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풀사이즈 멤브레인 키보드 쓰다가, 마우스 때문에 팔이 아파서 저가형 펜타그래프 미니키보드를 사서 쓰고 있습니다.

처음엔 키감이 펜타그래프가 나은 것처럼 느껴졌는데, 장시간 타이핑해보니 손이 쉽게 피로해지네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 기계식이나 멤브레인처럼 어느 정도의 키 깊이와 키의 반동이 있어야 손가락이 편하네요. 처음 키를 누르기 시작할 때의 힘은 펜타그래프가 더 적게 들어가는 것 같기는 한데, 타이핑은 조심조심 천천히 하는 동작이 아니니까 나중엔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긴 관성의 법칙을 생각해 봐도 이미 휘두른(?) 손가락인데, 펜타그래프는 그 동작을 빨리 정지시켜버리니 손이 쉽게 피곤할 수밖에요.

저는 지금 어차피 평생 타이핑 많이 하고 살 것 같아서 기계식을 살까 하고 있습니다. 레오폴드에 가서 기계식 시타를 해보니 역시 비싼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키의 배열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제가 펜타그래프 미니키보드를 산 것은 기존 키보드가 너무 폭이 넓어서였습니다.

기계식 중에 텐키리스 키보드가 많이 있지만, 저는 화살표-편집키 부분마저도 거슬립니다. 일반적인 키를 조금 희생시키더라도, 키보드 '메인 부분'(글자 입력, Ctrl, Alt, Shift, Enter, 펑션 등이 있는 부분)으로 몰아넣는 배열이 마음에 들거든요.

사실 현재의 풀사이즈 키보드 배열은 과거에 마우스가 잘 안쓰이고 키보드 사용 비중이 아주 높았던 시절의 유산이기 때문에 이왕 줄일 거면, 노트북처럼 폭을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최근 애플도 맥용 애플 무선 키보드를 이런 디자인으로 해놓은 것을 더 밀어붙이고 있죠(애플 무선 키보드에는 숫자키패드, 즉 텐키가 있는 모델도 팔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노트북 사이즈로 줄여놓은 것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다음과 같은 배열이면 참 좋을 것 같네요.

1. 시프트 키를 많이 줄이지 않을 것: 한글 자판 배열은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시프트가 꽤 중요합니다. 그런데 외산 미니키보드들을 보면 시프트를 너무 작게 만들어 놓은 것들이 많습니다. 보통 문자 키와 똑같은 사이즈로 해놓은 경우도 있어서 충격 받았습니다.
2. Home, End, PgUp, PgDn 키를 독립된 키로 배치할 것: 지금 제가 쓰고 있는 펜타그래프 미니키보드가 Fn+화살표로 이 키들을 구현해 놔서 쓰기가 불편합니다.
3. Delete 독립된 키로 할 것. Insert는 가급적 Fn키와의 조합을 통해서 입력되는 키로 할 것(현재 쓰임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4. NumLock ON 되면 M . J K L 등이 숫자키패드가 되게 할 것: 대부분의 미니키보드가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죠
5. NumLock Off 된 상태에서 Fn+M . J K L을 누르면 Ins Del End 식이 아니라 0 . 1 2 식으로 숫자가 입력되게 할 것: 제가 지금 쓰고 있는 펜타그래프 미니키보드가 이래서 편하더라구요. 단 이렇게 하면 한글 세벌식 숫자 키패드 배열과 동일하게 remapping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일단 포기 ㅡㅡ;
6. 오른쪽 Alt, Ctrl이 있을 것: 한영전환, 한자변환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함. 또한 가끔 유럽 키보드 사용시 오른쪽 Alt가 AltGr이라는 키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오른쪽 Alt가 있는 게 좋음
7. 일자형 엔터키 채용: 백스페이스가 길어지고 \ | 키가 접근하기 쉬워진 형태로....

추가로 조용하면서 구분감 적당한 체리 넌클릭이면 좋겠구요....

근데 저의 이런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없는 것 같네요 ㅠㅠ

공돌이도 아니고 다른 할 일도 많은 사람이 키보드 자작도 공부해야 하나 고민해야 할 정도입니다.

해피해킹키보드(이건 기계식은 아니지만...)는 아주 작긴 하지만 Fn 키를 이용하는 키 조합이 너무 많아서 저한테 안 맞을 것 같고...

요새 키보드 때문에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