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와서 시원하게 맥주라도 마시려는 차 어머님 말씀:

"얘, 코코가 안보인다. 불러도 안 와."

이러시는 겁니다.
추측컨대 약 30분 쯤 전 세탁소에서 양복 배달하러 와서 받는 와중에 이녀석이 열린 문으로 신난다고 나간 모양이예요. 12년간 식구처럼 살던 녀석이다 보니 어쩝니까. 찾으러 나갔죠. 오늘 밤 10시 20분쯤에요. 아파트 단지를 샅샅이 뒤지면서,

"코코야!"

이렇게 외쳐 대면서 저희 부부가 소란을 떨었습니다. 성가대 평단원에서 솔리스트(음?)를 거쳐 지휘자가 된 관계로 목소리가 좀 크죠. 선전효과 만빵입니다. 이 소리에 고등학생 정도 되는 - 교복을 입고 있었고 자전거로 귀가하던 중 같았습니다 - 아이들이 저쪽에서 봤다고 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 달려가서 상황을 봐 주더군요. 그러나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분인가 - 경황 없어서 기억안남 - 누가 저희를 찾는다고, 개 찾는 사람을 찾는다는 겁니다. 달려가 보니 젊은 아가씨가 그 무거운 - 10킬로가 넘습니다. 이녀석... - 녀석을 안고 오더군요. 저희가 이름을 외치며 찾는것을 마침 봤는데, 자신의 집으로 가다 보니 웬 개 한마리가 처량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더랍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안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녀석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따라서 거의 정문까지 갔다가 집 부근으로 되돌아와서는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찾아서 천만 다행이예요. 못찾았다면 어쨌을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걱정이 되셨는지 - 내일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고 한 데다가 이녀석이 집 안에서 주로 있던 관계로 서바이벌 능력이 제로에 가까와서 못 찾을 경우 2~3일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서 - 묵주 기도를 하시고 계셨습니다.

이번까지 가출이 두번째인데 다행히 매번 찾을 수 있는것을 보면 이녀석 운수는 꽤 좋은 가 봅니다.

코코야, 손님 반갑다고 괜히 너무 나대지 말아라. 너 문 밖으로 나간거 혹시라도 못 보면 대형사고다. 식구들 마음관리 차원에서라도 자중하거라. 알았지?

아래는 예전에 클리앙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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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이 집에 온 것이 1995년 여름이니 이제 10년차이군요.

1994년 겨울, 공군 소위 임관하고 나서 그해 겨울 모 동호회 대화방에서 처음 만난, 이제는 연년생 두 아들의 엄마인 Evenstar(94년도부터 이 아이디를 썼으니 리브 타일러하고는 관계가 없겠죠)님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95년 여름에 개 싫어하신다는 어머님의 반대를 가까스로 잠재우고 데리고 온 녀석이 바로 이 '코코'여사입니다. 현재 별명은 '코상궁' 또는 '엘리자베스 코델리아'(칼라 두른게 중세 여왕같다고. -.-)죠. 검정 토이 푸들(구름)을 같이 키우고 있는데, 이녀석 별명은 클라우디아... 입니다.

이녀석 집에 처음 왔을때의 일화가 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어와서 쉬를 하고 나와서는 '나 이쁘지' 하면서 어머님 무릎에 올라가 버렸습니다. 이 모습에 어머님께서 결국 항복을 하셨더군요. 이 사진을 찍은 장소는 어머님 주무시는 침대 위입니다. 흐흐흐.

올해 봄에 대장 뒷쪽에 종양이 생겨서 배변이 원활하지 못하길래 서울대 부속병원에서 개복수술을 받고 퇴원하고 나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래서 칼라를 했죠.

여기서 질문. 이 사진에 나온 생명체는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