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년만에 본 토익의 충격으로
3일동안 동대문 운동장 중고시장, 황학동 벼룩시장, 용산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득템하면 기분이 나아질거 같아서요;;

3일째 되던날(어제 저녁),
기계식 키보드는 눈씻고 봐도 안보이고 해서 거의 포기 직전이었는데
용산 모상가에서
고장난 부품들이 어지럽게 쌓여져있는 부품수리점을 하나 발견했고
부서진 모니터 밑에 깔려있는 실리콘그래픽스 대리석 보드를 찾았습니다.

시커먼 하우징과 키캡, 자잘한 기스 자국,
불에 탔는지 심하게 훼손된 PS2 케이블..
SGI 900의 상태를 봐서 버린 물건 같기도 해서 그냥 가져가려다가 간신히 참았지요.
(가게문은 닫혀있었고 고장난 부품들은 문밖 통로에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거 같았지만요)

그래서 오늘 다시갔더니 여전히 문이 닫혀있었고
한참동안 가게앞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그동안 고생한 것이 억울해서
(매장문이 닫혔으므로 당연히 안받으리라 여겼던) 간판위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뜻밖에도 수리점 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시더군요.(어디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 키보드를 사고 싶은데 어떻게 지불하냐고 물어봤더니
너무나 싱겁게 그리고 고맙게 그냥 '가지고' 가랍니다.
작동도 되는 것이니 '잘쓰라'는 말씀까지 해주시면서~*


곧장 집으로 가서 키캡이랑 하우징을 깨끗이 세척해서 말렸고 현재 사용 중입니다^^
찌든 때로 검정 대리석 같았던 하우징은 씻고나서 보니 거의 녹차라떼 내지는 송편 색깔이네요.
원래 녹색 제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요.
(전 오히려 이게 더 맘에 듭니다. 아주 빈티지스럽습니다~)

알프스 백축 스위치이고, 윤활이 필요할 정도로 많이 서걱거림에도 불구하고
키캡이 적당히 높아서 그런지 타이핑이 제법 편합니다.
(옆방에서 주워온 애플 확장 2는 키캡이 낮아서 저한테는 불편했거든요)


암튼 여기 가입한지 보름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기계식이 세개가 생겼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