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대부분의 최근 키보드들은 고가형이라도 복잡한 스테빌라이저를 빼고 제작 편의성을 위해
가장 많이쓰는 엔터키를 짤막하게 줄여버리는데
물론 처음부터 짤막한 엔터키로 시작하는 요즘 세대는 어떤 불편인지조차 모르겠지만
키보드를 처음쓸때 굽은 엔터키로 시작한경우는 아무리 오래써도 적응 불가네요.
광축 중에서 굽은 엔터키 모델로 쓸만한거 있을까요?
참고로 기계식은 2~3년 쓰다보면 키가 하나씩 죽는 경우가 있어 광축으로만 씁니다.
회사는 굽은키
집은 작은 엔타키인데 누르는 위치가 둘다 맞다보니 이질감 없네요.
누르는 부위를 달리 해보세요.
흑백모니터보다 전 세대인 녹색 모니터(89년도쯤)부터 써왔지만 적응했네여
저도 엔터키는 그런식으로 해결했어요. 지금은 왼쪽 끝부분만 누릅니다. 그러니 ㄱ자 엔터만 아니면 문제없죠. 그러나 문제는 엔터키 모양에 따라 백슬래시, 백스페이스 등의 위치가 필연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은 선호 레이아웃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 그 문제때문에 ANSI만 쓰고 있습니다.
저도 8비트때 ㄱ자 엔터부터 시작해서 역L자, 이후 일자엔터로 선호도가 변화했는데, 어릴 땐 엔터키주변 특수키를 입력할 일이 많지 않아서 뭘 쓰든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키질이 생업이 되면서 백슬래시와 백스페이스 입력량이 많아지고 오른손 동선 효율에도 신경을 쓰게 되니 결국 익숙한 레이아웃 하나만 쓰게 되더라고요.
키 위치를 자유자재로 적응해가며 쓰시는 분들은 부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그랬으면 돈을 좀 아낄 수 있었을 것인데.. ㅎㅎ 대신 저는 키감에는 둔감하니 보상이 좀 되려나요.
US 표준 레이아웃(ANSI)을 사용한 외산 키보드를 직수입/OEM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을 하더라도 레이아웃을 바꾸기보단 키캡 정도만 손을 대죠. 그래야 공수가 덜 들어가고 원가 절감이 되니까요.
제가 보기엔 과거 초기 IBM PC에 딸려온 84키 키보드 시절 국내 도입된 역L자 엔터키가, 현행 101키 기반 레이아웃이 도입된 이후에도 한국에서만 유독 오래 살아남은 걸로 보입니다. (101키 ANSI표준은 그 때부터 이미 일자엔터였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국내 시장을 석권한 세진 키보드의 빅히트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실제로 101레이아웃이 한국에 막 도입되었을 당시엔 국내 IBM 호환기종 키보드에 ANSI가 제법 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예: https://snipboard.io/G0cnlf.jpg ) 그러나 세진 멤브 키보드가 우수한 가성비로 널리 OEM 보급되면서 세진이 채택한 역L자 엔터가 101키 기반 레이아웃에서도 널리 쓰이게 된 기억이 납니다. 윈도키가 추가된 이후에는 그 바통을 DT-35가 이어받았죠. 이때까지는 키보드를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하던 시절이라 국제표준의 영향력이 약했기에 국내에서 한 번 주류가 된 내용이 바뀔 이유도 없었고요.
이후 체리 특허가 만료되고 기계식이 널리 퍼지고 직구도 쉬워지고 인건비 문제로 해외 OEM/ODM키보드가 주류가 되면서, 국제적으로는 마이너인 역L자가 국내에서도 주류 자리를 내주게 된 것. 그 결과 한국인들도 이제는 ANSI타입을 주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역L자 엔터를 채택한 키보드가 새로 나오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즉 메이저 레이아웃을 들여오면서 설계 변화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므로 스태빌라이저 복잡도와 관계있을 확률은 낮다 봅니다. (ANSI가 역L자 엔터이고 세진이 일자엔터를 썼어도 ANSI를 따라갔을 확률이 높단 뜻입니다.) 다만 101키 표준이 생기던 무렵 말씀하신 이유로 일자엔터가 ANSI로 채택되었을 가능성 정돈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백스페이스 크기를 키우려는 목적이 더 커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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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 길었습니다.
