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원이 방문해서 키보드를 수거해갔습니다.

 

편리한 점이 많아서 평소에도 늘 우체국택배를 사용하는 편이긴 한데

오늘 따라 집배원이 제게 사인을 하나 해달라고 하더군요.

 

뭔가 봤더니 포장이 미흡해서 파손된 것에 대해서는 자기네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평소에 택배 거래 하면서 파손사건이 없다보니 무관심했던 부분인데 갑자기 좀 찜찜하네요.

 

"아저씨, 포장이 미흡하다는 기준이 뭔가요?" 제가 물었습니다.

"에어캡으로 포장하지 않은 걸 말합니다." 집배원이 답했습니다.

 

"뽁뽁이를 사용해놓긴 했습니다만, 물건들을 어떻게들 다루길래 그래요 택배사에서는? 던집니까 요즘도?"

"던지진 않습니다만 무거운 물건들을 쌓아놓는데, 그 밑에 깔려 있을 때 포장이 미흡하면 파손될 수 있습니다."

 

"택배 예약시 물건 분류란에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 건 뭡니까, 같은 종류끼리 분류하자고 그러는 것 아니었나요?"

"화물이 다 모이는 곳에 가면 그게 안 됩니다."

 

"그럼 어떤 물건들에 짓눌리게 되는 건가요?"

"무거운 것들은 보통 쌀이나 과일상자, 농산물....그런 것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렇다면 얇은 키보드 같은 경우 뽁뽁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몇 십키로 넘는 물건 더미 아래에서 덜컹거리는 차 속에서 운송되는 위험한 상태에 놓이는 셈이네요?"

"그렇죠....."

 

"그런 경우라면, 뽁뽁이 신공을 잘 써도 견디기 힘든 것 아닙니까?"

"...........(희미한 미소만 짓는다)"

 

 

"'미흡한 포장'이란 말에 객관성이 없네요. 정성스레 포장했어도 누가 보기엔 미흡해 보일 수도 있고, 

튼튼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일텐데...결국 결과만으로 판단하자면 얼마든지 책임 회피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아저씨도 한 편으론 소비자 아닙니까. 그러면 택배로 보낼 때도 있을텐데요...?

이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인 것 같네요."

"고객님께서 우체국본사에 전화해서 이런 점을 시정해달라고 요청 좀 해주세요....요즘은 의견수렴을 좀 하는 가 봅니다."

 

 

 

이렇게 대화는 끝나고 키보드는 집배원 아저씨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파손면책에 관한 사인에 대해서는 택배사측도 이해가 갑니다. 정말 엉터리로 포장한 경우라면 난감한 일일테니까요.

그러나 사인을 받으려면 기준도 명확히 마련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몇 kg이상인 경우 뽁뽁이가 최소 2겹 감겨져 있어야 한다." 는 식으로

뭔가 사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공정한 룰로 여길만한 객관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체국 콜센터에 전화 하기 전에 한 꼭지 남깁니다.

 

공감하시는 분 계시면 콜 센터에 가끔 같은 내용을 전달하면 효과가 커질 것이란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자~알 들어 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