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키보드라는 주변기기를 놓고 볼 때
독일의 체리와 일본의 알프스가 자웅을 겨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있었던 독일과 일본의 가장 큰 격돌은 바로 카메라였습니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로 따지자면 일본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품질 면에서는 아직도 독일제가 일본제보다 월등하다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각은 체리가 알프스보다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카메라에서는 독일이 밀려서인지 키보드에서는 독일제인 체리가 더 뛰어나기를 희망해봅니다.

세계 카메라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은 아시다시피 일본 메이커입니다.
게다가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탈카메라로 바뀌면서는 이제는 아예 독식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로지 독일의 라이카만이 그나마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일본과 맞대결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아직도 고가를 유지하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전세계를 상대로 카메라를 팔아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일본이지만,
'자국의 메이커에서 만든 카메라를 팔아서 라이카를 사들인다' 라는 소리를 들을 만 큼,
귀중하고 희귀한 골동품 라이카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라이카를 만든 라이츠와 콘탁스를 만든 짜이스 이콘이라는 두 거목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를 최초로 만든 것은 라이츠인데,
하여간 이 두 업체가 카메라를 만들면 일본 업체들은 비슷하게 만들어서 팔았습니다.

그러다가 1953년 라이카에서 'M3' 라는 모델을 출시하자, 일본 업체들은 더 이상의 추종과 모방을 포기합니다.
왜냐하면 일본 업체들은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신기술이 투입되었고,
엄청난 정밀도를 이룩한 카메라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업체들은 독일이 자랑하는 거리계 연동식 카메라를 포기하고
그들이 등한시한 SLR 카메라로 전향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순전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전자기술이 투입되어 사용이 편이성이 높아지고 세세한 부분까지 전자화를 이룩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합니다.
일본에는 어마어마한 군소 카메라 메이커가 있었습니다.
시장원리에 따라서 도태되거나 사라지면서 다 정리가 되었는데,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는 니콘, 캐논, 미놀타, 코니카 등등...정말이지 끈질긴 업체들입니다.

이야기를 다시 라아카의 M3로 돌리겠습니다.
이 모델에는 독일이 가진 모든 기계공업기술이 투입되었습니다.
내부 부품의 호화스러움과 정밀도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일본의 각 업체들이 분해를 위해 어렵게 이 M3를 입수를 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분해를 해야할지 처음에는 알 수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국민학교 졸업 후 근 40년 이상을 카메라 수리만 해 오신 저희 수리실의 사장님도
수리를 시작한지 10년만에 처음으로 이 M3 란 카메라를 분해해보았다고 하는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고만 합니다.

그런 놀라운 독일인의 장인정신이 체리에도 반듯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 있어야 됩니다.
(체리제품과 알프스 키가 적용된 제품을 사용해보지 못했기에 아무런 죄책감없이
이런 글을 올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여간…
키보드가 바뀔 때 주어지는 즐거움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진도 인화물의 품질보다는 손끝에 전해져오는, 소위 손맛 때문에 그 비싼 라이카에서 허우적거리는
장비병 환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키보드도 주유천하를 하자면 비용이 장난이 아니겠거니와
장비병의 전염성이 무척 빠르며 회복하거나 완치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해보시라고 감히 말해보고 싶습니다.


모호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즐거운 키보드 생활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