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쭉 체리 스위치를 써오다가 몇달 전에 모델엠에 입문했습니다.


하도 모델엠이 최상의 키감이라고 해서 결국 한번 써보기로 했죠.


처음 느껴본 모델엠은 둔탁하면서도 매력적인 소리를 내줬습니다.

그런데 가끔 후기에 보면 "키감이 심심하다" 라는 글들이 있었어요.

며칠 치다보니 무슨 소리인지를 알겠더군요.

철컹철컹 둔탁한 키감인데 뭐랄까.....단조로운 느낌이 좀 나더군요.


그와 동시에 제가 체리 클리어축을 갈축 스프링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는 클리어+갈스프링, 집에는 모델엠을 두고 일을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모델엠보다는 클리어갈스프링이 훨씬 찰진 키감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던중 몇달간 노트북 키보드만 써야하는 상황이 왔었고

하루에 몇시간씩 타이핑을 해댔죠.

잘 몰랐는데 그 기간동안 손가락 근력이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손가락 힘이 매우 센 편인데 더 증가된 것이죠.


그리고 나서 다시 모델엠을 타자해보게 되니

이렇게 좋은 키감이 없는 것입니다.


황당한 것은,

그렇게 찰지게 느껴지던 클리어갈스프링의 키감이 매우 재미가 없어지더군요.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양인들이 모델엠을 좋아하는 이유가 평균적으로 손가락 근력이 더 세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요.


조금 더 증가된 근력에서는 모델엠이 매우 좋은 키감으로 느껴지고

그보다 근력이 덜할 경우에는 체리와 같이 탄성이 조금 낮은 스프링에서 키감이 더 찰지게 잘 느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경향을 보면

무접점, 리얼포스같은 아주 부드럽고 탄성이 약한 키감을 즐기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요.

저같은 경우는 리얼포스도 좋기는 한데.....좀 재미가 없습니다. 손가락 힘이 남는 듯한 느낌....너무 물컹한 느낌 등등이 섞여서요.


하여간 미주쪽에서 모델엠 칭송한다고해서

그게 꼭 한국인에게도 극강의 키감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

각자 자신에게 맞는 키감이 있다는 것이고요.

가끔 모델엠 구매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그래서 종종 있는 것 같고요.


참고로 제가 모델엠 가지고 벼라별 짓을 다 해보는데

여태까지 발견한 극강의 키감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볼트 모딩을 꼭 해줘야 합니다.

2) 구멍이 없는 부분도 공백이 있는듯하면 볼트모딩을 해주는게 훨 낫습니다. 드릴같은 것으로 뚫어서 구멍을 만들어서요.

    볼트모딩된 부분들이 많아서 상판과 하판이 더 단단하게 고정되면 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키감도 훨씬 좋아집니다.

왜냐하면 상판과 하판의 간격에 따라서 스프링 굴절 정도가 미세하게 달라지게 되는데 그게 손가락에서는 꽤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볼트가 없는 부분은 클릭감이 죽게 됩니다.

3) 고무 담요 (blanket이라 부르는)를 없애고 멤브레인과 공이가 직접 닿도록 하면 F모델에 가까운 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저는 블랭킷 없애고 볼트모딩을 최대로 해서 사용중인데 F모델이 부럽지 않은 아주 바삭한 키감을 내 줍니다.

이 때문에 모델 F 복각한 신품을 사려던 계획을 접었습니다. 지금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키감을 보여주거든요.

굳이 300-400불 넘게 들여서 검증도 안된 모델을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사무실의 체리스위치 키보드는 키감이 나쁜 것은 아닌데 증가된 손가락 근력 때문에 좀 심심하게 느껴져서 아쉽네요.


하여간 모델엠을 부품을 바꿔가며 이리저리 개조를 해보다보니 많이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