대안이 없지는 않은데, US표준 레이아웃을 쓰시되 역슬래시도 엔터키로 리매핑해서 쓰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면 그 부분으로 엔터를 누르는 습관이 있어도 문제없이 쓸 수 있죠. 다만 이 경우 백슬래시 키가 사라져버리는 셈이 되므로, 그 부분에 대한 대안은 생각해두셔야 합니다.
또다른 대안으로, UK/유럽/JIS 레이아웃 키보드를 쓰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위 ㄱ자 엔터키를 채택한 기종들이고, 8비트 시절부터 키보드를 쓰셨다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이것도 역L자는 아니지만 일자엔터보다는 손에 맞으실 가능성이 있어요. 왜냐면 엔터키 타건시 이리저리 다 누르시는 분들은 잘 없고 대개 특정 부위만 타건하는 습관이 들어 있거든요. 예컨대 역L자 엔터키 모양을 기준으로 우측 하단을 치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엔터키를 거의 가리지 않으며, 좌측 하단을 치는 분들은 대형 백스페이스키도 함께 원할 확률이 높아서 (새끼손가락 동선이 절약됨) ANSI영문판을, 우측 상단이나 중단을 치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역L자 엔터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UK나 JIS레이아웃의 엔터키는 좌하단이 짧긴 하나 역L자 엔터키 선호자들이 주로 타건하는 우상단, 중단 부분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죠. 허나 이것도 필연적으로 특수문자 위치가 일부 다르기 때문에 적응을 못하는 분들이 있으므로 완벽하진 않습니다. 다만 정말 엔터키만 문제가 된다면 써볼만한 대안이 되는 거죠. 이쪽은 널리 쓰이는 표준 레이아웃이므로 제품 구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다만 한국에선 이것도 마이너라 직구가 필요할 확률이 높을 뿐.
예를 들어 이런 제품이 있습니다. 광축입니다. 유럽에 보급된 광축 키보드를 찾아보면 많이 있을 거예요.
https://de.evga.com/products/product.aspx?pn=811-W1-20FR-K2
https://www.techpowerup.com/review/razer-huntsman-v2-tenkeyless-optical-gaming-keyboard/3.html
마지막 대안으론 그냥 핫스왑 가능한 일반 기계식 역L자 키보드를 사시고 특정 키 고장시 그것만 핫스왑 교체를 하는 것이 있겠습니다. 물론 그 자체가 너무 귀찮기는 하죠. 저도 키 고장나는게 싫어서 기계식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 경우 멤브계열만 쓴지 오래라 제 타건습관을 기계식 스위치가 버티질 못하는것 같아요. 딱히 파워타건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근데 이것도 역L자 핫스왑 기계식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데 이것도 드물 거예요. (...)
멤브키보드는 역L자가 상대적으로 흔하고 개별 키 고장도 드무니 싸고 쉬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멤브를 쓰실 거면 질문도 안 올리셨을 것이니 이 부분은 패스.
질문으로 돌아오면.. 찾아보니 조위 셀레리타스2가 광축이면서 역L자 엔터를 가지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것도 엔터만 역L자이고 백슬래시 키는 묘한 곳에 들어갔습니다. 백스페이스 키의 길이를 줄이고 싶지 않았단 뜻이죠. 백스페이스 길이에 민감한 사람도 엔터키의 그것에 버금갈 정도로 많거든요. 그러니 이해할만한 부분입니다. (주제와 관계는 없는 사족이지만, 저는 엔터키 좌하단 타건 습관에, 백스페이스도 늘 좌측 끝으로만 타건하고, 백슬래시 키도 엔터키 바로 위에 있는 것을 선호하므로 결국 ANSI외에는 쓸 수가 없습니다.)
그림: https://snipboard.io/1emb4X.jpg
다만 문제는 저 셀러리타스2도 이젠 구하기 쉽지 않아 보이고, 셀러리타스2자체도 레이아웃이 여럿인 걸로 보이니 주의를 요합니다. 아직 해외 직구 물량은 있는 것 같습니다. 허나 가격이 동급 타 광축키보드에 비해 좀 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