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빴습니다.

남들 보기엔 저는 평범한 월급쟁이겠지만 저는 저 자신을 소설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시간 날 때마다 글을 끄적이다보니 다른 데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가끔 가다가 키보드매니아에 들어와 쪽지를 확인하고, 서버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기능을 업뎃하고, 간간히 PHP 코드를 수정하고, 가끔 글을 올리고, 스팸 글을 무자비하게 삭제하고 스패머의 엉덩이를 걷어차 내쫓고 IP를 차단하는 정도가 고작이었죠.


음, 키보드매니아는 키보드 동호회입니다. 동호회는 우리 운영진만의 것이 아닙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의 것입니다.

하지만 동호회를 유지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시간과 노력이 들고, 돈이 듭니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키보드매니아에 붙어 있는 구글 애드센스 광고로 얻은 수익으로는 트래픽 비용도 감당하지 못합니다. 키보드매니아보다 규모가 큰 동호회들은 트래픽 비용의 압박에 시달리는 한편, 동호회를 위해 봉사할 운영진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관리할 부분도 그만큼 많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대규모 동호회들은 부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고, 이 수익으로 서버 비용,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는 동시에 운영진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보상을 해 주곤 합니다. 한마디로 사업화되는 거죠. 이미 국내에는 디씨인사이드나 SLRClub처럼 사업화된 커뮤니티가 여럿 있는데, 이들 커뮤니티는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업체로부터 받은 커미션이나 배너 광고로 얻은 광고 수익 등으로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 대해서 특별히 뭐라고 하고 싶진 않습니다. 커뮤니티 사업화로 회원들에게 안정적인 서버와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건 회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운영진도 자기가 좋아하는 커뮤니티 관리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하지만 키보드매니아는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서버 비용이나 트래픽 비용은 kant가 개인 돈으로 거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보태는 정도죠. 동호회 운영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제가 전담하고 있지만, 그걸 빌미로 동호회 운영자금에서 일부를 착복한다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동호회 운영자금이란 게 존재하질 않으니까요. 아예 없습니다.

예전에는 저희 운영진이 직접 공동구매를 추진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안 하고 있습니다. 배너 광고로 광고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쪽으로 욕심 부린 적은 없습니다. 키보드매니아 왼쪽 메뉴 아래 붙어 있는 배너 광고는 모두 공짜로 붙여드린 겁니다(OTD에서도 요청을 해 왔더라면 붙여 줬을 텐데, 이상하게 전혀 요청이 없더군요).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분들에게 커미션을 요구한 적도 전혀 - 단 한 번도 없습니다. 

kant가 사장으로 있는 아이오매니아 뉴스만 줄기차게 올리거나, 아이오매니아 제품 광고만 줄기차게 하거나 한 적도 없습니다. 사업은 사업이고, 동호회는 동호회니까요. 여기서 돈 벌이 할 생각이 있었다면 위에 언급한 짓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해치웠을 겁니다.


그리고 공동구매나 공동제작에 관해서는 좀 더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앞서 언급했듯이 운영진 주최 공동구매는 작년 9월에 공구 이벤트가 불의의 사태로 중지된 이후로 더 이상 안 하고 있습니다. 운영진 입장에선 남는 거 하나 없이 진행하는 건데, 옆에서 자꾸 딴지가 들어오면 불쾌하기만 할 뿐이니까요. 안 하는 게 저희도 속 편합니다. 다만 업체 협조로 무료로 키캡이나 키보드를 선물하는 정도의 이벤트를 간간히 진행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회원 명의 공동구매나 공동제작은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개당 2~30만원짜리 키보드를 공동제작하는 경우, 2, 30명만 공제를 신청해도 총 금액은 천만원 가까이 됩니다. 만에 하나 사건이 터지면 피해금액 천만원짜리 사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정식 사업자로 전환해 홍보 게시판을 이용할 것을 권유하는 겁니다. 그 편이 훨씬 깨끗하니까요.


사실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실망스러웠던 순간은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꽤 예전 일입니다만 제로보드 보안 문제로 공개적으로 게시판에서 도움을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조언을 주신 분이 딱 한 분 계셨습니다. 키보드매니아에는 웹 개발자 분들도 많이 계신 걸로 아는데.... -_-;

뉴스 게시판은 회원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kant 외에는 뉴스를 올려 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더군요. -.-;;

그리고 얼마 전에 운영진을 추가 모집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역시 아무도 지원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솔직히 정말 눈물 나더군요. T_T


그래도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천하의 개쌍놈 취급받는 것도 꽤 익숙한 일이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익숙해진 일일지라도 당할 때에는 굉장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저나 kant나 키보드매니아를 운영하면서 크고작은 자잘못은 무수히 저질렀겠지만 - 이를테면 서버 용량 문제로 게시글을 예고 없이 날려먹는다거나 (-.-;) - 특별히 남에게 꿀릴만한 짓을 한 적은 없습니다. 회원 여러분 중에 운영에 도움을 주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운영진으로 지원하시면 될 것이고, 공동구매를 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공구 신청을 하시면 될 것이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분은 빙빙 돌리지 말고 공개적으로 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상이 제 입장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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