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찬바람을 뚫고 출근했는데, 저녁부터 눈 온단다.

해가 떨어지자 마자, 아니나 다를까 ...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펑펑.....

 

소장님이 조용히 빗자루를 쥐어주신다[...]

 

쓸면 또오고, 쓸면 또오고, 얼어서 차도 미끄러지고 ...나도 미끄러지고....

 

아, 이래서 군대 갔다온 친구 놈들이 눈 얘기를 싫어했구나.......

 

그러나, 새벽 2시에 제설작업 포기하고 귀가 [....]

 

그래도 눈은 계속 오더라....

 

 

2011년 12월 24일

 

어제 눈이 온 관계로 하늘이 보이는 곳 밑은 다 눈이다.

빗자루, 눈삽. 심지어 대형합판까지 동원했다.

 

다행히 오전11시 이전에 작업 끗... 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_=.... 

 

휴일 전초전이 시작됐다.

 

어제 못들어온 차량들이 밀려든다.

그러게 선물이나 음식은 미리미리 준비.... 아 케익은 준비 안했겠군..... 아이들 선물도....

오늘이 바빠야 내일이 한가할텐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2011 년 12월 25일

 

아침부터 근무다. 매장방송에는 캐롤만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귀에는 안들린다. 영어노래따위 알게뭐야 [.....]

 

연말에, 크리스마스에, 일요일이다.

 

오늘은 전쟁이다=_=...... [ 매주 전쟁이지만 ]

 

12시 부터 사람들이 밀려든다. 12시에 600대, 13시에 900대, 14시에 1020대...

잘못 봤나... 다시 제어기를 살핀다.... 그러나 현실이다....

..... 그만좀 들어와라 토나온다....

 

계기판에는 이미 들어와 있는 차량이 1600 대에 육박한다....

더 들어올 자리도 없다....

 

이젠 들어오는 차와 나가는 차의 꼬리가 붙어버렸다. 뫼비우스의 띠 처럼 [...]

 

경찰에 외부정리좀 해달라고 전화했더니

" 거긴 상습정체 구간이라 안나가요. 어쩔수 없어요 " 

.... 여기 나와서 욕먹기 싫다는 얘기로 밖엔 안들린다.....

 

결국 3시부터 현장투입..

사무실 전화가 불이 난다.

 

지나가던 차의 유리가 내려간다.

 

"한시간이 지났는 데도 주차장에서 못나가고 있어요"

 

'미안하다. 세시간째 나와있다' [.....]

 

뒤에 앉아있는,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할뿐......

 

 

사무실에 전화선 뽑아놓고 - 어차피 전화오는 건 욕으로 시작, 전화 받아 무엇하리....

근무 서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며 - 이런건 이제 익숙.... 한 대 안맞으면 다행이지.

* 간혹 고객에게 욕설듣고 멱살 잡히며 맞는 경우가 있음*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욕먹으며 하루가 끝났다. 멱살은 안잡혔으니 오늘은 세이프.

 아, 내일도 출근이네, 잠이나 자야지...

 

- 어느 마트의 잡부 기록 중.... 일부 -

 

 

KBDMANIA 회원님들은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욕을 너무 많이 먹어 배부르게 크리스마스를 났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케이크도 못먹었지요.... 그냥 눈물만 납니다 [....]

 

2011년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시간당 1000 대 의 차량러쉬

고함, 욕설, 삿대질의 향연. 뽑아놓은 전화선, 올해도 솔로 크리스마스....라는 것 밖에 안남았네요.

이로서 사회인이 된 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기는 올해도 실패했습니다.

 

써 놓고 보니, 참 우울한 인생이네요 [....]

 

저도 주말엔 쇼핑이나 하면서 보내고 싶어요~ 영화도 보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싶고~ 

.....아. 애인 님이 없군요. 솔로는 닥치고 일이나 하겠습니다[....]

 

덧. 가족분들이 즐거운 휴일에 마트에 나오는 모습이 나쁘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제 눈에는 그저 ' 한 가족 = 차량 한대 = 쇼핑카트 한대' 라는 계산만 하게 되거든요 =ㅁ=;;

 

*일기 형식을 빌려서 신세한탄[...] 을 했습니다;;; 

  글의 내용은 전부 사실입니다. 과장된 표현은 전혀 없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그 모습을 보는가' 의 차이 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글 중에 불편한 표현이 있다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