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급(...)지른 레이저 데스에더 크로마(마우스)를 수령하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잠시 리더스키에 또 들렀습니다.

(출근 도장 찍는 기분이네요. 이것도 용산이 지하철로 30분 정도 거리인 것의 여파인건가......지갑이 위험해!)

원래는 피씨기어도 들르려고 했지만, 최근 출장을 가셔서 가게 문이 닫혔다는 비보를 접하고 오늘은 리더스키만 들르기로 했습니다.





제 인생축이 뜻밖의 조우로 인해 흑축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운명이 저를 이끌어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과 함께 오늘의 타건 목표를 되새겼습니다.


'정전용량 무접점 애들을 최대한 가까이 해본다' (45g vs. 55g)


그 생각을 가지고 제일 먼저 앞에 앉은 것은 타입헤븐 104키였습니다. 타입헤븐이 45g 키압을 갖고 있고, 토프레의 그것을 상당부분 사용한 제품(but, 중국 생산)이기 때문에 당장 접할 수 없는 45g 균등 제품에 대한 일종의 대조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음...타입헤븐에 대한 제 감상은 확실히 리얼포스의 마이너판이기는 한데, 타입헤븐 역시 리얼포스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ABS 키캡이지만 쓰여있는 걸 보기 전까지는 ABS 재질인 것을 몰랐을 정도로 고품질이었습니다. 다만......디피 제품은 WASD키와 방향키가 연보라색이어서 아주 깼습니다.


다음은 같이 놓여있는 해피해킹 프로2. 그런데 무각 블랙 제품이라 헉! 스럽더군요. 도...도대체 어떻게 타건하라는 거지? 측각은 그나마 살짝씩 보고 치면 되지만, 무각에 특이한 배열인지라 표준배열만 사용하던 사람한테는 이게 웬 괴이한 키보드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딱 잡자마자 호오...요것봐라? 싶은 타건감이 있었습니다. 키매냐에서 대구촌놈 님이 분석하신 리뷰를 일전에 읽어보았는데 해피해킹은 리얼포스, FC660C와의 대결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확실히 가볍습니다. 뭔지 모르게 가볍고 편해요. 이 느낌을 그대로 리얼포스의 그것에 이식한 제품이 있다면 정말......


옆에 있던 FC660C도 만져보았습니다. 리더스키에 디피된 그레이와 화이트 제품의 느낌이 다르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확실히 둘은 달라요. 그레이 제품이 윤활된 것처럼 보다 부드럽고 화이트가 신품의 느낌과 비슷했죠. 그레이 제품이 좀 차분하게 도각거린다면 화이트 제품은 길이 덜 들었는지 훨씬 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또 개인차에 따른 호불호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 될 것도 같았죠. 그래도 어딘가 나사빠진 듯한 리얼포스 하이프로나, 앞서 봤던 타입헤븐의 그것보다는 훨씬 정전용량 무접점의 이미지에 가까운 편이었습니다. 잘 만든 제품이 맞습니다. 미니 배열이 편하신 분, 노멀한 방향키를 원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FC660C 추천할만 합니다.





이제 옆라인으로 넘어와서 리얼포스 하이프로. 키캡이 특이한 원통형 형상이라 손가락을 잘 빨아들이는 맛이 있다고 많이들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제 타건 습관-키를 쓸어내리듯이 타건하는 습관과는 많이 이질적이어서 탈락. 물론 타건감은 45g의 그것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정도의 대조군 역할로써는 나무랄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좀 디피된 제품이 많이 올드해 보이는 느낌이......


그리고 이제 선택의 시간, 진짜 리얼포스 제품군을 타건해 보았습니다. 리더스키에 디피된 제품은 10주년 55균등 87키 / 저소음 차등 87키 (블랙) / 저소음 차등 106키 (블랙) / 차등 화이트 4개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소음 차등 vs. 55 균등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새끼 손가락을 많이 쓰는 정타법에 가까운 타법인데다 약지도 잘 움직이는 편이라 차등이 의외로 타건해보니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있었습니다. 다만 차등이라면 저소음 차등을 사야할 것 같은게, 일반 차등은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옆에 저소음 차등이 텐키리스/풀배열이 같이 있는 형태라 차등의 메리트가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55 균등은 흑축 유저인 저한테도 상당히 큰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괜히 55 균등이 무겁다고 하는 게 아니더군요. 타건하는 순간 덱 청축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귀르가즘이 온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별천지에 온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그 특유의 조금 낮은 듯한 도각도각도각도각......정말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엄청납니다. 개인적으로 청각과 촉각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균등인 것 같습니다. 45 균등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는 물론 "대조군"이란 차이는 감안해야겠지만 저한테는 45 균등이 너무 가벼운 느낌이랄까요.


반면 저소음 차등은 굉장히 편안합니다. 제 손에 키보드가 붙어다닌다는 느낌이랄까요. 새끼 손가락-약지 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라 그쪽이 30g 키압이 걸려있어 지금껏 쉬프팅으로 혹사당했던 새끼 손가락이 호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저소음 옵션이 붙어있어 일반적인 타건을 하는데도 소리가 1/2 정도로 확 줄어버립니다. 타건감은 어느정도 유지하면서 말이죠. 다만, 디피된 87키 저소음 차등 버전의 경우는 백스페이스 키가 뭔가 잘못된 느낌입니다. 고장이 났는지(!!!) 소리가 너무 커요. 106키 저소음 차등 버전의 경우는 그런 이슈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106키의 경우 밑의 흡음재?가 빨간색이라 올 블랙 키와의 조화가 좋고 훨씬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금액 상관하지 않고 지를 수 있다면 106키 저소음 차등을 아마 그 자리에서 질러버렸을 겁니다.




한동안 타건하고 나와서 참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선택지를 줄이려고 갔는데 오히려 선택지가 저소음 차등 vs. 55 균등 vs. 45 균등의 3파전(...)이 된 터라 거참......


다음주에는 피씨기어 사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신다면 피씨기어에서 한번 타건을 더 해봐야겠네요.


이상 짧은 리더스키 무접점 탐방기였습니다.

미니배열 키보드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