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리얼포스를 쓰다보니 금방 더러워져서.. 얼룩덜룩한게 물로는 잘 지워지지도

않더군요. 이번에 모샵에서 구매한 키보드 전용 세척세트(?)를 가지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세척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품을 발라서 슥슥 닦아내니 30년묵은 보이차 색깔이 우러나오듯 땟국물이 줄줄

나오는걸 보고 일단은 좋아라 했죠. (냄새는 지독하고.. 사실 원래 우중충한 리얼

포스라서 아이스키에 비하면 영~ 이지만 말이죠)

그런데 신나게 닦고 난 뒤에 부팅을 해 보니 숫자 3 번 키가 먹히질 않는겁니다.

재부팅을 해보니 이번엔 누르지도 않았는데 3 번만 계속 눌리고 있기도 하고.. ㅡㅡ;

제가 키보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청소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살떨

려서 키보드를 잘 분해하지 않는 편인데.. 특히 리얼포스는 구조상 가능하면 안

건드리려고 노력하는 터라서 참 난감했습니다. 캡 사이를 살짝 보니 분명히 세정액이

캡 안쪽에 묻어서 그런것 같더군요. 결국 사장님이 나간 틈을 타서 과장님과 함께

염치불구하고 키보드를 뜯었습니다.

껍데기 벗겨서 닦는걸로는 역시 3 번이 돌아오질 않더군요. 결국 방법은 뒷면의

저 수많은 나사를 제거하고 기판을 뜯어내서 청소하는 방법 뿐.. ㅡㅡ; 무접점

방식은 처음 뜯어보는거라 너무 떨렸는데 역시 나사 제거후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잘못 열었다간 그 가녀리고 섬세한 스프링이 사방으로 튀겠더군요. ^^;

과장 좀 해서 그 머리카락만한 섬세한 스프링과 생고무(?)를 약 10분간 감상한

후에 조심스럽게 3 번 주위에 묻은 세정제를 닦아내고 다시 조립을 했습니다.

역시 3 번이 잘 찍히니 살떨린 보람은 있군요. ^^;

다음부터는 세정액을 조금씩만 뿌려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