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클릭키보드만을 15년 이상 써왔습니다.
집에서만 사용하던 키보드라 별 탈 없이 컴퓨터는 바뀌어도 키보드는 그대로 사용해왔죠.
XT에서 AT로 넘어오면서도 변환스위치의 덕분으로 키보드를 통째로 교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2000년이 되면서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IBM의 모델M이란 키보드를 봤습니다.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
생산년도도 오래된 것인데 그동안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신기한 키보드였죠.
이때부터 제 눈에 키보드란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ㅡㅡ;

주변에 신기한 키보드가 있는지, 특이한 방식의 키보드가 있는지 둘러보고 발견하게되면 일단 구하고 사용하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것 저것 사용하면서 서로 다른 키감을 느끼면서 "이정도면 나도 키보드매니아일꺼야. ㅋㅋㅋ"하면서 나름대로의 만족감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짓을 몇번 하고 나더니 키보드를 느끼고 감상하는 "키보드매니아"라기보다는 "키보드컬렉터"로 변신을 하더군요. ㅡㅡ;
일단 키보드는 최선을 다해 구해놓고 사용은 거의하지 않는... 그런 수집정도의 수준이 된것입니다.
이것을 느낀 순간 크진않지만 좌절감이랄까..무력감이랄까..이런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막상 사용하는 컴퓨터는 3대뿐인데 키보드는 20개가량되니(이것도 수량 조절 한겁니다) 나머지는 그냥 잠만 잘뿐입니다.
17개의 키보드들에게 미안합니다.
물론 이것들을 쳐다보기만해도 기분이 흐뭇하긴합니다만...
역시 키보드는 눈이 아니라 손끝으로 느껴줘야 하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