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키보드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었고 키보드를 따로 구입하는 것은 키보드가 망가졌을 때 외에는 없었을 정도로 - 물론 당시에도 만원 언저리의 키보드를 구입했습니다. - 키보드에 대해서 굳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략 두 달 전에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허전함 때문인지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바로 그 때 정말 우연히 키보드의 세계에 들어와버리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전부를 본 것도 아닌 스쳐가는 잔상을 보았는데 그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제가 키보드에 마음을 주게 된 원인은 바로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했던 허지웅 때문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내용이 나오던 상황에서 아이맥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해피해킹 블루투스를 보게 되었고 이제 그만두는 마당에 저 키보드 하나 사놔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퇴직과 키보드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허무가 가득찰 때 뭐라도 채워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구입하자 조금 비싸더라도 허지웅 꺼 구입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키보드를 이것 저것 수집하는 그러한 사람은 아닙니다. - 제 기준에는 수집을 조금 많이 했지만 - 적어도 제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에 한 대 씩 혹은 예비로 한 대 더 정도만 있으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키보드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는 중에 리더스키를 꽤 여러 번 갔다왔었고요. 그러던 중 지마켓을 통해서 바가지를 쓰면서 얻게 된 키보드가 바로 해피해킹 블루투스입니다. 지마켓을 통해서 샀더니 가격이 통관료까지 합해서 사십일만원 정도 되더군요.

     

어찌 되었든 좋은 키보드를 샀다라고 - 수업료를 비싸게 물었지만 - 생각하고 맥북 프로에 물려서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키보드매니아, 쿨엔조이, 키보드랩에 상주하다보니 뽐뿌질이 안 올 수 없더군요. 그렇게 해서 시작된 저의 키보드 수집은 제 자신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심각하게 되었습니다.

    

중고나라에서 우연히 보게 된 작년도 12월 제품인 해패해킹 프로2 타입S를 사게 되었고 그 이후에 리얼포스 87U 먹각과 23UB 즉 텐키 패드를 같이 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텐키 패드까지 순수하게 합치면 평소에는 키보드 하나도 가지지 않았던 제가 키보드 네 개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이미 제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가 순수하게 세 대 정도 되다보니 하나씩 물려서 사용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허무함으로 얻어낸 세 개의 키보드와 텐키패드를 새로운 집으로 들여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겨버렸습니다. 사실 지난 두 달 전까지만해도 맥북프로의 키보드를 제외하고는 텐키리스나 미니키보드를 써본적이 없기에 문자열은 상관이 없지만 숫자열이 잘 보이지 않는 먹각 때문에 괴롭게 된 것입니다. 물론 텐키패드가 있기는 하지만 삼국지 게임을 할 것도 아니고 지금 엑셀을 주로 하는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보니 텐키패드는 저 한쪽에서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고 저는 텐키리스 리얼포스에서 숫자를 보기 위해서 키보드에 눈을 가까이 해서 봐야만 했습니다.


물론 해피해킹 블루투스 키보드 또한 먹각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키캡을 사자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리 비싸지 않게 - 지마켓으로 일본에서 공수해왔는데 66,000원이었으니 - 구입하여 숫자열에만 끼워놓았으며 문자열에도 끼웠다가 타입S와 약간 키감이 비슷해서 문자열은 다시 빼버렸습니다.


어찌 되었든 리얼포스 87u의 먹각 55g와 한 쪽에서 굳어만 가고 있는 리얼포스 텐키패드의 처리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이것들도 가지고 있고 새로 구입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굳어가는 이 아이들이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웃인 랩에서 장터에 팔게 되었고 서울에 - 제가 원래 다니던 직장 근처에 - 있는 분에게 제 입장에서는 꽤 좋은 가격에 보내드리게 되었고 결국 제 첫 번째 리얼포스 텐키리스 키보드와 텐키패드는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리더스키로 들어온 리얼포스 10주년 45g 저소음 버전으로 구입하여 들어오게 되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리얼포스를 들여오기 이전에 우연히 - 이런 우연은 왜 자꾸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지만 - 키보드들을 살펴보는 와중에 이탈리안 레드 컨버터블2가 제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결국 지름신이 저를 이끌고 가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정신을 차려보니 내일 이탈리안 레드가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다음에는 다른 뽐뿌질이 안 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 키보드들을 가지고 있기에 많이 행복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제 입장에서 고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그리고 저는 리얼포스 55g 균등 먹각보다는 리얼포스 10주년 45g 균등 저소음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손이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고 글이 이리 잘 써지니 말입니다. 아 점수를 80점을 준 것은 이 뽐뿌질이 제가 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앞에 키보드가 이미 세 개가 있고 내일 한 개가 더 오는 상황이 약간은 기막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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