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빠는 구두쇠다.

절대 함부로 돈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집 가전제품들은 몽땅 다 박물관이다...

혹시 아는가? '드르륵' 테레비를?..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신 애들은 잘 모를것이다.

저~~~~~기 연변 시골마을쯤 가면.. 조선족 가정에 한대 있을까 말까한.....

-_-;;; 그런거 있다..

전원일기 응삼이 방에 있던 테레비를 기억하는가?

-_-;;같은 모델이다...

응삼이가 리모콘 달린 새 테레비로

바꾸기전까진 난 꼭 그 드라마를 시청했다.

나: "엄마... 응삼이가 쓰는 테레비 우리꺼랑 똑같은 거지?"

엄마: "시끄러... 옆집에 들릴라-_-;;"

우상단엔 체널을 바꿀수 있는 손잡이가 달려있고

좌하단엔 볼륨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레버가 있다.

-_-그나마있던 체널 조정 손잡이도 3년전 언니가 치밀한 계획하에

실수를 가장해서 부러트렸다.

언니: "어머.. 아빠~~ 죄송해요... 그만 살살 다룬다는게...

아빠: "어쩌다.... 그랬어...."

언니: "죄송해요..."

아빠: "틈 사이로 손넣서... 한번 돌려봐.. 되나..."

언니: "안돼요... 아빠... 죄송해요...

이제 우리 평생 EBS밖엔 못보게 생겼어요...

아빠가 좋아하시는 스포츠 뉴스는 어떻게 보죠... T T"

아빠: "(음...)"

아빠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눈치빠른 엄마....

엄마: "여보... 이참에 한대 장만 합시다... 산지도 꽤 됐는데.."

언니: "그래요... '설상가상'이란 말도 있잖아요...

이기회에 한대 사요..."

나: "아빠.. 나 리모콘 만져보는게 소원이야... "

아빠: "음....."

아빠는 잠시 심각하게 고민을 하셨다.

(아 드디어 역사가 벌어지는건가?)

아빠는 언니를 쏘아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빠: "(에헴...) 아까 너 '설상가상'이라 했냐?"

언니: "(당황) 예?"

아빠: "설상가상이 무슨 뜻이냐?"

언니: "(어색미소) 아이.. 아빠도 참...

저 고3이예요! 그런것도 모르게요?"

아빠: "그래 뭔데?"

잠시 긴 정적...... 고요~~~~~~

언니: "...........(C발..어디서 줏어 들었더라....)"

언니의 입주위에서 갑작이 심하게 경련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뒤... 눈동자가 빨개지더니...

쓱 일어나서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아빠: "저 X년이! 니가 고3맞아?!"

엄마: "여보 갑작이 왜그래요....? 쟤가 무슨 잘못을 했다구..."

아빠: "(엄마를 경멸하듯 쳐다봤다..) -_-...."

난 순간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지?' 라는 문구가 머리위로

떠올랐고... 나도 조용히 일어났다.

아빠: "야! 설상가상이 뭐야?"

나: "........."

아빠: "너도 몰라?!"

..................

나: "아빠 미워!!!"

난 소리를 꽥 지르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역시 사춘기땐 무조건 화내고 도망치는게 짱이야... -_-V)

그리고 하루가 흘렀다..

밥을 먹고 있었다..

저녁 9시....

테레비에선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 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조용했다....

엄마: "여보 테레비 끌까...?"

엄마는 견디기 힘든 눈치였다.

아빠: "에헴...."

우리들: "........."

잠시뒤 아빠는 방안에 흐르는 정적을 깼다.

아빠: "설상가상 찾아봤냐?"

언니: "(힘없이) 예...."

아빠: "고3이 되서 그런 기본적인 한자성어도 모르면 되냐?"

언니: "......."

아빠: "그래.. 뜻이 뭐라고 하데...?"

언니: "눈위에 또 눈이 온다는 뜻으로... 함박눈을 뜻해요.."

아빠: "-_-*......."

엄마: "안그래도 피곤한애... 쓸데없는건 물어봐서

귀찮게 해요.... 수능도 몇일 안남았는데...

으이구.. 우리딸 얼마나 고생스러워..."

언니: "괜찮아.....(흐믓)"

아빠의 얼굴은 점점 달아 올랐다...

아빠: "함박눈이 뭐 어쨌는데...?"

언니: ".....예?"

아빠: "함박눈이 내린다며...? 그게 뭐?"

언니: "(아닌가..?) ........"

아빠: "그 한자성어가 주는 교훈이 뭐야?!"

언니: "(제길... "눈위에 눈이 내린다"만 읽었는데.. T T

그뒤로 뭐 있었나?) ........"

아빠: "..... 빨리 대답 안해?!"

콩닥콩닥콩닥콩닥...

언니: "그러니깐.... 함박눈이 내리는 즐거운... 상황을..

묘사한... 누구에게...나 눈은.... 행복을....."

아빠가 갑작이 상을 엎었다.

우탕타탕탕탕탕탕

휘리리리리릭 탁! (젖가락 날라가서 문에 꼽히는 소리)

아빠: "내일부터 우리집은... 무조건 교육방송만 본다!

!!!!평생!!!!"

그렇게 해서 우리집은 교육방송만 본다...

언니: "심슨하면 불러.."

나: "응..."

언니: "아.. 심슨도 안했으면...

나 가출했을 지도 몰라..."

나: "나도..."

다행이 심슨이란 사막위의 오아시스를 발견했고......

끝나는 그날까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그리고..

