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tipntech&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모드4&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32아하하 지금 무척 들떠 있습니다. 고물이라고 생각했던 제 키패드가 사실 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죠!
재작년에 전 옥션에서 '고장난' 체리 키패드를 덤으로 주는, 조금 낡은 ML4100을 구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 단선이라도 됐으려니, 고쳐볼 요량으로 구입하였는데, 뜯어보니 회로는 깨끗하고 여분의 단자를 통해 연결하면 연결된 키보드는 잘 작동하는 것으로 보아 단선도 아닌 듯 싶어서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쳐박아 두었습니다. 알고보니 3700이라는 제법 이름이 있는 녀석이더군요.
4100의 경우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처음에는 무척 실망하고(낡은 외관에 저는 수명이 다한 녀석인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흘린 듯 무작정 쓰다가, 어느덧 만족스런 메인이 돼버리는 묘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다만 언제나 오른쪽 시프트와 화살표 키와의 간섭, 백스페이스와 홈키와의 간섭, 그리고 텐키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오늘 전 왠일인지 다른 어느 때보다 텐키의 부재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문득 쳐박아둔 키패드 녀석이 생각나면서 청계천에 가져가 볼까? 새로 살까?하는 마음에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시세나 검색해보자는 마음에 정말 오랫만에 이곳 장터에 와서 글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문득 모드4가 안되는 모델이니 하는 말이 보입니다. 일종의 고장 증상일 것이라는 생각에 혹시라도 고장난 이녀석을 고칠 힌트라도 있지 않을까하고 "모드4"로 검색해봤습니다.
두둥.. 아.. 이녀석이 이렇게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ㅠ_ㅠ 뒤늦게 알게 된 죽은 녀석의 막강한 기능에 아쉬움만 더 깊어가면서 흥미있게 모드들을 설명해 놓은 글을 읽던 중. 눈에 들어온 한 줄: "원상태로의 복구(reset)"
갑작스럽게 모든 상황이 머리 속에서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단선도 회로 불량도 아닌 녀석이 동작하지 않던 의혹 > 의외로 복잡한 기능 > 작동 불량이 아닌 오사용의 가능성 > 리셋으로 복구..
흘린 듯 이녀석을 컴퓨터에 연결하니 여전히 넘락키를 눌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녀석. 설명에 나온대로 NumLock+-+Enter를 누르니, 그동안 나의 어떤 시도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넘락불이 차분히 꺼집니다!!

꿈쩍도 않던 아스라다의 부스터가 아스카의 도움으로 작동되던 순간의 하야토처럼 저는 기뻤습니다. ㅠ_ㅠ
넘락키를 누르면 넘락불이 꺼졌다 켜졌다 합니다. 숫자키를 누르면 메모장에 숫자가 써집니다. 식물인간의 멍청한 뜬 눈처럼 원망스러웠던 넘락불이 이렇게 근사한 색일 줄이야.. 특히 키보드의 둥근 그것과 막대모양의 넘락불이 동시에 점멸하는 모습은 데이빗 보위의 짝눈처럼 신비로워 보이기 까지 했습니다. *_|
정말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키보드매니아 회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물론, 모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 Jimmy님께는 special thanks 입니다.)




확인 결과 제 키패드는 모드4까지 되는 녀석이더군요. 모드4를 프로그래밍하는 과정도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넘락키+숫자키를 누르면 우아한 간격으로 점멸하는 등, 저장을 마치기 위해 넘락키를 다시 누르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능청스럽지만 명료한 반응, 키하나로 긴 단어를 재생할 때, 타이핑되는 속도의 유창함. 저는 이런 기계적인 인터페이스에 매료됩니다. ^-^



의외로 본격사용을 하려고 하니 마우스와 키보드와의 간격이 멀어져서 불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쩝.. 방법을 찾아야죠. 이 멋진 녀석을 썩혀둘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