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kma™ 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첨 글을 남기네요.
때늦은 가입인사겸, 잡담이라고 생각해주세요.
- 스크롤 압박 있습니다. -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지 벌써 햇수로 15년이 되어 가는 군요.. 처음 만져봤던
컴퓨터가 애플이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모델명은 기억이 않나네요.
당시 키보드라는 것은 제게는 단순히 입력기였습니다.
처음 제 소유가 되었던 컴퓨터는 중고 대우 MSX-2000 이었습니다. 뭐 다니던
컴터 학원에서 쓰던 것을 헐값에 처분할 때. 한개 샀었죠. 결국 기판이 타버려서
버렸지만요.(거의 게임만 했네요. 지금 기억으로는 몇천원 하던 팩을 끼워서
게임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TV에 연결을 해서 말이죠..)

그 다음 제손을 거친 것은 93년도에 구입한 80486DX33 이었네요. 아마 가격이
이백만원을 호가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넘을 몇개월 쓰다가 집에 모셔두고
다른 곳에서 자취를 하느라 컴터와 인연을 잠시 끊었었습니다. 약 2년 가량요.
그러다가 95년도 10월쯤으로 기억이 되는데. 붓고 있던 적금을 깨서 바이크를 살까
컴터를 살까 하다가 결국 컴퓨터를 샀습니다. 당시 거금 360만원을 들였었죠..
그녀석 99년까지 내용물 업글 하면서 썼습니다. 나중에 계산을 해보니 800만원이
넘었더군요. 허거...

중요한 것은 여기서 부터 키보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었습니다. 이전에는 키보드는
단순히 IO Device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었으나, 95년 컴을 사면서 부터 부품 선택을
제가 했던지라, 키보드는 당시 첨 나와서 잡지에 오르내리던 마소 네츄럴이었습니다.
살 때 판매원이 세진 또깍이라면서 권했었으나, 잡지에서 본 것은 있어서... -_-;;;;
결국 네츄럴을 질렀죠.. 거금 11만원이었었습니다. 키감?? 글쎄요..

기억에 남은 것은 인체공학 어쩌구 하는 모양세와 서양인의 체형에 맞게 설계된
넓은 키간격의 압박이 심했었습니다만, 이건 비싼거샤.. 저런 싸구리랑은 달라..
하는 자기최면을 계속 걸면서 몇년을 사용해왔었습니다. 사실 2000년도까지 계속
사용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컴터가 서너대 더 바뀌면서 키보드도 몇개씩 바뀌고,
게다가 인터넷이란넘이 발전을 하면서, 원하는 정보에 접근이 쉬워졌는데.. 어쩌다가,
기계식 키보드라는 넘의 존재를 알게되었더란 말입니다.
원흉은 저보다 컴을 1년쯤 일찍 시작한 외사촌 동생이었습니다. 아론의 어딘지 기억도
않날 OEM 모델이었는데.. 그녀석이 그것을 칠때면, 그 소리에 맞춰 정신이 아득해지곤
했습니다. 굉장한 속도로 키보드를 두들겨 대는데... 그 촤라라라락~ 하는 소리란...
녀석의 콜렉션중에 요즘 여기에 한창 뜨고 있는 사과 1 혹은 2일지 모르는 넘이 끼어
있는 것을 기억합니다. 사촌동생은 사실 오에스와 소프트웨어쪽에 콜렉션에 빠져
있었는데요.
이녀석이 어느날 부터인가는 오만 잡컴터를 다 중고로 수집하더군요.. 2000년도에
개인집에 별 이유없이 24포트 스위칭 허브 쓰는사람은 아마 드물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넘 그걸 중고로 사서 사과컴도 하나 어서 구해오고, 뭣도 구해오고 해서
실제 연결해서 돌던 컴터가 5대쯤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제가 95년도에 구입해서
사용하던 컴터두 있습니다. 기증 했더랬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키보드였죠.. 암튼 아론의 그 촤라라라락~ 하던 타이핑음에 홀려
버린 저는 여기저기 새 제품을 구하기 위해 두리번 거리다가 아론 본사사이트에도
기웃거려 보고 했습니다. 결국 구하지 못하다가 몇개월쯤 지나서 용산 어딘가에서
OEM 버젼 아론키보드를 팔더군요.. 당장 구입을 했죠. 아마 2만 5천원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다 좋은데 그 촤라라라락~은 제 타이핑 내공이 딸리는지라,
도저히 재현이 불가능 했습니다.

