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zoooz.com의 중고장터란에서 compaq이란 분께
직거래로 구입했습니다.
구입하신 분 말씀으로는 일본의 shop-u라는 싸이트를 통해서
구한 신품이라고 하시는군요.
제가 보기에도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키보드의 TAB키 옆에 칼로 긁힌 듯한 상처가 조금 있네요.
뭐... 쓰는데에 무슨 지장이 있는 건 아녔으므로 무시했습니다.
(파신 분은 박스를 분실해서 없다는 거에 무지 신경을 쓰시더군요. ^^;)

돈을 건네고 키보드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은
우선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써오던 아론논클릭 키보드보다도 무겁네요.
속에 아마 무슨 철판 같은게 든 모양입니다.
도대체 키보드 속에 왜 철판을 집어넣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안정감이 있어보여서 좋았습니다.
여러번 망설인 끝에 거금을 지불한(저한테는 거금.. ^^;)
저로서는 무겁다고 하는 이 첫느낌이 웬지 돈값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어쨌든 키보드에 있어서의 문제는 그 무게가 아니라,
오로지 키감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집에 와서 키보드를 몇번 눌러보고
꽤나 실망을 했습니다.
왜 이 키보드에 그토록 많은 찬사가 붙어있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소리도 심심하고, 감촉도 심심했습니다.
10000원짜리 일반 키보드들에 비해서 결코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 몇배의 돈을 지불하고서 구입할만큼
메리트가 있는 제품으로는 도저히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모델번호의 제품을 중고장터가 아닌
정상적인 경로로 구입하려면 일본의 전문싸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만약 그렇게 구입한다면
제가 산 가격보다 적어도 몇만원은 더 주어야 할 겁니다.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고 하다가
하마터면 거의 내다팔 뻔도 했지만
겨우겨우 참고서 사용한게 이제 일주일정도 되나요.
그동안에 이 키보드에 친해지기 위해서 무지 노력했습니다.
이 키보드는 박순백님이 무조건 사라고 권유한
엄청 유명한 키보드다.. 설마 나이드신 분이 거짓말이야 했겠느냐... 하는
마인드콘트롤부터,, -.,-;
그동안 안쓰던 타자프로그램을 깔고서 매일매일 꾸준한 연습까지..

그러다 보니까 이제야 이 키보드의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지금 제가 이 허접한 사용기를 올리는 이유라고나 할까요.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은 컴팩의 이 키보드는
명성을 믿고 구할만한 그런 물건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는 실용적인 가치가 더 크다고나 할까요.
제가 느끼기에 이 키보드의 키감에 무슨 특별한 매력은 없는것 같습니다.
차라리 제게는 아론의 기계식 키보드가 훨씬 재미있더군요.

다만, 타자가 적어도 400타 이상 되는 분이라면,,
어떻게 눌러도 정확히 반응해주는 이 키보드의 실용성이
꽤 놀랍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키를 빠르게 눌렀을때 알게되는 정확하고 빠른 반응,
살그락살그락 소근대는 듯한 소리(자세히 들어봐야 들립니다)
낮은 키피치,
묵직한 그 무게에서 오는 안정감 등등이
제가 권하고 싶은 이 키보드의 장점인듯 싶습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의문이 느껴지지만,,
모델명까지 애써 구분해서 어렵게 구할만한
그런 뛰어난 재능이 이 키보드의 어디에 숨어있다는 것인지..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이제야 밝히지만, 제가 키보드를 구한 가격은 70000원 입니다.
전소현님이 공수해오신 키보드에 비해서도 꽤 비싼 가격이네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기계식도 아니고, 트랙볼이 달린 것도 아닌 그저 보통의
키보드에 지불되기엔 그 가격이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되고 보니 전소현님의 그 치코니 OEM이 한번 만져보고 싶어지는 군요. ^^;

허접한 소감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