한 5개월 정도.... 흐르뒤

언니가 대학에 떨어지고 아빠 스스로 언니의 뇌가 정상인 보다

심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테레비를 고쳤다... -_-

아빤... 어디서 큼지막한 막도장을 하나 줏어와서

교묘하게 조각을 하신뒤 체널꼽는데에 끼웠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도장을 30바퀴 정도 돌리면 체널 한개가 넘어가는

위업을 달성하셨다.

11번 보고 있다가..

아빠: "버섯아... 6번 틀어라.."

나: "언니 9번틀때도 내가 했잖아..

이번엔 언니가 해.."

언니: "몰라...."

나: "아이씨..."

막내란 이유만으로 체널을 돌리는 무자비한

노역을 시키는건 너무 가옥했다..

11번에서 6번으로 체널을 바꾸려면.. 도장을 무려 150바퀼 돌려야 한다.

나: "낑낑낑낑 30... 31.. 32..."

아빠: "빨리 돌려라... 스포츠 뉴스 다끝나겠다..!"



나: "언니 나 9번에서 교대해줘..."

언니: "... 몰라....."

아빠: "또 부러트릴려거든... MBC에 맞춰놓고 부셔라.."

-_-=b 우리아빤 맥가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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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금성을 아는가?

한때 대우,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자제품계에

한획을 그은 금성...

지금은 엘쥐라고 이름을 바꿔 글로발 기업으로 성장했다.

엘쥐의 예전이름 금성...

한때 엄청난 히트 상품이었던 오케이 세탁기라는 제품이 있었다.

약 80년대 중반쯤 출시됐고

90년대들어 단종됐으며 한번 고장나면 고칠수도 없는

아주 귀중한 기기이다.

내가 1~2살무렵 아빠가 중고로 구입하셨다.

세탁기 본체엔.. 흐릿하게 [**전문대 기숙사 3동]

이라고 적혀있고

그 밑엔... 고길동 스티커가 누렇게 떠서

빛을 바래며 꼴아보고 있다.

고길동 스티커 위엔 어린아이의 글씨체로

"가나다라마바사"가 적혀있다.

곰곰히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는지....

감이 안온다. -_-

난 7살때 까지 세탁긴 원래 뚜껑이 없는줄 알았다.

7살 나: "세탁긴 원래 사람이 볼수 있도록 위는 뚫어놓는거야

바보야..."

친구: "어... 우리집 세탁긴 위에 막혀있던데..."

7살 나: "엄청 후진거구나... 우리엄만 맨날 세탁기 돌리면서...

잘 돌아가나 확인하시는데... 가끔 막대기로 쿡쿡 찌르기도 하고....

너 그리고 탈수할때 얼마나 빨리도는줄 모르지?

그 안에다 손 넣으면 얼마나 시원한데.... 히히

부럽지?"

친구: "좋겠다.. 우리집껀 안그런데..."

7살 나: "(우쭐)"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친구들이 날 따돌리는걸 보고 느꼈다...

친구들: "오지마!"

8살 나: "애들아 미안해... 잘못했어... 세탁기 뚜껑있다고

인정할께....."

그리고 최근...



몇일전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딩동... 딩동

아빠: "누구세요...?"

경찰: "경찰입니다."

아빠: "무슨... 일이시죠?"

경찰: "신고가 들어와서요.. 잠깐 문좀 열어주십시요"

문 열고...

아빠: "...음......."

경찰: "안녕하세요... 2동 파출소 김순경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동네 주민들이 계속 요주변에서



뭘 키우는거 같다고 민원이 들어와서요... 혹시 이집인가 해서..."

아빠: "뭘 키우다뇨?... 음.. (에헴...) 딸 둘 키우고 있소만..."

경찰: "아.... 따님이 아니라... 애완동물이나... 뭐..



그런 종류... 혹시...?"

"꽤액!!!!!! 꺽!!!! 꽥액!!!!! 꺽!!!!!"

순간 경찰이 총을 꺼냈다.

경찰: "뭐얏!"

아빠: "(화들짝)!"

경찰: 이주위 주민들이 근처에서 괴물을 키우는거 같다던데..!

이집 이였군!

당신 도대체 뭘 키우는 거야?!

"꽤액!!!!!! 꺽!!!! 꽥액!!!!! 꺽!!!!!"

아빠: "버섯아! 세탁기 꺼라!"

나: "네~"

그후.....



주민들의 끈임없는 민원에

정부에선 우리집에 세탁기 사용금지 처분을 내렸다.

아빠: "수긍 못해! 내가 내물건을 왜 내 맘대로 못써...?!"

아버지의 똥고집에 장장 수개월간 지역주민들과

혈투를 벌였고... 법정까지 갈뻔한 위기도 수차례 넘겼다...

그런뒤 주민들은 스스로... 아버지의 경의로운 곧은 절의에

조의를 표하며...

주민들 스스로 성금을 걷어

세탁기를 한댈 사줬다.

(변호사 비용보단 경제적이지...)

트롬으로..... 후후

세탁기와의 이별

아빤 우울하다... 뭐가 그렇게 서글프신지... -_-

아빠: "거의 30년동안 봤던건데.. 막상 보낼려니 아쉽구나.."

엄만 신났다.

엄마: "어머어머어머... 뭔 버튼이 이렇게 많다니?

뭐가 세탁이야? ^^"

아빠: "-_- 잘가라 친구!"

그렇게 아빤 정든 세탁기를 집밖으로 옮겼다.

나: "아빠 기운내세요.... 트롬이랑 친하게 지내다

보면 금방 잊혀질 꺼예요.."

아빠: "그래...."

그리고 잠시뒤

세탁기를 밖으로 옮겨놓자 마자 동네 주민 10여명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몰려와서

세탁기를 부시는 의식을 치뤘다....

주민들: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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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Arch-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