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통닭님의 글에 댓글로 달다가 자꾸 길어져서 글로 남깁니다.


저는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를 이제는 쓰지 않는데 러버돔의 고무를 짓누르는 느낌은 쓰면 쓸 수록 손가락에 피곤함을 주고 갑갑한 느낌이 있어 쓰기를 꺼립니다. 물론 멤브레인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시는 분들 중에는 조금 쓰시다가 금방 방출해버리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멤브레인 키보드가 더 쫀득하고 키감이 더 좋고 하시면서 기계식 키보드에 금방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더 들여서 기계식 키보드를 쓰시다 보면 '쫀득' 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키감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시게 될겁니다.


러버돔이 아니라 스프링이 탄력을 주기 때문에 손가락에 착 달라붙어서 약간의 반발력을 주면서 지체 없이 키캡이 손가락끝을 따라 올라오는 느낌.

고무가 접히면서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라 어느 임계점에서 갑작스럽게 압력이 변하면서 시작되는 선명한 구분감.(물론 리니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슬라이더가 스위치 하부 하우징을 때리면서 들리는 '다각' 거리는 소리의 경쾌함.

고무를 짖이기는 것이 아닌 바닥을 치면서 전달되는 진동에서 느껴지는 청량감. 등등등...


그 외에도 기계식 스위치에는 다양한 것들이 숨어있고 쓰면 쓸 수록 예민하게 느끼게됩니다. 그리고 그것에 상당한 만족감과 중독증상 같은 것을 느끼게 되실 것입니다. 1만원 짜리 멤브레인을 쓰시다가 기계식 키보드를 쓰면 많은 분들이 그 바닥을 치는 소리에 놀라십니다. 대부분 씨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솔직히 마제나 FC200R ... 씨끄럽죠...) 그런데 한달만 인내심을 가지고 써보시다가 다시 멤브레인을 써 보세요. 그러면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슬라이더가 고무를 짖누르면서 느껴지는 둔탁함이 느껴지실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맘에 들수도  있고 안들수도 있겠죠. 개인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최고라고 여기시는 리얼포스나 해피해킹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제품이기는 하지만 키감의 면에서는 일반 멤브레인 러버돔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개성이 없다는 면에서) 물론 고급의 키감을 선사하지만 기계식 스위치 만큼 다양한 개성을 느끼게는 해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러버돔의 경화는 빠르게 진행됩니다. 리얼포스부터 사서 '나는 최고 키보드 샀다. 이게 최고구나. 이제 키보드는 끗~' 하는 것은 좀 성급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많은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느끼고 발견하면서 사용하는 재미가 좋습니다. 키보드에 애정도 가구요. 스위치에 따라서 보강판의 유무에 따라서 키캡의 재질에 따라서 하우징의 설계에 따라서 기타 등등의 많은 변수들이 있고 제각각 독특한 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매냐에서 그에 관한 많은 즐거움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으니 함께 나누고 즐기고, 또 다른 키보드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장터를 이용하시면 어떨까요?


※ 쓰다보니 뭔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네요.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티탄으로 하길 잘했지~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