그러던차에 T모사이트에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을 읽어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허거.. 정전용량 캐퍼시티스위치 타입... 오리지날 아범메케니컬..
궁극[窮極] - 드디어 나왔습니다. 궁극 -의 기계식 절대키감과 궁극의 수명 그리고,
세월의 무상함까지 간직한... 완벽한(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받아들여 졌습니다.)
그날 부터 열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알아보기를 얼마...
결국 구할 수가 없었거 때마침 모 사이트에서 공구를 한다고 하더군요. e-Bay에
창고재고 물건이 떴다면서요. 지체없이 입금을 하고 공구에 참여 했죠.
기다리기를 얼마.. 정말이지 피말리는 시간들이었습니다.(제가 성격이 이상해서
뭔가에 집중이 되면,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것은
아주 죽음이죠.. 그러면서도 젤 좋아하는 취미가 낚시라는 정말이지 상반된 성격이
내재되어 있는 타입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게시판에 공지가 뜨더군요. 알아본 결과 정전용량 캐퍼시티
스위치 타입이 아니라 버클링스프링 타입이었다고, 해서 공구는 취소한다고요. 결국
환불 받고, 얼마후 진행된 넷피니티 공구에 참여 했습니다. 8만 8천원이란 거금을
-당시에는 거금이었습니다. 단순히 멤브레임 방식의 키보드로서는 - 아무 꺼리낌 없이
지르고,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바로 달려가 직수 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누런
무지박스를 열어 만지작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죠.

