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가 컴을 처음 접한 건 90년대 중반되서인데요.
누가 버리다시피 준 고물 286컴였는데 제품명은 기억이 안나고요.
하얀백색이 아닌 살짝 누릿한 아이보리색였고 tab, shift, enter, scroll lock 등의 키류가 회색을 띄는 키보드였죠.
키압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처음 타자를 배우는 입장이라서 지금 착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기억하는 건 타이핑할때 철컥철컥 소리가 났고 타이핑속도가 늘어감에 따라
그 소리가 당시 너무 경쾌했고 제가 이 소리를 이미 잘 압니다.
어릴때 누님이 수동타자기 연습을 집에서 많이 했기에 그 철컥철컥한 소리가 귀에 익어
키보드에서 나는 소음 또한 당연히 이 소리가 나는걸로 알았고 시끄럽지 않고 정겨웠었는데..
컴을 새로사면서 1~2만원짜리 새하얀 키보드를 구입하게 되었고 이게 신형이고 소음도 없으니
더 좋은거겠지 싶어 고물컴과 함께 그 키보드도 바로 미련없이 내다 버렸는데요.
그후 10년 후 기계식 키보드란 존재를 알게 되었고, 뭐랄까요.
보물 도자기를 개밥그릇으로 10년 쓰다 깨져 버린 후 뒤늦게 그 도자기의 가치를 알게된 허무함이랄까.
부연설명이 좀 길었습니다만...
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컴엔 기본적으로 거의 다 기계식 키보드가 끼여있었나요?
만일 그렇다면 당시도 기계식 키보드 값이 별로 비싸지 않았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비싸게 된 것일까요?
정전식 키보드란 걸 오늘 처음 알게되어 알아봤더니 30만원이 후딱 넘어가네요 ㅎㅎ
그런데 30만원이란 가격보다 5만원 이하 키보드만 써오던 사람이....
키보드에 며칠 매달리다보니 30만원도 별로 비싼 거 같지 않단 생각을 하는 이 상황이 무섭네요 ㅎㅎ
제가 아직 xp를 쓰는데 오늘 우연히 서핑하다 어느 사이트에서 38만원짜리 학생용 조립컴을 팔던데
사양을 보니 제컴보단 그래도 나은거 같아서 저거나 하나 사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pc 본체 가격에 준하는 가격대의 키보드를 알아보고 있으니 제가 지금 뭐에 홀린건지, 아니면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파악이 안되네요.
나이가 들고 눈도 침침해지고 신체 모든 기능이 약해지는 걸 뼈저리게 체험하다 보니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부쩍 늘고 있기에 정말 10년 이상을 대만족하고 쓴다면 정말이지 돈 백만원도 안 아깝습니다.
만족감에 대한 불확신이 걸림돌이겠죠.
며칠전 회심차게 4만원짜리 펜터그래프를 사고 맘에 안들어 며칠 안쓰고 처박아둘 기세에서 기계식을 알아보고 있어 속상한데..
기십만원짜리 사놓고 맘에 안들면 정말 컴할때마다 장기간 그 큰 스트레스를 감당 못할 거 같습니다 ㅎㅎ
이러다 2005년 처럼 열심히 기계식 알아보는 와중에
맘에 안들어 하던 기존 키보드에 어느덧 적응되어 또 이 키보드로 한 5년 가는건 아닐지;;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요즘 구하기 쉬워진 체리 갈축이나 적축 5~10만원 사이 제품은 다 좋습니다
이 제품들보다 10배는 좋다는 제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의 지출은 약간 세련되진 취향, 까탈스러워진 자신, 뽀대용이나 기분내기, 남보다 더 튀어보이기 등 일 뿐일 겁니다.
음 저도 처음에는 무진장 이론으로 빠삭하게 잘 알아두고 나서 사려는 편이라 그 고민을 잘 알고있는데요,
그렇게 처음에 청축에 입문했다가 멤브에서 기계식으로 적응할때도 처음 그 가볍다는 청축도 무겁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는 구름타법하면 편하다고는 흑축으로 갔다가, 3개월에 걸쳐서 겨우 구름타법에 익숙해지니 청축도
좀 불편하더군요. 흑축의 도각거림과 쫀뜩하며 터치하는 맛에 좀 들려있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컨트롤 알트 시프트키등은
좀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갈축으로 또 다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만, 갈축의 그 단백함에 아 왜 갈축쓰는 사람이 많은지
이해가 가더군요. 그냥 짜지도 맵지도 쓰지도 않고,쉽게 질리지 않는 그 밋밋할 수도 있는 단백함에 갈축에 안착했었습니다..
처음 지불했던 10만원이상의 고가에 어려워하던 자신이 나중에는 그냥 막 사기 시작하는게 놀라웠습니다.
막상 안착하게된거는 리얼포스 하이프로지만, 그 때마다 드는 생각 이럴꺼면 그냥 바로 하이프로 올껄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떤분이 해주신 말이 끝판왕을 빨리보는게 돈 아끼는 길이다고 ㅋㅋㅋ
이제는 지르는것도 눈치보여서 힘드네요 ㅎ
하이프로 영문블랙 봤는데 성능은 둘째치고 색상이 정말 맘에 드네요. 말이 블랙이지, 커피느낌 납니다.
