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래 쓰던 키보드는 96년산 알프스 백축 쓴 아론 클릭 키보드였습니다. 얼마전까지 거의 14년을
연속으로 현역으로 사용중이었습니다. 나름 키감도 괜찮았고 굳이 다른 키보드로 바꿀 이유를 별로
느기질 못했으니까요. 그러다 두어달 전 쯤에 키보드에 매실차를 쏟는 참극이 벌어지는 바람에 일의
발단이 시작되었지요...

몇몇 키가 거의 재기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찌걱거려 포기상태에 있다가 공작소(?)를 발견하고
맡긴 것 까지는 좋았습니다만... 기왕 손 보는 김에 대청소도 한번 해보자 하는 심산에 윤활도 같이
부탁을 드렸었습니다. 이게 결과적으로 확인 사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원체 노후된 놈이라 윤활 후에 뭐 넌클릭화 된 넘, 멤브레인화 된 넘, 더 좋아진 넘 등등 그야말로
키들이 제각각이 되버려 윤활을 안 하니만도 못한 상태가 되버린 거죠. 맛간 키들만 손볼 것을
제 순간적인 초이스 미스가 14년을 같이 한 친구를 결국 골로 보내고 만 결과가 되버린 것입니다;

할수없이 만약을 대비해 쟁여둔 세진 1080을 꺼내 들었었습니다만... 나름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명기 대열에 들어가는 물건입니다만 전 도저히 적응이 불가능하더군요; 워낙 클릭에 길들어 있어서
그런지 영 밋밋하고 손맛이 느껴지질 않고 어느 순간엔 손가락에 통증까지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클릭소리가 날 때까지만 키를 누르는 습성이 있는데 세진건 소리가 나는 지점이 좀 다르지 않나
싶더군요. 그래서 직접 매장까지 가서 이것 저것 눌러보고 결국엔 페이튼 FC200 청축을 구입을 했습니다.
리얼이나 해피 해킹 같은 물건은 저에겐 영 안 맞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잠깐 눌러보고 평가를
내리는건 섣부를지도 모르지만 제겐 멤브레인 키보드하고 크게 다른 느낌이 들질 않으니까요;
워낙 오래동안 클릭 키보드만 써온 부작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페이튼 청축은 누르는 느낌은 그나마 아쉬운대로 예전 키보드하고 비슷은 했습니다만...
제가 마우스 휠을 안쓰고 페이지 업다운키를 다용하는 관계로 나름 풀사이즈이긴 하지만 페이지
업다운키와 텐키 사이가 좁은 페이튼은 오른손 중지, 약지 쪽에 저도 모르는 사이 부담을 주는지
역시나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얼마 전 재입고됐다는 체리 청축까지 구입을 해서 오늘 받아 들었습니다. 사이즈는 딱 제가
원하는 크기이긴 합니다만... 페이튼 청축하고는 또 다른 키감이 좌절감을 들게 만드는군요;
뭔가 좀 둔탁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페이튼 청축같은 경쾌함은 느껴지질 않네요.
엔터키도 좀 키감이 요상하고...(이건 조립과정에서 생긴 차이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듭니다.
꼭 엔터키만 스위치가 넌클릭 아닌가 싶을 정도니;)

최선은 상태 좋은 구형 아론 백축이나 마벨 OEM IBM 키보드를 구하는 거인것 같긴 한데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할 듯 보이구요(간간히 장터에 뜨긴 하던데 저까진 차례가 안오더군요; 종일 장터링
가능한 처지도 아니고...) 체리 키보드 사이즈에 페이튼 청축 키감이면 그런대로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려나 모르겠습니다.

스위치가 같은 청축이지만 스펙이 다른 건지 키캡 때문에 그런건지... 저같은 경우는 보강판 없는 쪽이
피로도도 낮고 더 좋더군요; 페이튼은 꼭 철판 두들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치다 보면 손가락에
부담이 가서 좀... 아무튼 키보드는 역시 어렵습니다. 혹 지금 쓰고 계시는 키보드에 만족하고 계신다면
조심해서 오래 데리고 들 계시기를...  저처럼 음료수 쏟아서 한방에 보내 버리는 경우들은 겪지 마시기들
바랍니다;

그나저나 위에서 언급한 사용한 놈 말고 키 테스트만 한 신품 1080 한놈이랑 페이튼 청축, 체리 청축
셋중 하나는 정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교통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다 끌어안고 있을까 싶기도 하긴 한데 결국엔 안쓰는 물건은 끝까지 안 쓰지 싶어서 그럴 바엔
정리해서 총알 확보나 할 까 싶기도 하구요. 이것도 은근히 고민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