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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란 문인들이 서재에서 쓰는 붓[筆] ·먹[墨] ·종이[紙] ·벼루[硯]의 네 가지 도구를 뜻한다.(네이버 백과사전)
필기 도구에 대한 취미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취미였던 것 같습니다. PC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만연필이나 연필등의 필구도구에서도 명품이 존재했고,(지금도 존재하고...) 저의 삼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파커 만연필를 전당포에 맡길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고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카시오 전자시계만 있으면 외상이 가능했던 시절이였습니다.
필자의 20대를 돌이켜보면 전공이나 직업적인 특성상 색연필,파스텔 등과 같은 필기도구를 많이 사용했으며 그들 세계의 명품들을 동경했었습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일이였고, 필자의 선배들은 아무리 컴퓨터가 발전을 해서 환쟁이의 감성을 따라 갈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많이 들으면서 공부를 했던 시절이였으며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였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또한 어려서부터 필기도구를 좋아했으며 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시절에는 유명한 색연필, 파스텔과 붓을 구하기 위해서 학교 앞에 화방이나 공방 사장님들에게 수시로 "들어왔어요?"를 물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누군가 해외에 나가서 사가지고 오지 않으면 물건 수급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였으니까요. 이런 디자이너들에게 남대문은 정말로 최첨단의 매카였습니다.
지금은 개발을 하고 있으면서 아직도 필기도구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던 것을 키보드라는 취미를 가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만연필을 좋아하고 노트를 좋아하고 스케치북만 보면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 아직 제 심장은 20대의 정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키보드라는 취미에 빠진디 반년이라는 시간은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키보드라는 물건을 기계가 아닌 필기도구로 인식하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오랫동안 사용했던 키보드가 고장이 나면서 시작이 되었지만...
처음에 구했던 ML4100 키보드도 저는 호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기계식의 매력에 빠지면서 각종 축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이 시작이 되었고, 기계식이 아닌 키보드는 정말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였습니다.
키보드 초창기에는 "리얼포스나 해피해킹은 기계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싸? 기계식도 아닌 것을 누가 쓴다고?" 라는 생각이 강할 정도로 초보자의 마음으로 시작을 했지요.
몇 칠있으면 제가 카메라라는 취미이자 특기를 시작한지 25년이 됩니다. 그 동안 한번도 다른 취미에 관심도 시작도 안했던 저에게 키보드는 어떻게 보면 20대의 정열의 연장선(그 당시 디자인을 전공하던 저는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물질적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요. 집안에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친척과 정열이 필요했던... 그런 시기)이였습니다.
이제 반년이 지나가면서 점점 더 명확해지는 제 생각이 있습니다. 그 것은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라 키보드라는 것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넌 기계식이 아니니까 안좋은거...라는 인식이 변화하면서 모든 키보드에는 각자가 가진 개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거라구요. 그러면서 리뷰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이기도 하구요.
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방사우라는 말... 그러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단어가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생각이 나면서 제 스스로 내린 결정은 "그냥 만들어진 키보드는 없겠다."라는 것이였습니다.(물론 있습니다...)
다소 하고 싶은 말이 빙빙 돌아간 것 같습니다. 사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주제 없이 글쓰면 막 화내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주저리 주저리 끝없는 이야기를 해도 제 스스로에게 이유를 묻지 않으려구요.
세상의 모든 키보드의 개성을 알아가는 그 날까지 저의 취미가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눈오는 날 철야하면서 갑자기 문방사우라는 말에 순식산에 20년의 시간을 화살처럼 추억해버린 청비서신의 넋두리였습니다.
정열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난 아직 20대의 심장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육체가 그 나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내 심장속에 정열이 시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Developer, PhotoGrapher and Fortune-teller
하하. 저 역시 필기도구를 좋아해서 물방구에 들르면 정신없이 볼펜이며, 샤프를 보곤한답니다. 또 키보드도 마찬가지지만 필요 이상으로 사서 쌓여있습니다. 다행스러운것은 만년필에 뽐뿌를 그다지 받지 않아서 두개만 있다는 것이고 필기도구는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키보드 컬렉션 및 개조는 아마도 필기도구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키보드 역시나 a kind of 필기도구라고 생각해요. 맴브레인의 이데올로기는 모나미 볼펜하고 비슷할것 같아요. 저가격을 만들기 위해 대량생산. 궁민키보드라는 DT35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나름 컴퓨터 관련 업종(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밥벌이 종목입니다.)이기 때문에 키보드를 접할 경우가 많은 것도 아주 약간의 이유겠지요.^^
열정! 열정! 열정! 청비서신님 멋진글입니다!^______^
저에게도 어느새 키보드는 저의 펜이되어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도구가 되어버렸나봅니다^^
역시 이곳에 모이신 분들은 비슷한 경험들이 많으시군요... 제가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저 역시 필기구에 관심이 정말 많았던 사람입니다.
지금의 와이프랑 오죽하면 데이트 하면서 대형 문구점만 돌아다녔을 정도니까요...^^
감사합니다~
저도 겨우 30대 시작이 되었는데 벌써 열아홉살때의 그 꿈과 포부를 잊고 시간 흐르는데로 남들 가는데로 가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엇습니다.
이렇게 좋은 커뮤니티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헐 키보드의 취미가 요즘 저도 생기기 시작해서
리얼포스도 눈여겨 보고 있어요 흑 가격이
쪼금씩 모아서 질러보던가 해야겠습니다.
기록 혹은 커뮤니케이션의 본능 때문에 이런 것에 집착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현대의 문방사우란 붓[筆] ·먹[墨] ·종이[紙] ·벼루[硯]를 대신하는
키보드(붓), 마우스/트랙볼/태블릿(먹), 모니터(종이), 손목받침대/마우스패드(벼루) 아닐까요? ^^
멋집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는 나이가 이제 20대 초반입니다만, 정말 멋진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수도 없이 듣는 말은 너 그거 돈 돼냐. 라는 주변의 말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일을 포기 할 수 없어 이렇게 고집을 부리고 있지만, 다행히도 저희 직속 가족들은 반대가 없습니다.
언젠가 그 결과물을 보여줄 날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저로써는 상당히 위안이 되는 글이랄까요?
저한테 키보드는 군인의 총과 같고, 무사의 칼과 같으며, 포토그래퍼의 사진기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