 이번 사직서가 나만의 일은 아니었다.

이미 회사의 분위기가 전성기 때와 차이가 나면서 또한 잦은 삽질을 하면서 한 때 굳건한 팀웍을 자랑하던 아이로버도 모래처럼 흩어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라 2~3년 부터 시작된 대세라면 대세라고나 할까..

"일단 알겠네... 근데 회사를 나가면 무엇을 할 건가? 어디 스카웃 제의라도 받은 건가?"

"아닙니다. 전에 부터 생각해 놓은 일이 있는데 좀 쉰 후에 사업을 시작해 볼려고 합니다.."

"어떤 쪽이지?"

CALL-151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오픈하기는 어려웠고 그렇다고 그냥 어물쩡 거릴 수도 없었다.

"이사님, 컴퓨터 하드웨어 창업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로보와는 전혀 상관 없는 분야로 선택할 예정입니다." 지금의 회사와 전혀 상관 없는 분야라는 점을 확실히 강조한 후 숨을 한 숨 돌렸다.

"허허.. 자네 벌써 마음을 정한 것 같군. 어쨌던 위선에서 상의를 해본 후 최종 통보를 해주겠네..."

"참 업무 인수 인계는 문제가 없겠지?" .

이 부분 빠질 수가 없는 질문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분명 한 구성이 나가면 또 다른 구성원을 준비하여 비교적 잛은 시간 내에 효율 적으로 업무 인수 인계를 해야하니까 말이다.

이미 준비해 둔 내용이 있던터라 나는 실시간으로 바로 대답을 시작했다.

"물론 입니다. 이미 제가 포함된 프로젝트 관련 업무 인수 인계 메뉴얼을 만들어 곧 최요훈 대리한테 전달할 예정입니다. 메뉴얼에 없는 부분 2주 정도 최대리에게 교육시키면 큰 문제 없이 인수 인계가 끝날 것 같구요.."

"알았네. 일단 내일 오전까지 대기하게나 전화나 메일 상으로 최종 통고를 해주겠나. 가능하면 lfhckf 회사에 남아 있는게 좋겠지만 기존에 들어본 이야기도 있고 하니  빨리 결정을 해주지." 라고 하면서 박 이사는 이번 면담의 마무리를 지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이사 방을 나오자 가슴에 알듯모를듯한 알싸한 느낌이 밀려오고 시작했다.
'아,  나도 진짜로 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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