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선배와 함께 일본 '아키바'에 놀러갔었습니다.
오전내내 비가 오더니 11시 즈음에서 비가 그쳐 다행이었고 비 탓인지 한참 붐빌 아키바가 평소와 달리 약간 한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키하바라 역에 나오면 만나게 되는 메이드 '언니' 들도 두서넛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오늘 나온 목적은 구형 맥모니터를 DVI나 D-sub 아날로그 단자에 연결해 볼 심산으로 젠더를 찾기 위함이었지만, 엉뚱하게도 다른 것들만 잔뜩 사고 원 목적은 이루지 못한채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젠더라는 녀석이 ADC to DVI 컨버터인데 정품이 무려 15만원이 넘는 물건이더군요...간단한 젠더 정도로 생각했었었는데 말입니다.

엉뚱하게 만난 녀석들로는
1. 먼저 텐키입니다.
질문 카테고리에 올렸는데 이 텐키 첫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청축 느낌이 나면서 조금 더 경계한 느낌...자칫 멤브레인 같다는 느낌 마저도 들었지만 확실히 짤깍 거리는 느낌이 있었기에 기계식이라는 확신을 하였었습니다. 가격은 무려 '50 엔' 이었습니다. 득템을 확신한 선배와 저는 각각 2개씩 사었지요. 아직 한 20개 정도가 남아있었는데...과연 기계식일지..지금은 간단한 청소 후 키캡을 세제에 담궈 놓고 내일 깨끗이 닦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2. 다음으로 마우스 입니다.
실험실에 사용할 목적으로 평범한 광마우스 3개 정도를 사려고 뒤지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광마우스 가격이 중고는 300~500 엔 정도였고 새것은 대부분 1000 엔 가까이 되었습니다. 탐색 중, 최적 가격이라고 판단되는 '300 엔' 중고 마우스 판매점에서 우연히 중고 구익스와 MX300 과 비슷한 녀석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예상치 못한 득템이었습니다. 익스가 하나 더 있었더라면 좋을뻔 하였습니다. ^^;

3. 세번째로 키보드입니다.
노상에서 판매되는 것을 유심히 보던 중, 우연히 확장1로 보이는 맥키보드가 보였습니다. 살짝 건드려보니 키감이 뭐랄까...리얼포스 느낌이 난다고 할까..가벼웠었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알후스 핑꾸 스위치의 아오라인가?'..이런걸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조금 당황되었습니다. 아직 한번도 알프스 스위치를 추출해서 교체하거나 하는 등의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해봐야지 맘 먹던 차 마침내 알프스 핑크를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거금 '800 엔'을 지불하고 키보드를 건네받던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그냥 흐뭇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네오텍에 들려서 키캡리무버와 스무스에이드 킷까지 사서 언제 스위치를 추출해서 대리석에 꽂아볼까 하며 기쁜 상상을 하던 중, 키캡을 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절 맞아준 것은 핑크 색 스위치가 아니라 난데없는 흰색 고무였습니다. '이건 뭐지?' 혹시 이 안에 핑크스위치가 숨어있나? 그런 말도 안되는 의문을 품으며 이것저것을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키매냐에서 정보 검색 중 제가 산 것이 핑크스위치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긴 것은 비슷한데 조금 모양도 다르더군요. ㅠㅠ 힘이 빠졌습니다. 스위치 추출도 윤활도 다 귀찮아지더군요. 제가 산 것은 멤브레인이고 확장1이 아니었던 것입니다.(첨부사진 참조) 속은 쓰리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기쁜 상상가운데 서너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랜만에 나가본 아키바는 저녁 쯤 되어 역시나의 아키바처럼 사람들이 붐볐고 역에서 보지 못했던 메이드 언니들도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새로운 가능성도 남겨둔 채 집으로 즐겁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자주 가는 단골집이나 좋은 가게 등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좀 더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정리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아키바행에서는 어떤 물건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 해프닝을 겪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