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건음에 대한 고찰


제가 찾으면서 들어봤던 최고의 타건음은 이 영상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545UghnsI&list=PLa2w6L9INNjipZGEoJNodfcHr7_VtJyNd&index=1


물론 이건 무접점방식의 키보드의 소리지만, 키보드의 종류를 떠나 그냥 백그라운드에 틀어놓고 일을 할 정도로 매력있는 소리더라구요. 극상의 소리는 항상 장인의 손을 거쳐야 나오는가 봅니다. 아무튼 오늘은 어제 글을 쓰면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고민 해보고 또 적어봤습니다. 어제 오늘은 왠지 글을 쓰고 싶은 날이어서 계속 뭔가를 쓰게 되네요. 


이번 글의 주제는 기계식키보드에서 타건음이 왜 나는가하는 고민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바쁜 분들을 위해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소리는 두번에 걸쳐서 나게되며 그 소리 에너지는 스프링의 거동에 의해 달라진다 입니다. 여유있으신 분들은 글을 읽어보시고 견해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의 구조

0. 도입

1. 타건음 발생의 과정 (Case 1: 80g/4mm)

2. Case 2: 70g/3mm

3. Case 3: 구름타법 60g/2mm

4. 결론



0. 도입

조금 고민해봤는데, 키보드에서 타건음을 결정짓는 요소는 매우 복잡한 것 같습니다. 키보드를 조금 만져보신 분들은 다들 예상하겠지만, 축의 종류에 따라 다르고, 키보드 본체의 재질/디자인, 키캡의 재질/두께/높이, 본인이 사용하는 타법에 따라 항상 소리는 다 다르게 나게됩니다. 하지만, 어떠한 복잡한 거동도 최대한 쪼개서 보면 어느 정도 단순화된 메커니즘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게 오늘 이야기해볼 거리입니다. 기계식키보드에서 타건음이 어떻게 나는가?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프만 가지고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이 글의 전제로서, 키보드/키캡/타법 다 무시합니다. 축도 가장 단순화된 거동을 가지고 있는 리니어 축인 흑축 (제가 사용하는 축이 흑축이어서 그런건 아닙니…)의 그래프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y=x 그래프를 이해하면 y=3x+5를 이해할 수 있듯, 본인의 축의 거동을 이해하는건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typing1.png


4가지 흑축/적축/갈축/청축의 force vs travel 그래프입니다.

여기 그래프에서 좌측 상단의 흑축의 그래프만 가지고 얘기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간략히 설명하자면, 그래프에서 두개의 선 중 위의 선은 키캡이 눌러질 때 축의 움직임 (operating point를 지나가는), 아래의 선은 키캡이 돌아올 때 축의 움직임 (reset point를 지나가는)을 각각 나타냅니다.


3가지의 케이스를 보면서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상상해죠.


1. 타건음 발생의 과정 (Case 1: 80g/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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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80g의 일정한 힘으로 축의 최대 깊이 4mm를 타건한다고 가정해보죠.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일정한 힘으로 타건하는게 불가능하겠지만 문제의 단순화를 위해 가정하겠습니다.


i) 80g의 힘으로 4mm를 다 눌렀다면 손가락은 위 그림의 빨간 직사각형넓이 (진빨+연빨)만큼 키캡에 80*4=320 (단위는 무시)의 일을 해준겁니다.


ii) 흑축의 스프링은 우측의 초록색넓이 (40+80)*4/2=240 만큼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게 스프링이 압축될때 생기는 탄성에너지 (혹은 위치에너지)입니다.


iii) 그럼 여기서 진한 빨강의 넓이 320-240=80만큼의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이 에너지는 스프링의 위치에너지를 채워주고 남은 잉여 운동에너지가 됩니다 (일=위치에너지 + 운동에너지). 축은 이미 최대깊이인 4mm까지 눌러졌기때문에, 축이 바닥에 닿았다는 얘기일겁니다. 그렇다면, 이 순간 남은 80만큼의 운동에너지는 축이 바닥에 ‘충돌’할때 다 소모가 됩니다. “소리”로 바뀐다는 얘기입니다.(여기서 열에너지는 무시) 이게 타건할 때 생기는 첫번째 소리가 됩니다.


typing2-1.png


iv) 1차 충격으로 소리를 내고나서, 스프링에는 이제 240의 에너지만큼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스프링의 탄성그래프를 보면 늘어날때나 줄어들때 그래프의 거동은 직선으로 일정합니다. 그에 반해 기계식 키보드 축의 그래프는 앞서 말했고 그림에서 보이듯 두개의 선으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입력신호를 전달하는 금속 접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우측하단의 그림참고) 우측그래프에 나와있는 파란색 넓이(계산을 못하겠네요;; 대략 30정도로 잡읍시다)는 스위치가 복원되면서 이 금속 접점에 의해 에너지를 잃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v) 이렇게 스위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파란색만큼의 에너지를 잃고나서 남은 보라색만큼의 240-30=210 위치에너지는 모두 운동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이건 전형적인 스프링의 탄성거동입니다. 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바뀌고 다시 복원되며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뀝니다. 

