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관리자 운영직을 맡고 있는 Sad Nova™ 입니다. 요즘 활동이 뜸하여
제 존재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부로 키보드매니아를 탈퇴하며, 동시에 운영진 권한을 반납함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정초부터 달갑지 않은 글이 되겠군요. 물론 이 글은 kant님,
DJ.HAN님과 사전 상의되지 않았습니다.



탈퇴 이유는
  - 제가 추구하는 사이트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 운영방침 또한 제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나 다르게 흘러가고 있으며,
  - 운영진으로써의 제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더이상 무책임하게 지켜볼수만 없어 운영진을 포기하며, 동시에 회원탈퇴
합니다. 더불어 제가 관리해오던 IRC채널 #kbdmania도 멋진 회원님에게 권한을
양도하였습니다. 앞으로 잘 관리해주시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상 어디든 그렇겠지만, 키보드매니아는 잘 포장된 겉면과 또 다른 부패한 내면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유달리 어두운 속모습을 치유하기 보다는 덮어놓고는
눈가리고 아웅 하는 듯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잠시동안은 괜찮겠지만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 더 큰 상처로 곪아 터질수도 있겠지요. 키보드매니아의 탄생배경과
유지되는 목적이 그러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도 되구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잘 나지 못한 제 자신을 탓하며 많은 추억이 서린 이 곳을 등지고 떠납니다.
앞으로 저처럼 고지식하고 성격이 모난 운영자가 아닌, 훨씬 넓은 가슴을 가진
훌륭한 운영진이 새로 들어와 제가 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해준다면 무언가
아쉬운 제 가슴에 아주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 회원님들 모두가 운영진처럼, 아니 내집처럼
내 식구들처럼 생각하고 서로를 아껴준다면 굳이 운영진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아름다운 사이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동안 제가 남겨왔던 글, 댓글 등의 발자취는 더이상 이곳에서 찾으실 수 없을겁니다.
나중에 인연이 닿는분이 계시다면 조촐하게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웃으며 지난날의
담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03년 유령회원으로 시작하여 오늘까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해준
키보드매니아 사이트에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마다 건승하기를 기원합니다.

한사람을 가장 적확히 드러내는 것은 그 사람의 용모나 말이 아니다.
그 사람이 쓴 글이다.

                                                                - Gustave Flaub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