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클릭 스위치의 10여년 전 키감을 못잊어하는 조준기입니다.

저희 집 키보드들의 구성이 체리 몇 대를 제외하고는 점점 평균연령이
올라가는 상황을 맞아 간단히라도 이제까지의 느낌을 어디엔가 적고
싶었습니다. 저보다 고수이신 분들께서는 저의 내공의 일천함을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1. 일단 모델 엠 한 대는 구해라

   빈티지들 중 가장 제 맘에 부담이 없었던 물건입니다. 실제로 87년산
   1390131이 집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고, 88년산 1391401이 둘째 아들
   컴에 물려서 그야말로 놀고 있습니다.
   신품을 구한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십몇년 된 중고를 구한거라서 사용
   하는데 부담이 없었지만 이녀석이 대단한 것은 웬만해서는 고장이 나지
   않는 내구성과, 선탠이 절대 먹지 않는 하우징 때문입니다.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큰 형님같은 존재이니 취향이 맞으신다면 한 대
   구해 놓으시면 언제든 그 있는듯 없는듯 믿음직스러운 존재감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1391401의 연도별 키감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만, 가능하다면
   1390131 80년대산이나 1390120을 구하시는게 시행착오가 적으실 것 같습
   니다. 1390120은 (다른 글 읽어보시면 나오지만) 인기가 좀 낮은 관계로
   구하시기가 비교적 수월하실 겁니다. 키감은 제가 느껴본 바에 따르면
   1390131과 같습니다.

   우주지킴이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높은데, 그것은 제 판단입니다만 하우징
   이 일반 모델엠보다 작기 때문에 공진소리가 작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일반 모델엠보다 우주지킴이쪽이 키감이 정갈합니다.
   잡소리가 적지요.

   저는 1390131은 평생 소장하려고 합니다.

   키감에 문제가 있다고요? 스위치 하나가 말썽이라구요? 대부분의 경우 키캡
   (2중키캡의 경우 안쪽의 키캡)을 뽑았다가 다시 꽂아주면 해결됩니다.

2. 알프스? 사무실에서 쓸거라고?

   이런 경우는 저렴한 장비를 구해야 하는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민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선탠 잘 먹어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확장2를 추천합니다. 저도 실제 사무
   실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키감은 익히 아는 알프스 키감에... 댐퍼때문
   에 소음이 거의 억제됩니다. 단, 그 댐퍼대문에 도마위에서 식칼로 오이를
   자르는듯한 도각도각하는 느낌은 반감됩니다. 그래도 기계식 스위치임에는
   분명하고, 회사에서 작업하다 보면 편안함을 분명히 느낍니다.

   마티아스 택타일 프로를 1주일 정도 사용했던 적이 있었는데, 쫓겨날 뻔
   했습니다. 소음 적은 키보드는 요즘 사무실의 트렌드이죠.이 상황이라면
   넌클릭밖에는 대안이 없고, 가장 저렴한 대안은 확장2입니다.

   스탠다드1이나 확장1 등 훨씬 좋은 장비는 왜 이야기 안 하냐고 물으신다면,
   아까와서 사무실에 못 들고 갑니다. 사실 빌려서 써 본 적은 있지만 제가
   소장하고 있지 않고요...

   (그래요 형님, 확장1 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보물은 사무실에 못 들고 갑니다.

3. 알프스가 좋은데 돈나무는 말라붙었고

   늙은 델 알프스 핑크가 환상의 명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사실 환상의 명기가
   맞습니다. 그나마 저렴한 대안을 말씀드리자면 키보드 매니아의 몇몇 회원분들
   께서 자신있게 추천하시는 물건이 있습니다. 왕 키보드(wang 724)입니다.
   알프스 오렌지/핑크/검정 스위치를 쓴 물건이 있다고 합니다만,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키감 차이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하우징 내부의 공간이 거의 없는,
   마치 체리 스위치를 사용하는 키보드 세계의 와이즈 키보드와도 같은 하우징
   때문에 잡소리가 별로 없어서 훌륭한 키감을 자랑합니다.

   한가지 더, 왕 키보드는 스위치 적출용으로도 좋다고 합니다. 일반 101/106키보드
   보다 키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비상시 사용할 여분이 키보드 하나만 분해해도
   나온답니다.

4. NMB키보드의 키감도 정말 좋아요. 다만...

   정갈한 모델 엠이라는 그래요 형님의 말씀 120% 동감합니다. 제가 구한 녀석도
   상당히 좋은 키감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기계적인 완성도가 체리나 알프스
   보다는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였습니다.

   손재주가 출중하다는 자신감이 없으시다면 절대로 키캡 뽑지 마세요. 스위치 상부
   하우징이 같이 뽑이는 사태가 발생하기 쉬운데, 그 와종에 스위치 접점이 휘어지
   기 쉽습니다. 여럿 피 봤다고 합니다.

   만약에 위의 사태가 발생했다면? 손재주 믿고 접점을 펴 주셔야죠. 제 경우는
   비즈공예용 소형 롱노우즈와 바늘을 사용해서 미세수술(?)을 해 줍니다. 비즈공예용
   롱노우즈는 일반 롱노우즈와는 다르게 잡아주는 부분이 원통형이라서 잡아만 줄 뿐
   잡힌 재료에는 접힌 자국이 안 납니다.

   NMB의 경우 접점부분이 좌우가 틀립니다. 좌측은 통 접점이고 우측은 세가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우측 세가닥이 키캡 잘못 뽑으면 여봐란듯이 잘 휘더군요.
   이거 바늘로 조정해 줘야 합니다.

   클릭소리는 이상이 없는것 같은데 이상하게 걸리는 듯한 느낌이 날 경우가 있는데
   스프링이 제자리를 살짝 벗어난 겁니다. 조심스럽게 키캡만(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뽑아낸 후 스위치 상부 하우징의 틈으로 바늘을 넣어서 약간 어긋난 스프링을 되돌
   려 줍니다. 그러면 해결됩니다.

(계속 보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