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동안 뭔가 글을 못 남겼더니, 손이 근질근질 해서 몇글자 적어봅니다.

얼마전에 마징카이저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최신 마징가 시리즈입니다.  총 7편인데, 단지 제목이 마징xxx라는 제목만
보고, 끝까지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옛날 마징가를 보기 위해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딱 한번
하는 그 30분 동안의 시간, 그 시간에는 동네가 한산했을 정도이니, 마징가
애니메이션의 위력은 두말 하면 입이 아프겠죠.

쇠돌이, 영희, 아수라 백작등이 나오고, 그레이트 마징가의 남자 주인공도
나옵니다.  마징가+그레이트 마징가가 헬박사+아수라 백작과 싸우는데 옛날
생각이 정말 새록 새록 나더군요.  특히나 흑백TV로 보던 마징가를 다시 보게
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뭏튼 마징가와 그레이트 마징가가 기계 괴물과 싸우다가 마징가가 납치되어,
도리어 기계 괴물로 변형되어 연구소를 반대로 쳐들어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우리의 영웅 쇠돌이는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와중에
숨겨진 연구소를 찾아 가게 됩니다.

이때 쇠돌이 앞에 나타난 것이 마징카이저입니다. 쇠돌이 할아버지가 연습 삼아
만든 로보트가 그레이트 마징가이고, 따로 몰래 정식으로 만든 마징가가 바로
마징카이저입니다. 이름에서 풍기듯이 카이저, 즉 마징가 황제라는 그럴듯한
이름인 것이죠.  즉 그레이트 마징가는 미완성의 마징가인 셈이죠.

실제 마징카이저는 기존 마징가 보다, 훨씬 크고 강합니다.  바디 자체는 무슨
합금으로 해서 더 튼튼하고, 몸속에 장검을 숨기고 있고, 각종 무기도 강력하고
등등...

결론은 뻔하죠.  우리의 자랑스러운 마징카이저는 결국 헬박사와 아수라 백작을
무찌르고, 세계는 평화를 유지한다. 그런데, 애들과 같이 보기에는 좀 민망합니다.

영희의 아기도시락(?) 두개가 꽤 오랫동안 화면 가득히 출렁거리는데, 음 혼자
보았기에 다행이지 옆에 여직원이라도 있었으면...

갑자기 키보드매니아 사이트에 웬 애니메이션 감상평인가 하고 저한테 막 돌을
던질라고 하시는 분들 잠깐만 참아주세요. 이제 부터 본론입니다.

지난주에 보라카이님을 만나서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보라카이님의 강의를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즐겁게 경청을 했다는 것이
더 옳았습니다.  

키보드 공학(?)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강의료 한푼 내지 않고 듣는 것이 좀 찔리긴
했지만, 키보드 하나 만든데 정말 많은 엔지니어들의 땀과 눈물이 필요한 것
같더군요.  특히 기계식 키보드는 더욱더 그런 것 같았습니다.

얘기의 촛점이 체리사의 G80-3000시리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보라카이님이
지적하신 두가지 취약점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체리 스위치에는 원래부터 철판 보강을 염두에 둔 공간이 존재한다. 즉 철판을
   고려하여 스위치를 디자인하였지만, 제조 단가 및 A/S 편이성등의 이유로
   철판을 일부러 제거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2. G80-3000은 여타 다른 키보드와 달리 상판과 하판 분리시 드라이버가 필요
   없습니다.  마치 조립식 프라스틱 모델처럼 간단하게 분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하판에 나사 구멍 네개가 있습니다.  즉 원래는 나사를
   사용하여 보다 견고하게 밀착시켜야 하는데, 역시 제조 단가상의 이유로
   제거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두가지 사항이 추측이긴 하지만, 보라카이님이 지적하신 거라 전 맞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철판 보강이라든지 나사 조립에 대한 것은 이미 보라카이님이 소개하셨기 때문에
넘어 가지만, 확실히 현재의 체리 키보드는 미완성의 제품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판단을 내려 봅니다.  

사실 이러한 점을 발견하신 보라카이님이 대단하신거죠. 저 같은 사이비 기계공학도
에게는 발견은 고사하고, 그냥 단순하게 비싸거니깐 남들 없는 거니깐 하면서
마냥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할텐데...

아뭏튼 보라카이님과의 만남은 저에게 키보드를 사용함에 있어, 또 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음 이쯤되면, 제가 왜 마징카이저를 서두에 끄낸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G80-3000이 프로토타입의 마징가라면, 철판 보강된 G80-3000은 진정한 마징가, 즉
마징카이저가 아닐까 합니다.

몇 주 뒤에는 제 손에 G80-3000의 마징카이저 버전이 있을텐데, 이때 다시 하편을
적어 볼까 합니다.

청색, 갈색, 흑색축의 그레이트 마징가 버전과 마징카이저 버전을 소개해보겠습니다.

PS: 자꾸 쓰다 보니, 보라카이님한테 부담을 팍팍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긴 한데,
    좋은 거 혼자만 알고 있으면 병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적었습니다.
    
    저 너무 미워하지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