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같은 멤브 텐키리스인 RK104(후술합니다)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개인 지갑으로 키보드를 장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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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찍어놓고 보니 모든 게 다 저렴합니다. 


마우스도 저가형(그나마도 반품된 물건 재고털이할 때 구입) 키보드도 저가형 팜레도 저가형 책상까지 저가형 ㅎㅎ 마우스패드도 돈주고 사기 싫어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패드쪽 얼룩은 청소를 안 해서 더러운 게 아니라 재활용한 재료라 저렇습니다.  평소 비싼 것을 구입해도 단점을 쉽게 찾아내 좀처럼 만족이란 걸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보니, 그럼 돈이나 아끼자 해서 최소한의 기능성만 보고 최저가형만 사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다 쓸모없어진 걸 재활용해 쓰다보니 항상 조합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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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만 찍으니까 좀 낫네요. 일단은 새것이니까. LED를 껐을 때의 모습입니다. 맨 왼쪽 인디케이터는 Numlock인데, 키패드가 없는 기종이지만 인디케이터는 살아 있습니다. 


구입할 때 상표는 MYKYLIN이었는데 받아보고 나니 그 상표는 아예 온데간데 없군요. SHIPADOO라는 상표가 떡하니..  상품정보에는 스페이스바 상표 각인이 아예 없었는데 말이죠. 허나 이쪽 제품군에선 딱히 이상할 것은 없는 일입니다. 묻지마 중국제 키보드들은 OEM을 주력으로 만들면서 자체상표는 대충 이리저리 돌려 붙이는 것 같거든요. 모양과 기능으로 구분하는게 가장 확실하죠. ㅎㅎ 여담이지만 저 브랜드명으로는 한국내 수입은 무리겠군요. 


참고로 아래 스샷이 쇼핑몰 상품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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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은 오래전 제가 키매냐에 소개하기도 했던 당시기준 유일한 보급형 표준 US 레이아웃 멤브텐키리스인  Rii RK104와 거의 같습니다. 예전에 쓴 글도 이곳 키매냐에 아직 남아 있죠. 이 제품도 태생은 위 제품과 거의 같습니다. 타 브랜드에도 키캡 각인이랑 상표 정도 빼곤 똑같이 생긴 것들이 있죠. 아래는 RK104의 사진이며, 이 제품도 전 가지고 있습니다. 맨 윗 사진 구석에 살짝 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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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유사해서인지 위 두 키보드는 서로 키캡 구조, 스태빌 구조 등이 거의 똑같습니다. LED색깔도 똑같죠? 다만 키캡 호환은 되지 않네요. 키캡을 따로 팔지도 않는 저가형 멤브가지고 키캡놀이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호기심에 바꿔 꽂아봤는데 키캡모양이 달라서인지 슬라이더 중심이 살짝 어긋나있어서 제대로 끼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인디케이터 LED위치도 다르고 RK104는 게임 관련 기능도 추가로 제공하기에 서로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제품 같습니다.  


RK104대비 확실한 장점은 스페이스바 크기가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렴한 설계를 자랑하는 스태빌의 문제가 딱히 도드라지지 않고 일반적인 저가형 멤브레인 정도의 키감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게 정상이니 장점이라고 하긴 뭣하네요. 모든 면에서 딱 저가형 멤브레인 그 자체입니다. 마감도 RK104보다는 낫지만 그냥 평범한 저가형 수준. 


LED기능의 경우 왠지 Scroll Lock키로 조작하게 되어 있군요. 키캡 인쇄만 봐선 Fn+ScrLock을 눌러야만 LED 프로파일이 바뀔 것 같은데 그런 것 없고 그냥 스크롤락이 LED키를 겸합니다. 또한 ON-OFF만 가능하고 색상변화라든지 숨쉬기 기능 이런 건 아예 없습니다. 따라서 이쪽 부분만 보면 퇴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어차피 저는 LED기능은 거의 쓰질 않아서 별 문제는 아닙니다. 단, 약간 석연찮은 동작을 할 때가 있어서 원래 이런 동작을 하는 게 아니고 제품 불량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LED기능이 무늬만 있는 수준인 덕분에, 메뉴 키는 살아남았습니다.  


한편 동그란 키캡 키보드는 간간히 만져본 적은 있어도 직접 소유해보는 것은 처음인데, 약간의 적응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키들은 제자리에 있으므로 제 경우는 딱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동그란 키캡에 적응한다고 네모난 키캡을 누르는 데에 지장을 받지는 않으니까요. 서로 반대되는 방향의 습관을 들여야 할 때 저는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건 그런 방향의 적응이 아니니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키캡상 각인의 폰트, 크기, 퀄리티 면에서 확실히 비슷한 가격대의 타 중국산 저가형 LED 키보드보다 낫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네요. 이것도 많이 쓰면 닳아버릴테니 큰 의미는 없겠지요. 그리고 아무리 품질이 좋아봤자 어차피 메이커 키보드 키캡하고 비교할 수준은 못 되고요.  


키캡 슬라이더 모양은 네모난 사각 막대 형태인데, 중국산 저가형 멤브레인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라 저한테는 별 이질감이 없습니다. 다른 보급형 키보드들이 그렇듯 윤활을 해주면 키감이 더 나아질 여지는 있을 걸로 봅니다만, 그정도 귀차니즘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키보드용 윤활유 가격이 키보드보다 비쌀텐데, 이런 건 저하고 안 맞습니다. 


기타 소소하지만 지적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일단 스텝스컬처가 아예 없고 팬터그래프처럼 일자형입니다. 디자인 컨셉트상 그럴 수밖에 없고요. 평소 통울림을 줄이고자 키보드 다리는 없는 셈 치고 늘 접어놓고 썼습니다만 이 녀석은 어쩔 수없이 다리를 세워야 되네요. 현재 똑같이 스텝스컬처가 없는 MX Keys Mini도 쓰고 있긴 합니다만 이건 무선이라 배터리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사가 져있어서 미처 생각을 못 해본 부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바닥면 고무 범폰이 너무 두껍다는 것. 두께가 2-3mm은 되는것 같네요. 떼어내고 쓰자니 바닥면 하단 중앙에 용도를 알 수 없고 사출자국도 아닌 돌기같은 부분이 있어서 그것때문에 시소놀이를 할것 같아 보입니다. 키보드 자체 프레임도 생각보다 두꺼운 편인데, 전 키보드 베이스 높이가 높은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아마도 범폰도 떼어내고 돌기도 깎아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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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을 하자면 가격(~USD 20)대로 가는 정도의 키보드이며 텐키리스인 점을 제외하면 무색무취의 아주 평범한 키보드입니다. 눈에 띄는 장점도, 가격을 감안하면 별 단점도 없습니다. 


외관은 개인 취향에 따라 좋게 볼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말 그대로 개인 취향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평범한 키보드 A에 가까운, 굳이 살 필요가 없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보급형 표준 텐키리스 멤브레인을 우선해서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몇 안 되는 선택지를 늘려주는 귀중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