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뼈 아픈 기억이긴 하지만, 제가 작년 12월초에 2Km 운전하다가 음주운전으로
걸렸습니다.  혈중알콜농도인가 그거가 0.059였습니다.

저를 잡았던 경찰이 물로 입가심 한번 시켜주고, 힘껏 불라고 했는데 그때
이미 자포자기 상태라 힘껏 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하는 얘기가 면허취소는
되지 말아야 될텐데 하면서 고양이 쥐 생각해주더군요.

수치가 나오자 그자리에서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 어쩌고 저쩌고, 불리한 진술을
어쩌고 저쩌고, 변호사는 어쩌고 저쩌고, 그동안 TV에서 봤던 늘 봤던 장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꺼어억~~~ 근 15년 운전에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아뭏튼 경찰서에 끌려 가서 두시간 가까이 조사 받고 집에 돌아 오는데, 정말
막막하더군요.  그 허전함!  자신에 실망감!  앞으로 내야 될 그 많은 벌금!

더더구나 6시간짜리 교육을 받아야 100일 면허정지에서 80일로 감면 받기도 하고
의무 교육이더군요.  정말 안졸고 열심히 들었죠.  사실 졸 틈도 없었습니다.
졸면 교육이수증을 안준다고 하니...  이게 있어야 면허증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몇달전에 여권이 만료되어, 연장 신청을 했더니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되었더군요.
서류불충분...  6월달 얘기인데, 이때까지 벌금고지서가 안날라 와서 못내고
있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일부러 안낼려고 도망간 것도 아니고, 낼려고 했는데
스스로 찾아가서 내겠다고 하면 그것도 좀 웃기고 내심사 혹시 검찰청에서 잊고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도 좀 했지요.

결국은 여권연장 때문에, 벌금을 내야 겠고 70만원이 필요 했습니다.  허거걱~~~
해피해킹프로를 두개 사고도 남을 돈!!!  엉엉!!!  울고 싶더군요.

이미 집사람은 그래도 큰 사고 안난게 얼마나 다행이냐 하면서 끊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저를 위로 하더군요.  얼마나 고마운지...

그렇다고 생활비에서 빼자니, 못할 짓이구 해서, 결국은 키보드 방출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또 마침 그때 확장1을 구해서 아주 잘 사용하던 때라, 박스에 갖혀서 쳐박혀
있는 다른 키보드 산더미를 볼때 마다 마음이 좀 씁슬하기도 했구요.  
며칠에 한번씩 바꿔쓰는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그것도 좀 지나니 그저 그렇더군요.

최근 2~3개월 동안 방출한 키보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체리 1800 갈색축 : 140,000
체리 빨간불 흑색 :  80,000
울트라 나브      : 130,000
유니콤프101      :  80,000
애플 확장2       :  50,000
세진 1080        :  45,000
IBM 넷피니티     :  30,000 (타일랜드산)
IBM M2           :  79,000
체리 3000 백색   : 130,000 (키스킨 포함)

도합 764,000원이라는 거금이 저한테 떨어졌습니다. 물론 어떤 거는 거의 본전에
어떤 거는 좀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동안 사용한 기간을 생각해보면, 아울러
새로운 경험을 해본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큰 손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더군요.

또한 어차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는 떨어질 수 있을테니, 그나마 이 정도
가격일때 판 것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확장1을 만나기 위한 하나의
필수 과정인 것 같기고 했구요.

검찰청에 가서 자랑스럽게(?) 70만원을 주었더니, 4만원을 돌려 주더군요.
벌금이 66만원이라고... 유치장에 하루 있으면 4만원을 빼준다고 하는데...

엥! 웬 유치장~~~  전 철장에 갖혔던 적이 없었는데...  담당자 왈 처음 경찰서
가서 조사 받았을때를 하루로 쳐 준다고 하더군요.

주위에서 일부 사람들이 저의 음주운전 사건을 아는데, 키보드 팔아서 벌금
냈다고 하니 전부다 뒤집어 질라고 하더군요. 평상시에도 이 키보드 저 키보드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던 사람들인데,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키보드 팔아서 음주 운전 벌금 냈다고 하니... 당사자인 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남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그러면서, 몇달동안 성시훈님의 글처럼 질풍노도의 시간처럼 좋다는 키보드를
구입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저한테는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시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사람한테, 하늘을 복을
내리나 봅니다. ㅋㅋㅋ

혹시 비싼 키보드 많이 산다고 뭐라고 하는 주위 사람들한테, 당당히 주장하세요.
이건 자산이다.  언제든지 현금이 될 수 있는 금덩어리라구.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키보드 팔아서 벌금 낸 사람이 있다고 얘기하세요.  실제 살아서 생존하는
사람이 있다구...  ㅋㅋㅋ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하실 분도 계실 것 같은데, 키보드 팔아서 벌금 내고 남은
10만원은 어떻게 되었냐구?  켄싱톤 스튜디오 키보드 살라구, 마누라 몰래
꼬불쳐 두고 있습니다.  그 화려한 외관에 알프스 클릭이라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남은 돈으로 그거 장만할려고 합니다.

키보드 매니아 분들!!  당당하게 자신의 취미를 즐기세요.  키보드는 자산입니다.

(막상 다 쓰고, 보니 좀 챙피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