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오후 7시. 모임장소인 작가폐업에 일찌감치 자리잡은 DJ.HAN과 kant의 표정에는 무시무시한 고뇌가 떠올라 있었다.

"설마하니 두명은 나오겠죠?"

"그렇겠지."

"...한명도 안나오면 어쩌지?"

"...그때가서 생각해보자."

그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UltraNav 사용기로 수많은 키보드 매니아를 흥분시킨 Yong님께서 작가폐업을 찾는 전화였다. 긴장과 흥분의 순간,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Yong님. 목표량 50%(?)를 달성한 DJ.HAN과 Kant의 얼굴은 순식간에 환희에 차올랐다.

"(감격의 눈물과 함께) 정말 잘 나오셨습니다!"

.... Yong님의 등장 이후로 장지현님, X누는데12초님, minki님, moai님 등이 나오셨습니다. 애초 예상을 200% 초과(?)한 참석율에 DJ.HAN과 kant는 나란히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져들었습니다. 하늘이시여, 감사하나이다!

그리고 참석해주신 분들은 하나씩 지참해 온 키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Yong님의 UltraNav와 붉으딩딩 마우스, 쫄쫄이 키스킨은 과연 놀라웠습니다. 팬터그래프 방식 노트북 키보드의 지존, IBM의 실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키보드였습니다.
장지현님이 직접 개조한 아론 넌클릭 키보드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경박하면서도 손맛이 무거운 아론 클릭 키보드가 이렇게 상큼한 손맛으로 바뀔 줄이야. 이 손맛을 찾아내기 위해 키 스위치를 하나씩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은 장지현님께 어찌 박수를 아끼겠습니까.
X누는데12초님이 갖고 나온 세진 기계식 키보드. 옛 추억을 새록새록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과연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잘 어울렸습니다.
minki님의 MS 내츄럴 프로 키보드는 멤브레인+러버돔 키보드답지 않게 상당히 멋들어진 키감을 뽐냈습니다. 4년인가 5년을 쉼없이 버텨온 관록이 그대로 느껴지는 키보드였습니다.
moai님이 들고 나온 애플 스탠다드 키보드는 옛 알프스 넌클릭의 맛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신품'이었습니다. 엘렉스가 망할 무렵 트럭으로 떼온 '신품' 애플 스탠다드 키보드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설명하는 순간, 속에서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난 왜 그자리에 없었을까!

그러나 토프레 리얼포스 101의 등장으로 모두의 가슴에서 뜨거운 불길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결혼하신 분들은 한결같이 한숨만 쉬었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망설임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번민에서 헤어나지 못한 분은 X누는데12초님. 조금만 더 펌프질을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최고 압권은 여타 노트북 동호회를 압도하는 '키보드 탑쌓기'. 조선반도 사상 최초로 시도된 키보드 탑쌓기의 위용은 말로 설명이 안됩니다(너무 과장이 심한가?). 어쨌건... 재밌었습니다.



작가폐업을 나온 다음엔 2차로 삼겹살을 구워먹었습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두터운 삼겹살을 마주하며 키보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IBM 모델 M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키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마악 끝날 무렵에는 키*리의 제작자 남궁윤씨가 뒤늦게 참가했습니다(컴팩 29433-001은 왜 안가져왔냐!).

비록 moai님의 차가 견인당하는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모임 자체는 별 탈없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모인 분들끼리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다음번 키보드 파티 때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20개 이상의 키보드로 키보드 탑쌓기를 하기를 바랍니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키보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DJ.HAN -

PS : 모임 사진은 사진 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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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for glorious tomorrow!
해피 키보딩딩!!!  Happy Keyboardingding!!!

 - DJ.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