그것으로 당분간 저의 열병은 나아진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론에서
블랙우레탄으로 제조된 기계식이 나오더군요. 당시 5만 5천원을 투자해서 나오자마자
질럿 신공을 발휘했습니다. 또 역시나 잠시동안 열병을 식힐 수 있었습니다. 전에
샀던 OEM 아론키보드는 동생에게 넘겨졌고, 결국 오른쪽 쉬프트가 눌리지 않는 다고
다른 키보드를 달라고 해서 전에 사 뒀던 마소인터넷 키보드(시골에 있을 때 사서
4만원 쯤 줬었습니다.)를 넘겼고 것두 얼마 않가서 맛갔다고, 그냥 아론을 사용
하더군요. 아무튼 몇번인가 더 열병은 나를 괴롭혔고, 그에 댓가로 나온 것들이
두어가지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맘에 않드는 것들은 바로 처분 해버리고, 친구
한테 분양보내고 하면서 결국 남은 것은 넷피니티(걍 어딘가에 처박아 뒀었습니다.
본전생각나서 도저히 버리지는 못하겠더군요.)와 블랙 아론.. 그리고, 지난해 12월쯤
구입한 마소 무선 엘리트키보드 솔찍히 구분감이라는 면에서는 넷피니티나 여타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보다 좋았으나,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키감이었고, 특정
어플리케이션에서 계속 오타가 발생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넘도 박스로
직행하고, 다음 물품을 수배하던 중 서핑에서 본 사이트를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몇몇 유명했던 고대 악마들과 그에 못지않은 신악마들과의 전투로인해 숙명처럼
처연하게 흩뿌려진 피와 땀으로 뒤범벅되어있는 격전장을요. 더 생각할필요 없이
바로 체리 클릭을 아이오마니아 사무실로 가서 공수해왔습니다. 아론의 힘없는
클릭과의 이별을 기대하면서요. 그러나, 이넘 생각보다 가벼웠습니다. 몇일 사용하다
박스에 봉인시켜 책장위로 보내버렸습니다. 장터에서 구입한 모델 M을 주력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말이죠. 그 강한 반발력 찰칵찰칵 투캉~~ 아흑~
정말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막연하게 그려오던 그 키감..
초등학교시절 친구 누나가 사용하던 타자기의 그 느낌을 매우 근접하게 느끼게
해주기에 녀석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깊숙하게 눌려지는 키 스트로크, 휘어졌던
스프링이 펴지면서 벽을 때려줄 때의 그 상쾌함... 하나하나가 모두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바로 떠나야 했을 것을.. 어느샌가 나도모르게 악마들과의 간접전투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강렬한 혈향에 목말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를 같이해서 오랫동안 컴퓨터와 인연을 맺어왔던 댓가를 지불하라는 오른팔의
요구가 곧 파업을 개시할 것 같이 압박을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책상위에 있던
마소 와이어리스 인텔리마우스 익스플로러를 구석에 짱박아두고 DJ.HAN님의 캔싱턴
뒹그르르를 영입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몇일동안 혈향의 유혹으로 부터 견딜 수
있었으나, 전장에 널리 소문이 퍼져 있던 최신, 최강의 보검이라 일컬어지던 리얼포스
... 리얼포스의 그 강렬한 유혹은 잠자고 있던 전장의 기억들을 일깨우기 시작했고,
"저건 아직 내 레벨과 맞지않아." 라며 애써 진정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미 그 강렬한 포스에 계속 노출되어오던 대뇌는 이미 중추를
마비시켰고, 판단력은 흐려질대로 흐려졌으며, 그로인해 금전의 압박마져도 간단히
눌러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이글을 보고 나서요. '건빵맨님의 마지막 공구 제품중
5분도 쳐보지 않은 89U...'
이미 판단력이 기절해버린 내게 악마는 이렇게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오른팔이 아프지? 스페이스 세이버를 사용하는 거야. 될 수있으면, 키압이 작은 것이
좋을 거야? 어때?" 결국 지갑을 털었고, 한달치 용돈을 몽땅 털어 질러~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리얼포스의 첫 키감은 실망? 후회?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간 도각이는 느낌이
아주 가벼워 악마의 유혹이 완전 거짓은 아니었구나 하고 있었지만, 키캡의 인쇄상태나
게이트자욱, 그리고, 일부 키들의 사출 후 변형으로 보이는 키캡의 고르지 못한 사출
상태 등등은 실망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2주차.. 다른 전사들은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구름위를 걷는 듯하다. 이것이 진정한 포스이다."
그러나, 저는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오늘에야 그 문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직업이 DataBase 관련 쪽 일이라서 사실 속타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거의 통계관련 작업들을 하고 있는지라..
그러다가 오늘 요즘 나는 어느정도 타수를 가지고 있을까? 하면서 타자연습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정신을 집중한 후에 키보드를 다다다다닥 해봤습니다. 장문에선 아직 350타
단문에선 최대 552타(짧은 문장에서 최대 속도가 아니라, 스페이스가 적은 긴
문장에서 최대 속도가 나오더군요. 아직 스페이스나 숫자키에대해 불편함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몇번 연습프로그램을 돌리고 나서야 왜 다른분들이 말하는 그 느낌을 느끼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키를 누르는 습관 때문이었는데.. 기계식을 좋아하다 보니, 키를
힘껏 누르고, 키를 누를 때 손가락의 각도가 많이 구부러져 키를 위에서 찍어 누르 듯
하는 자세를 취한 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약간 손가락을 펴고, 힘을 빼고 최대의
속도로 어루만지듯 두들기자 그 야릇한 말랑함과, 쫀득하게 달라붙는 릴리즈시의 느낌
황홀경으로 빠져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속타가
아닌 상태에서는 제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인지, 아직도 그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네요.

과연 궁극이란 존재할까요? 글자를 풀어보면, 다할 궁에 다할 극자를 써서 마지막이라는
것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키보드가 단순히 입력기기에서
대화상대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궁극.. 절대.. 이런 것은 이미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주변기기들 특히 I/O기기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어정쩡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성격도 한몫 했겠지만, 당위성을 부여한 것은 일본 EIZO사의 광고카피 였습니다.
"모니터는 바꿀 수 있지만, 당신의 눈은 바꿀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결국 모니터도 에이죠로 바꿨네요. 물론 보급형
이었지만, 국내 고급형보다 비싸더군요.. -_-;;;

앞으로 어떤 녀석이 또 괴롭힐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녀석으로 만족을 해야
하겠습니다. 오른팔이 아파와서 결국 이넘을 회사와 집으로 왕복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녀석 더 입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누가 싸게 주실분 없으신가요?

                                         2004년 7월 9일  by Ak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