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로그래밍이 직업이다보니, 남들처럼 이런저런 키보드를 섭렵하게 되네요. 직업병인가봐요.

키보드 취향은 지금 생각해보니 아래와 같이 정리가 됩니다.

  • US배열 미니키보드(가급적 영문). 텐키는 효율적인 오른손 동선의 적!
  • 그중에서도 ESC키가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있는 것. 
    손이 작고, 작업할때 거의 vi 만 쓰다보니 생긴 취향인데, 리얼포스 87같은 배열은 ESC가 너무 멀어서 왼손을 들어 옮겨야만 누를 수가 있더라고요.  vi의 Ctrl + [ 는 적응에 실패했습니다 ;-) 
  • 키스트로크가 짧고 키압이 낮은 것. 힘들이지 않는 타이핑을 선호.
  • CapsLock 은 무조건 Ctrl 로 맵핑.
  • 한영전환은 무조건 Shift+Space.
  • Del키 사용안함. BackSpace만 사용.

리눅스, 윈도우, 맥북 다 쓰고 있고, 작업은 주로 리눅스에서 해서 펑션키는 자주 쓰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윈도우 쓸 때는 있으면 편하더군요. 윈도우키는 거의 쓰질 않아서 없어도 무방하지만, 맥에서는 커맨드 키가 필요하니까 있어도 상관없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회사 사람들도 다들 프로그래밍을 하니까 키보드가 천차만별인데요. 리얼포스는 나름 흔할 정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키보드 취향이 다르니 만져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현재 남아있는 키보드는 3종류입니다.

1. BTC 6100 

이건 집에 하나, 회사에 하나 2개 갖고 있습니다. 신형이고, Emprex 버전은 아닙니다. 학생때 별생각없이 하나 샀다가, 오! 하고 한개를 더 샀지요.

만져본 펜타그래프 키보드 중에서는, 애플 무선 키보드와 함께 최고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저는 IBM 울트라나브보다 이게 더 좋았습니다.

일단 배열이 US배열이고, 있을 키는 다 있으며, 키압이 적은데도 구분감이 확실하고, 소음이 적습니다. 덤으로 CapsLock 과 Ctrl 키 키캡이 동일사이즈라 바꿔낄 수 있지요 ;-)
현재도 둘다 손목부분 하우징 도색이 벗겨져서 하얗게 되었지만, 아마 키캡 실크인쇄가 다 닳아 없어질때까지 쓸 것 같습니다.
Emprex 6100도 몇개 쳐봤습니다만, BTC버전에 비해 타자 감각이 많이 딱딱하더군요. 두개 사놓길 잘한 것 같아요.
리눅스에서도 매우 좋습니다. 우분투 기본 창 이동 단축키가 Ctrl+PgUp/PgDn 인데, 엔터키 바로 오른쪽에 PgUp/PgDn키가 있어서 창을 하나씩 이동할 때 매우 편합니다.

단점은 하우징 도색이 잘 벗겨지고, 실크인쇄의 내구성, 그리고 펜타그래프가 대부분 그렇지만 치다보면 가끔 질릴 때가 있다는 것 정도?


2. 체리 ML4100

베이지 투톤 직선줄 실크인쇄 윈키리스 버전입니다.

신품으로 샀는데, 정말 너무나도 서걱거리고 뻑뻑해서 눌렀는데도 입력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화가 나더라고요. 정확히 키캡 중앙을 치지 않으면 키가 종종 안 눌립니다. 이건 경험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 같네요 ;-)

도저히 일할 때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집에 두고 가끔씩 쓰면서 길들여보자는 마음으로 2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매우 좋아하는 키보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장점은 타이핑하는 느낌! 서걱거리는 게 없어지고 길이 들면, 짧은 스트로크의 리니어 스위치인 ML스위치의 감각은 정말 독특하고 즐겁습니다.
ML스위치의 키스트로크가 짧아서, 펜타그래프만은 못해도 소음이 적고 보통 키보드보다 타이핑할 때 힘이 덜 듭니다.
펑션키가 있고, BTC6100 처럼 PgUp/PgDn키가 엔터키 바로 오른쪽에 있는 것도 좋아요. 키보드 크기가 작아서 공간을 덜 차지하는 것도 장점.

가장 큰 단점은 신품을 사면 길들기 전까지는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네요.
키 위치가 약간 독특한 것(~키(Spacebar 옆), 그에 따른 left Alt키 이동, 희한한 위치에 있는 Ins,Del키),  실크인쇄 코팅이 없어서 잘 지워지는 것(타이핑이 많으면 머지않아 무각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키캡크기가 표준보다 조금 작아서 손이 크면 불편할 것 같아요.
또 펜타그래프에 비하면 키압이 좀 높습니다. 이걸 분해해서 스프링을 모두 개조하신 용자님의 글도 보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지만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승화 키캡이 있다는데, 지금 쓰는 실크인쇄 버전은 무각이 되도록 계속 쓰고, 승화키캡 버전으로 하나 더 갖고 싶은 키보드입니다.


3. 해피해킹 라이트 2

이건 자주 쓰질 않지만 가지고는 있습니다. 기분전환용으로 가끔씩 연결해서 씁니다.

멤브레인이긴 하지만 저렴한 키보드보다는 키감이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저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피해킹이니까요. Ctrl 키 위치를 CapsLock 자리에 놓은 키보드는 해피해킹이 효시일 것 같은데, 맞나요?  ESC키 위치가 가까운 것도 좋고요.

제게 가장 큰 단점은 키배열이 US가 아니라는 것이었는데요. BS키와 \키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이 제일 불편하더군요. BS를 쳤는데 \나 `가 입력되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됩니다. (아마 이 키보드에 적응하면 다른 키보드들을 못 쓸 듯하네요.)  일반키보드 높이라서 편하게 쓰려면 손목받침대가 필요할 것 같고요.
덤으로 제 키보드는 스페이스바를 살짝 누르면 입력이 잘 안될 때가 있어 잘 안 쓰게 되네요. 이거 어떻게 고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etc.

별도 키보드는 아니지만, 맥북에어 키보드는 BTC6100과는 다른 의미로 매우 훌륭합니다. 키압이 매우 낮은데도 구분감이 있고,  키캡이 보들보들한 것이 타이핑 느낌이 좋습니다. 애플 무선키보드도 맥북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느낌이던데, 맥북을 거치해놓고 쓰게 되면 하나 구입할 생각이 있네요.

그밖에 필코 마제스터치 텐키리스 넌클릭,  리얼포스86 같은 것들도 써 봤는데,  제게는 너무 먼 ESC가 불편해서 결국 방출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 그리고... 오늘 FC660C를 질렀습니다! 

결국 정전용량 키보드로 가게 되네요 ;-) 새 키보드를 기다리는 마음은 항상 설렙니다 :-)
키감은 대충 리얼포스와 비슷할거라 예상하고, HHKL보다는 쉽게 적응하기를 기대합니다.
(한가지, PgUp/PgDn 이 있으면 좋을듯한 자리에 Home/End 키가 있는데, 리눅스에서 편하게 쓰려면 맵핑을 해야 할까 싶습니다) 


딴일 하면서 짬짬이 써내려가는데,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네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키보드를 바꾸는 맛은 키보드매니아들만 느끼는 즐거움이겠지요.
졸필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May the force of the keyboard be with you!


Leopold FC660C low noise ver.

HHKB Lite 2

Cherry ML4100

BTC 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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