클래식한 백색의 한글용도 맘에 들구요.
요즘 pc케이스나 키보드, 마우스, 모두 시커먼 블랙투성이에 요란한 디자인 투성인데, 이 점 개인적으로 큰 불만입니다
날으는손님은 정전식으로 안착하시기 전에 기계식 방황의 최종안착지와 만족도는 갈축이셨나요?
끝판왕을 빨리 보는게 돈 아끼는 길이란 건 저도 몇번 경험이 있어 좀 공감도 합니다 ㅎㅎ
그런데 내가 찾는 끝판왕 실체가 뭔지 깨닳게 되는 수준만 되도 굉장한 수준이고 그간의 지출도 만만치 않더군요 ㅠㅠ
아직 저에 맞는 끝판왕도 뭔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때나 지금이나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은 비슷하게 비쌌죠. 당시 컴퓨터의 가격은 지금보다 더 비쌌으니까요. 그 점을 생각하면 숱한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것이 바로 키보드가 아닌 듯 합니다. 저는 그래서 빈티지 키보드들을 좋아합니다(물론 커스텀도 쓰지만요).
근데 예전에도 멤브레인(저가형 멤브레인이 아니라 고급 멤브레인이라고 해야겠죠)은 쓰였습니다. ㅎㅎ
Model M 같은 것도 80년대에도 쓰였으니까요.
저는 88년도에 PC를 구입하면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는데, 사실 옛날 키보드가 다 기계식 위주였던건 아닙니다.
멤브레인 키보드류는 70년대 말에 아타리 게임기 시절에도 있던 키보드 타입이기도 하구요.
더구나 90년대는 이미 기계식 키보드가 더 적었던 시절이에요.
참고로 저희 집에 있던 옛날 컴들에는 기계식이 하나도 없기도 하였습니다
(586 이전에 80년대 말에 삼보에서 산 대만제 XT, 286 AT, 삼성 486 DX2)
자주 놀러가던 친구네집 삼보 트라이젬이 세진 키보드였었지요.
국내선 IBM(알프스, 버클링)을 제외하면 세진 키보드의 OEM, 기타 아론 키보드(전신 마벨) OEM 정도가 많았다고 보는 편인데 (체리는 워낙 POS 키보드 위주)
먼저 세진은 이미 2003~2007년에 기계식 키보드를 재생산했었는데,
권장 소비자가 6만원대였으니 실제 다나와 등에선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아론 키보드야 망하기 전에 3~4만원 짜리 기계식 키보드도 팔았습니다.
국내 기계식 키보드의 명맥을 잇던 두 업체인데 둘 다 그리 비싸다고 할 수는 없죠.
아무튼 결론은 당시 컴퓨터 가격과 물가를 감안하면... 그닥 동의하긴 어려운 내용이네요. ㅋ
그리고 요즘 기계식 키보드 시장이 다시금 활발해져서 PBT 키캡 조합으로도 10만원 이하로도 좋은 제품 나오고요.
그렇군요. 전 제가 직접 컴을 구입해 본 건 586시절였고 용산가서 직접 조립을 했는데
제 기억에 키보드 가격이 예상과 달리 상당히 저렴해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2만원 밑이였던 기억이 나고 물론 멤브레인 키보드였겠죠.
그런데 한가지 알카님이 잘못 이해하신 것은 586사기전 거의 쓸모도 없던 고물 286컴을 누가 줘서 가지고 왔는데
그게 기업완제품이 아닌 조립컴으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키보드는 분명 기계식으로 기억합니다.
286 본주인이 기계식을 따로 구입했던 건지, 셋트 제품으로 끼여있었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품명은 기억하지 못해도..본문에 언급했듯이 수동타자기 소음이 너무 낯익기에 기계식 키보의 키소음을 제가 분명히 기억하구요.
또, 새로 구입한 멤브레인 키보드가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해서 당시는 이게 더 좋은건 줄 알고 미련없이 버렸으니깐요 ㅎㅎ
90년대 세진컴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생산했었나요?? 그때 가격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하군요.
아론 키보드는 기억합니다. 제가 여길 2004년에 가입했는데 그때 기계식 키보드로 저렴하게 게 살 수 있었던게
아론키보드가 유일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네요.
그분께서 당시 조립이든 완제품이든 추천에 의해 기계식 키보드를 샀었을 수도 있으시겠죠 ^^;
아무튼 기계식 키보드는 예전부터 고급 키보드 였고, 일반 키보드보단 꽤나 비쌌어요.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가격 정보는 95~96년 즈음 아론 기계식 키보드였는데, 이때에도 소비자가는 5만원대 였습니다.
당시 하이텔에 용산에 판매되는 부품 가격이 올라오는 게시판이 있었거든요, CD-ROM 을 용산에서 첫 우편 구입했던 시절이었네요. ㅋ
아참, 그리고 진돗개 광고하던 세진 컴퓨터와 키보드를 만드는 세진 전자(세진 일렉트론)은 무관 합니다.
세진 전자는 80년대 말에도 기계식 스위치인 후타바 스위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 키보드를 따로 사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당시 컴퓨터가 물가 반영을 안해도 지금보다 몇 배는 비쌌던 걸 생각하면 키보드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