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kant님이 cherry.nrc로부터
체리키보드 공급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고
글을 올리셨던 거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저도 그 글들 읽다가 욱하는 마음에
체리 본사와 홍콩지사에 항의편지 비슷한 글을
써서 팩스로 보냈었는데요.
그리고선, 이곳 게시판에서 팩스 또는 이멜을
하시는 분들 얘기를 듣고 여러 분들이 움직여주시는구나
하면서 지나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cherry.nrc 사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를 비난하시거나 그런 일은 아니구요.
제가 한 편의 사정만 듣고 올린 글 때문에
체리 본사에서 문제가 되어서
저한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시고 싶다 하셨습니다.

제가 사태에 대해서 객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노라고 주장한 바도 없고,
저는 어차피 아요매냐 고객이요, 키보드매냐 회원으로서
이곳 분들의 얘기를 듣고 그걸 근거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뿐이므로
따로 설명을 들을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몇 차례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같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리고 혹시 이메일로 설명을 주시면 제가 cherry.nrc의 입장을
키보드매니아의 회원님들이 아실 수 있도록 그대로 전달해드릴 수는 있다고
말씀드리기도 하고, 또,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이면 전화로 말씀하시면 안 되겠는가고
여쭙기도 했지만, 굳이 대전까지 내려와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시간을 내기로 하고 모레 오후에 잠깐 만나 뵙기로 했습니다.

다른 일들을 끝내고 조금 전에 집에 돌아와서 제가 팩스로 보냈던 편지를 다시 보니
별 문제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보입니다만,
(아, 한 가지, 전화 도중에 제가 cherry.nrc가 새로 연 회사인 것처럼 편지에 쓴 것이 잘못이고
이 회사는 오래된 회사이며 아이오매니아가 판매한 모든 체리 키보드를 공급해 오던 회사였다는 점을 cherry.nrc 사장님 이 지적하시더군요. 전 몰랐습니다. 물론, 그걸 몰랐다는 것은, 편지에 그 대목이 틀렸다는 점을 제가 인정하더라도, 편지에서 고발하려 했던 주내용은 전혀 다치지 않습니다.)

참, cherry.nrc 사장님은 제가 사태를 잘못 알았다고 인정하고 제가 보냈던 팩스 메시지를 취소하거나 그런 걸 원하시는 건 아니라고 하시네요. 다만, 저를 만나서 제가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면
한국에서 몇몇 유저들이 cherry.nrc를 비난했던 사건은 잘 해결되었다고 보고하실 생각이신 것 같았습니다.

이쯤 되니, 제가 어찌해야 할지 분명치 않은 점들이 있어서, 여쭙는데요.
그냥 얘기 듣고, 아 그랬군요. 제가 몰랐던 점들이 있었네요... 라고 대답드리면, 그 순간 제가 앞서 보냈던 팩스는 사태를 잘 모르고 나선 꼴이 되는 건가요?
그러면, cherry.nrc 사장님과도 논쟁을 해야 하나요?
멀리서 사태를 설명하겠다고 오신 낯선 분하고 말싸움을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저간의 사정"으로 말하면, 제가 아는 거라곤 그분이 겪은 일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터이므로 저는 정보 부족으로 몹시 시달릴 게 뻔해 보여서요....
그냥 다 듣고, 말씀은 잘 알겠지만, 제 생각은 팩스 보낼 때와 변한 게 없습니다 하고 답변드리고 보내드려야 하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요?

참고로 제가 보냈던 팩스 내용 아래 첨부합니다.
(Cherry.nrc, IOMania.co.kr, Kbdmania.net 등의 고유명사를 이탤릭으로 썼던 것 이외에는 원본과 거의 동일합니다.)

Dear Sir/Maam,

I am a Korean who loves Cherry keyboards. Lest you should suspect that I hide behind anonymity, let me begin with my identification: Chanhong Min, 47 year-old male, and a university professor teaching logic and philosophy (Hannam University at the city of Daejun in mid-South Korea).

