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입문한지는 1년이 넘었는데, 여태껏 눈팅만 하다가 이거 쓰려고 키보드매니아 며칠 전에 가입했습니다.

왠지 고인물(?)분들이 많은 사이트 같은데 처음 인사드려요.


그나저나 해피해킹에 커피를 쏟은 후기는... 함부로 건드릴게 아니라 전문가의 손에 맡겼어야 한다는... 일단 결론부터 쓰고 시작합니다.

하우징을 열으려고 했더니 가지고 있는 스크류 드라이버와 맞지 않아서 새로운 킷을 주문하느라 이틀을 소모하고, 드라이버가 문제인지 해피해킹 부품 자체가 영 부실한 건지 가루를 부슬부슬 날리며 부품을 갈아내듯 열었고, 열고 보니까 다행히 유입된게 많진 않았는데... 문제는 커피가 아니라 애초에 키보드를 잘 모르는 제가 하우징을 연게 문제인 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하우징 안이 텅텅 비어 있다 보니 꽤 많은 수의 나사를 균등한 정도로 잘 잠궈줘야 하는 것 같았는데, 제가 공대생이긴 하나 그런 쪽(?)은 아니라...

다행히 설탕 없는 라떼였고, 유입량이 많진 않았던 덕분에 우측 엔터키 쪽만 청소해주고 끝났는데, 전체적으로 키감이... (응 망했어요)

애초에 결착할 때도 난리였어요, 내부 부품이 바닥 하우징이랑 붙어 있는 상태던데 중간에 나사 하나 못 찾아서 분리가 안돼서 한참 흔들어보고 (야) 러버돔 하나 사라져서 책상 밑을 쥐 잡듯 뒤지고... 나중에 러버돔 자리 잡고 뒤집어 쓰우다가 쏟아서 다시 맞추고... 그러다 스프링 사라져서 다시 책상 밑을 뒤지고 (난리...)

숫자키와 알파벳 키, 스페이스바 등은 괜찮은데, 좌우 모디열 키감이... 저 세상으로 간 것 같아요. 제가 알던 프로2의 키감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애초에 커피가 유입되지도 않은... 좌측 쉬프트 키가 맛이 갔습니다. 쳐지지 않는건 아닌데 뭔가가 밀어내는... 느낌. 안에 뭐가 꼭 든 것 같아요. 잃어버렸으면 잃어버렸지 뭘 더 넣었을 리는 없는데.

하지만 부슬부슬 휘날리던 부품 가루 때문에 다시 열어볼 용기는 나지 않네요. 언제 귀국하게 될지는 모르겟지만 한국에 들고 가서 바로 맡기던가 해야지 제가 다시 또 뜯었다가는 키캡만 중고 판매로 털어내고 나머지 그대로 쓰레기통에 가게 생겼더라구요.

애초에 프로2 마감이 좋지 않은건 알고 있었는데, 어딘가 결착이 잘못되었는지 키보드 하우징이 삐걱대고... 통울림... (눈물)

약간 나대는 듯한 촐랑촐랑한 키감이 좋았었는데 전체적으로 키감이 다 바뀌어서... (눈물) 아 오늘 글 쓰면서 많이 우네요. 거의 모든 키가 다 눌리는 느낌이 다릅니다. 하ㅏ... 잘 가 내 해피해킹.


해외 거주 중이라 한국에 있는 전문가분에게 맡길 수도 없고, 분명 전통 공학의 고향이긴 한데 키감을 따지는 섬세함의 ㅅ도 없는 동네라서 어디 가서 도움을 받기도 힘들어서 일단은 치워뒀네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해피해킹 하이브리드 타입S 제품을 선물 받아서 굳이 고칠 필요가 없긴 한데, 워낙 키보드 타이핑을 칠 일이 많은데, 타입S는 왠지 심심해서 촐랑거리던 프로2의 키감이 그리워요 ㅠㅠ

그나마 이걸로 배운거라면... 맥OS에서 연결 끊김 문제로 치워둔 해피해킹 블루투스와 지금 사용 중인 하이브리드 제품은 절대로... 직접 하우징을 열지 말 것... 꽤 많은 분들이 직접 오링이나 윤활 작업을 하시길래 스스로를 믿었는데 ^^ 헛된 믿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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