밑의 그림에서 보이듯, 체리스위치는 스프링이 눌러질수는 있으나 틀을 벗어나 늘어날 수는 없게 설계가 되어있습니다. 즉, 이 전환된 운동에너지는 이 틀의 천장을 때리는 또 다른 ‘충돌’을 하며 다 소모됩니다. 여기서 두번째 소리가 납니다. 

switch.png



이렇게 기계식 키보드를 타건할 때 두번에 걸쳐 소리가 생성됩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바닥끝까지 누르는 타법이 가장 큰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1차로 높은 운동에너지로 바닥에 충돌하고, 최대로 압축된 스프링은이 그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틀 천장에 충돌하며 소리를 한번 더 만들게 됩니다. 엄밀히 수치상으로 얘기하자면 320만큼의 손가락은 일을 했고 80 (1차 소리) + 210 (2차 소리) = 290만큼의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만약에 이 축이 청축이라면! 버튼음까지 포함해서 따따따블이 되겠죠 (피박광박쓰리고…) 


2. Case 2: 70g/3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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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케이스는 70g의 힘으로 3mm만큼 타건하는 경우입니다.


i) Case1처럼 일정한 힘으로 3mm만큼 타건하면 70*3=210만큼 손가락이 일을 하게됩니다.


ii) 근데 이번 경우엔, 스프링이 앞서 봤듯 최대 240만큼 저장할 수 있기때문에 잉여 운동에너지 생성없이 210이 모두 저장될 수 있습니다. 단 이번엔 초록색넓이 처럼 3mm가 아니라 누르는 반동에 의해 약 0.4~0.5mm 스프링이 더 압축되게 됩니다. 여기서 스프링은 4mm만큼 압축되지 않았기때문에 축은 바닥을 때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case1과는 다르게 1차 소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iii) 이후 파란색만큼의 (이번엔 20이라 칩시다) 에너지가 손실되고 190만큼의 보라색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게 됩니다. 이 에너지는 case1과 마찬가지로 틀의 천장을 때리고 2차 소리를 만들고 타건음을 형성하게됩니다.


이번엔 210의 일을 하고, 1차 소리 생성없이 190만큼의 소리만 만들었습니다.



3. Case 3: 구름타법 60g/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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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케이스는 구름타법 (60g-operating force로 2mm만큼)으로 누른다고 가정해봅시다.


i) 60*2=120만큼 일을 합니다.


ii) case2와 같이 1차 소리 생성 없이 모두 위치에너지로 저장


iii) 파란색만큼의 에너지 손실(15라고 칩시다)을 겪고 보라색만큼 120-15=105만큼의 에너지가 틀의 천장에 충돌하고 소리를 만듭니다.


한, 두번해보면 아주 단순화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120만큼의 일을 하고 105만큼의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우측아래 짙은 청색영역을 칠해둔 이유는 만약에 아주 무거운 키캡을 사용한다면 (예를들어 금속 키캡), 청색영역만큼의 에너지가 금속 무게 때문에 소리로 덜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표시해봤습니다. 이게 아마 ABS보다 무거운 PBT, 얇은 PBT보다 두꺼운 PBT를 썼을때 조금 더 무거운 타건음이 나는 이유에 대한 힌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론상, 60g만큼 2mm를 누르지 않고 한 55g으로 1.6~1.7mm만 누르는 타법을 한다고 가정하면 잉여운동에너지에 의해 2mm까지 스프링이 눌려지면서 문자가 입력되는 가장 이상적인 구름타법을 구현할 수 있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저는 못합니다…)


4. 결론


기계식 키보드를 타건할 때는 바닥을 칠 때의 타건음 한번 (이건 타법에 의해 피할 수 있다), 스프링이 복원될 때 스위치 틀의 천장을 치는 두번째 타건음이 (이건 이론상을 피할 수 없으나 당구칠 때 길게 밀어치듯, 손가락을 키캡에 오래붙이면서 손가락들 버튼을 복원시킨다면 타건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발생한다.


힘차게 바닥을 치는 타법의 경우엔 320만큼 손가락은 고생하고 290만큼의 타건음을 만든다 (90.6%의 효율)

적당히 치는 타법은 (바닥까지 안누름) 210에 190만큼의 소리 (90.5%)

구름타법: 120에 105 (87.5%)

즉, 힘을 빼고 칠수록 소음의 절대치가 아주 많이 줄어듬과 동시에 스위치의 거동형태에 의해 일-소리에너지 변환율도 떨어집니다.


흑축의 유투브 영상을 찾아보시면 직접 귀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힘차게 타이핑하는 사람과 구름타법을 사용하는 사람의 타건영상을 한번 보시면 소음의 차이가 아주납니다. (실제로 흑축은 제가 가지고 있어 실험해보고 확인했지만, 나머지축은 실험해볼 수 가 없어 대략 추측해보기만 할 수 있을듯합니다.)


흑축에 비해 스프링의 탄성계수가 훨씬 낮은 적축의 경우에는 흑축과 타건음 경향은 같겠지만 소리의 절대치가 훨씬 낮을것이다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갈축의 경우에도 적축과 같이 탄성계수가 낮아 흑축보다 타건음이 작을 것이며 타법에 따라 소음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청축의 경우에는 어떤 타법을 구사하는 일정 수준의 버튼음을 피할 방법이 없기때문에 최소한의 타건음은 항상 보장될겁니다. 즉 사무실로 가져가서 사용하면 내가 아무리 살짝살짝타이핑하더라도 주변인들의 짜증지수는 일정할거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분석은 너무 많은것들을 무시하고 제 편한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때문에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타건음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께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WASD 87 V2 Custom 흑축 + 볼텍스 PBT

Realforce SE18TO 먹각 55g 균등

Realforce 104 저소음 45g 영문균등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viii) 키보드의 구분감: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6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