Please, don’t put this message away, thinking it’s just one meager voice among the astronomical number of keyboard users. This message, I believe, is from one of the small group of thousands of Korean keyboard users who show most active interest in mechanical or high-end keyboards including, especially, your Cherries.

We always gather at a web site called KeyboardMania(www.kbdmania.net), ask questions and answer them, share tips and techniques about various sorts of keyboards, get red-hot news about new products, and talk personal trivia.

A couple of months ago, we’ve heard that you, the Cherry Corp., opened a distribution agency (www.cherry-nrc.com) in Korea, which, surprisingly, is not IOMania(www.iomania.co.kr), who we know opened up a new market of high-end keyboards in Korea, and, for longer than a decade, have taken care of and grown it with impressive enthusiasm. When we heard the news at first, we kept silent, because many of us were not sure if Cherry’s choice was unfair, though it was very clear that it was unfortunate.

Then, some of us were said to have been told recently from IOMania that sooner we could not buy Cherries at IOMania because Cherry-nrc refused to sell Cherry products to IOMania, for the reason, as we’ve been told, that IOMania doesn’t call them ‘Cherry Korea official website’. It’s ridiculous, or laughable at least. Are they really official Cherry Korea officially? Perhaps your new Korean seller does not want to share the market, which would be nothing without a decade’s effort of IOMania.

Your unfortunate choice is one thing; your agency’s refusal to sell to IOMania is another. Some impatient members of Kbdmania even urge that we should boycott Cherry Keyboards. At the moment I have no idea what we choose to do in the near future. We, however, are very sure that very few, if any, will buy Cherries at Cherry-nrc. I warn you that you will lose the bulk of the Cherry market of Korea unless you keep the IOMania distribution channel open wide.

Best regards,

Chanhong Min, a Korean Cherry user.

(화수분 님의 생각에 따라서 개략적인 번역을 붙입니다.)

저는 체리키보드를 좋아하는 한국인입니다. 혹시 제가 익명에 기대어 말한다고 의심하시는 일이 없도록 제 신분을 먼저 밝힙니다: 민찬홍, 47세 남자, 한남대 철학 교수.
이 메시지를 수만의 키보드 사용자 중 한 미미한 목소리로 치부해서 치워두지 마세요. 이것은 한국의 키보드 사용자들 중에서도 기계식 키보드와 최상급 키보드(물론 체리를 포함해서)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수천의 사용자 그룹에 속하는 사람의 메시지 입니다.
저희들은 웹싸이트 키보드매냐에 모여서 질문하고 답하고, 다양한 키보드들에 대한 팁과 정보들을 공유하고, 신상품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서로의 신변잡사를 함께 얘기합니다.
두어달 전에 저희는 체리사가 한국에 대행사를 지정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곳은 아이오매니아가 아니었는데, 저희들이 알기로 아이오매니아는 한국에서 고급 키보드 시장을 개척하고 10년 이상동안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그 시장을 키워온 곳입니다. 우리가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저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체리의 선택이,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였으나, 적어도 불공평한 것이었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후 저희들 중 몇몇이 체리NRC가 아이오매니아에게 체리 제품을 팔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이제 아이오매니아에서 체리를 살 수 없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이오매니아가 체리NRC를 공식적인 체리 코리아로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일, 적어도 가소로운 일입니다. 그들이 정말로 공식적으로 공식체리코리아 맞습니까? 어쩌면 귀사의 새로운 한국대리인은 시장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만, 그 시장이란 아이오매니아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을 것입니다.
부적절한 선택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귀사의 대리인이 아이오매니아에 팔기를 거부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키보드매냐의 몇몇 사람들은 체리키보드를 보이콧해야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지금으로서 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체리NRC 에서 키보드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귀사가 아이오매니아의 유통망을 열어두지 않는다면 귀사는 한국에서 체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