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 연구실에 자리를 하나 얻어서 공부하고 있는 학부생입니다.

그렇다고 석사를 준비하는건 아니고, 친분있는 교수님의 프로젝트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연구실에 단기간동안 자리 하나를 얻은거지요..


처음에는 공부할 책도 이것저것 가져가고, 살림살이도 좀 옮겼는데..

컴퓨터도 집에 비하면 너무 안좋고, 게다가 다른 교수님 연구실과 같이 쓰다가 보니까

사람도 좀 많은편이고 해서, 초반에 잠시 나갔다가 현재는 거의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나가는 중입니다.



연구실에서 제 입지는 뭐 거의 없어서, 사실 석사준비하는 학부생이 들어온다면

제 자리를 내놓으라고 해도 할말없는 위치죠.. 교수님 프로젝트를 도와주고는 있지만

최근에 연구실에도 잘 안나가고 거의 집 컴퓨터로 다 하고 있으니..


그런데 어제 인가 오랜만에 연구실에 나갔다가, 제가 일하고있는 교수님 말고

다른 교수님밑에 있는 친분이 있는 형에게(연구실은 같이 쓰니까요),

'너 짤린거 아니였어? 너 자리 계속 다른 사람이 쓰던데...'

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뭐 올것이 왔나보다 생각했죠... 안그래도 새로 연구실에

학부생이 한명 들어온다는 얘기를 언뜻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나 싶었습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연구실에 아직 정식으로 들어오진 않았는데데, 남는 자리가 없어서

연구실에 자주 안나오는 제 자리를 주로 쓰고 있었고, 제가 제 자리에 앉아있으면

그때그때 또 다른 빈자리에 가서 시간을 보내더군요...



그래서 원래 연구실에 계속 있던 선배에게 은근히 물어봤습니다.

'새로 들어온다는 분 자리는 어떻게 해요? 제가 괜히 자리차지하고 있어서 못들어오시나요?'

라고 말이죠. 그런데 일단 저희 연구실이 6월달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그쪽가면

자리가 더 생길지도 모르고, 새로온 학부생도 아직 정식으로 연구실 들어온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적응차원에서 공강시간에 연구실에 와서 컴퓨터 좀 하고 가고 그런다는 대답을 얻었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연구실에 친한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한두명 다른 교수님 밑에

있는 형들이고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교수님 밑에(그러니까 같은 소속의) 사람들하고는

이번 프로젝트 도우면서 처음 본 사람들이거든요... 새로온다는 학부생은 이전부터

이 사람들하고 친구였구요.. 연구실에서 급 소외감 느껴집니다 -_-;;


아무튼 저도 연구실에서 입지가 약하고, 솔직히 하는일의 양도 그렇게 많진 않기때문에

너 자리 빼고 연구실 나오지 말아라 하면 그냥 선선히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간 섭섭하긴해도....



그런데 문제는 이 새로운 학부생이네요...


제가 제손으로 가져온 살림 싸들고 연구실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자리의 주인은

전데 말이죠.. 컴퓨터 켜보니 바탕화면에 뭔지모를 단축아이콘이 막 생겨있고,

P2P프로그램에 메신져 켜놓고, 닥터바이러스 같은 신뢰안가는 프로그램도 돌아가고 있더군요

책상에는 자기 전공책 얼기설기 늘어놓고...



그냥 웬지 기분이 좀 그렇드라구요..

하지만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몇일씩 보이지도 않는 사람 자리에 컴퓨터 좀 쓰고

(분명 이 과정에선 연구실 다른 사람들의 '그 사람 잘 안나와' 라는 귀띔이 있었겠죠)

언제올지도 모르는데 '남의 자리'라는걸 계속 생각하면서 깔끔하게 유지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닐겁니다.


그래도...제가 연구실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좀 표시 좀 안나게 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더 못참겠는건, 연구실에 가져다 놓은 제 키보드랑(m10),마우스(MX510)가

기분탓인지 기름기도 번들번들 한것 같고, 때도 탄것같기도 하고..

아주 불쾌하네요....


이제 슬슬 원래 연구실에서 놀던 DT35로 껴놓고 볼마우스로 바꾸고 제 살림 하나하나씩

빼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