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병원에서 약 좀 지어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커브길에서 뭐 희끄무리한게 지나가더군요.

잠시 후 헤드라이트에 비친 멧돼지....

예전에 멧돼지 사냥을 몇번 따라다녀 봤습니다만

이렇게 나 잡아 잡슈.. 하고 도로를 헤매고 있는 멧돼지는

처음 봤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시골인지라, 거의 차량통행이 없습니다.)

급정거를 했더니만, 이놈의 멧돼지가 원더걸스처럼 살랑살랑 제 앞에서

춤을 추듯이 왔다리 갔다리 하더군요.. -_-;;

엇. 근데 잠시 후 제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비추는가 했더니만 트럭 한대가

저를 추월 하더니 멧돼지를 들이박으러 가는것 아니겠습니까.?

"어어..? 저 멧돼지 잡으려고 한다.."

살랑살랑 제 앞에서 춤추던 멧돼지 지그재그로 피합니다.

포터도 지그재그로 필사적으로 멧돼지를 잡으려 합니다..

저는 뒤에서 누구도 응원하지 않고 구경만 하였습니다.

결국 지그재그로 뛰던 멧돼지 초인적인 힘으로 도로에서 산으로 뛰어갑니다.

허탈한 포터아저씨가 차에서 내렸습니다.

뭔가 포터아저씨가 말을 하려는거 같았죠...

그래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어디로 가는교.?"

"네.. 저 XX로 가는데요...?"

창문을 닫고 휘리릭 집으로 돌아가는데 와이프가 한참을 웃습니다...

"어디로 갔는교.? 라고 묻는데 네.. XX로 가는데요.?는 뭐야.. 도대체..귀
검사 좀 받아봐야되겠다..."

"..........."

참.. 우리말의 묘미란... 어디로 가는교.?는 저의 도착지를 묻는 거고, 어디로

갔는교.?는 멧돼지의 도착지를 묻는거죠.?


그나저나, 그 아저씨는 멧돼지 박을뻔까지 했으면서 왜 나한테 멧돼지의 행선지

를 물었을까요.? 박는다 라고 생각했던 순간에 눈을 찔끔 감았을까요.?

멧돼지 박으면 70~100만원 가량 번다 하지만, 엔진이 앞에 있는 포터가 박았다가

수리비가 더 나오면 어떡하려고 무대뽀 정신을 발휘한걸까요.??

어쨋건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0-;;;



P.S: 이제부터 전기충격기라도 하나 차안에 두고 다녀야겠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
     해보니 잡았으면 오징어가 2마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