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자친구가 취업을 했습니다(반면 전 휴학이 너무 길어져서 아직도 학생 신세...). 여자친구도 제가 키덕이라는 걸 알아서 제 키보드를 몇 번 써 봐서 키보드 취미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하이프로를 써 보기도 했으니 말 다 했지요.


그런데 여친이 직장에서 쓰는 키보드가 너무 안 좋다고 털어놓았습니다. A 모 사의 멤브레인 키보드인데, 너무 오래 되어서인지 키도 뻑뻑하고, 몇몇 키보드는 각인이 지워졌다고 합니다. 거기까지면 모르겠는데, 키캡이 어긋났는지 키를 누를 때 가끔 키캡과 키캡이 긁힌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아니지 싶었습니다. 키덕 라이프 사상 키캡과 키캡이 긁힌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거든요.


때문에 여친이 곧 있으면 졸업하겠다, 키보드로 졸업 선물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키보드를 선물하고 싶었고, 제가 가장 자신있게 줄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여친과 대화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상정했습니다.


1. 한글 각인. 본인도 한글 각인이 좋고 다른 사람들도 만지기 때문에 한글 각인이 필요하다.

2. 풀사이즈. TKL 이상의 특수 배열은 위와 같은 이유로 쓰기 어렵다.

3. 저소음. 사무실 분위기가 조용해서 키보드 소리가 크면 곤란하다.

4. 각인이 또렷할 것. 각인이 어둡거나 무각이면 사용하기 힘들다.

5. 가격은 15만 원 선.

+ 키스킨이 있으면 금상첨화.


이 조건을 모두 갖춘 키보드를 생각해 보니 레오폴드와 더키가 있더군요. 처음엔 중고장터를 기웃거렸지만 선물을 중고장터에서 찾는 건 차이는 지름길이라 때려치웠고, 레오폴드, 더키, 바밀로 등의 브랜드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용산에서 직접 키보드를 사기 위해 출발! ... 그러나 저 조건에 맞는 신품 키보드를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더군요. 직접 매장을 다니며 발품을 팔았지만 다들 재고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힘든 업무 때문에 진짜로 고생하는 여친님을 위하여 포기할 순 없는 법. L더스키에 문의했더니 저 조건에 맞는 모델로 FC900R 다크블루 저소음 적축 한글 각인이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바로 리더스키로 전속전진! ...해서 문의했는데...


"어? 재고가..."

"네? 사장님 설마..."

"잠시만요"

...

"아, 있습니다!"


드디어 여친님께 선물할 키보드를 영접했습니다! 그리하여 바로 제 지갑에선 15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이 빠져나가고... 지금 그 키보드는 키스킨과 함께 여친님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열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쓴 시간대에도 열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야근이 일상화된 직장이라...)


선물을 받은 여친은 나중에 정말 잘 쓰고 있다고, 키보드에 욕심이 난다고 소감을 전하더군요. 집에서도 쓸 키보드를 들이고 싶고, 나중에 저한테 프로포즈할 때 좋은 키보드로 해야겠다고까지 글을 남길 정도로...


여친한테 뭔가 좋은 선물을 해 주고 싶었는데 정말 뿌듯합니다. 곧 졸업식인데 얼른 가서 축하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