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금부터 제가 쓰는 글은 자유게시판에 걸맞는 프리한 글이니
여러분의 많은 양해를 바랍니다. ^^;;

처음으로 컴퓨터를 사던 때... 바야흐로 1991년 88올림픽이 끝나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될성부른 떡잎처럼 보이던 그때였었더랬습니다.
당시 286에서 386으로 넘어가던 때여서 386SX와 386DX모델이 선보이
던 때였지요.
나름대로 컴퓨터 잡지를 통하여 내공을 쌓고 있던 터라 386DX를 내심
노렸지만 무자비하게도 형은 중학생이 무슨 그리 비싼것을 탐내냐며
386SX를 사오셨습니다. (형과의 나이차는 15년 .. -_-;;)
삼보의 386SX... 제가 처음으로 갖게 된 컴퓨터였습니다.
여기 딸려 나온 Trigem이라는 상표가 떡하니 붙은 누르틱틱한
키보드의 위대함을 알게 된것은 그로부터 반년후 형이 386DX (-_-;;)
를 구입하고 난 후였습니다.
분명 스펙은 저보다 모두 월등히 높은데 키보드 스펙만큼은 제것이 더
높음을 알수가 있었지요.
도무지 뻑뻑함의 끝을 알수 없는 이상 야릇한 키보드였던 것이었습니다.
(멤브레인방식이라는 것은 8년이 흐르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쓰던 기계식 키보드는 제가 군입대를 하던 97년까지 저와 함께 한 저의 하나
뿐이자 담배똥과 담뱃재에도 굴하지 않는 진짜 본전 뽑은 키보드라 할수
있었습니다. 군 제대후 저와 그 녀석은 어머님의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이
별하고 말았습니다만, 저는 지금도 그 녀석이 몹시 그립습니다.
게임방의 키보드에 절망하고 빌려 쓰는 컴퓨터에서 그때의 키감을 찾아내지
못한 저는 컴퓨터를 구입하며 당시 최고의 키보드(대중화된 키보드 중)라 찬
사 받는 MS의 네츄럴 키보드를 구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가의 키보드였으나, 어린시절 함께 한 그때의 키감만
찾을수 있다면야 그정도 지출은 큰것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멤브레인 방식에서 뛰어난 키감을 가지고 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왜 당시 키보드의 그 키감을 찾을수 없을까 ? 절망하던 저는 어떤 분의 글을 읽
게 되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멤브레인 방식보다 비싼터라 현재에 이르르며 없
어진 아까운 키보드 방식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저는 기계식 키보드를 구할수 없을까? 하며 무섭게 뒤져대기 시작하였습
니다. 그러다 마침내 구한 디자인마저 이쁜 아론 키보드~!
역시나 고가를 자랑하던 그 녀석을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계식 키보드가 결국 이런 것인가.? 90년대에 내가 가지고 있던 키
보드는 결국 어린 나이의 환상이었던 것일까.? 라는 절망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습
니다. 뭔가 기계식이라는 느낌은 주는 톡톡 튀는 맛은 있었지만 예전처럼 편하며
말로 표현할수 없는 부드러움은 가지지 못한 녀석 같았습니다.
결국 제가 만족을 얻게 된 키보드는 노트북을 구입하며 알아버린 씽크패드의 그 키
맛입니다. 4년이나 써온 노트북을 창고에 보관하며 저는 그 키맛을 다시 느끼기 위
해 울트라나브를 질러버렸죠...

그러면서도 키보드 매니아의 다른 분들 사용기를 보면 지름신이 또 다시 나타납니다.

'갈색축을 지르면 예전의 그 느낌을 찾을수 있지 않을까?'
'흑색축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