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키압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쉬어갈 겸해서 보급형 멤브레인(지피전자 gp k5000)으로 돌아왔는데 상당한 만족감이 오네요. 이게 7천원 짜리라서 그렇지 10만원 정도만 하면 정말 별의 별 수사를 갖다붙혀서라도 표현해 볼텐데... 


가격과 이로 인한 접근성, 희소성 등으로 인해 그럴 명분이 없네요. 리버터치를 처음 써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보급형 멤브레인 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이더라는... 어떤 면에서 보면 더 심심하더라고요. 그래도 가격과 명성이 있는지라 이래저래 사용해보니 일반 맴브레인 보다는 보강판 때리며 발생하는 구분감이 있고 이로인한 리듬감이 있고 그랬습니다. 


멤브레인의 문제점이라는 건 끝까지 누르게 됐을 때 고무 짖이겨지는 불쾌한 느낌이 들고, 구분감이 없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이 느낌을 피해가는 타이핑을 하기 때문에 타이핑의 리듬을 잡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식 처럼 일정 부분 힘을 주면 알아서 빨려들어가면서 보강판을 딱 때리는... 시원시원한 스트록을 느끼기가 아무래도 힘들죠. 그래서 실재 압력은 적지만 균등하게 힘을 배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피로도 금방 오게 되고요. 


저가형 멤브레인을 타이핑할 때 하나의 노하우는 버섯발로 살포시 걷듯이 타이핑하는 겁니다. 그 고무짖이겨지는 불쾌함이 느껴지기 전에, 이 말은 곧 불필요한 수준의 힘을 가하기 전에 살짝 쫀뜩이는 맛만 보고 떼는 거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가시지만 곧 있으면 적응됩니다. 


곧 키보드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 7천원 짜리 키보드에 아무도 그런 짓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리얼포스의 경우 어차피 러버돔입니다. 러버돔 재질에 혁신이 있어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누르면 고무눌리는 느낌 나는 겁니다. 단 기술적인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죠. 사용자가 고무를 끝까지 짖누르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고무가 임계점에 다달아 불쾌감을 느끼게하기 전에 보강판에 걸리게 됩니다. 고무 눌리는 불쾌함 대신에 보강판을 때리는 구분감과 타격감을 얻게 되는 것이죠. 이를 가능케한 것이 물리적 접점을 요하지 않는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이겠죠. 

리얼포스 키감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면 대충 이런데... 이걸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걸 알아야 리얼포스 타격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는 거에요. 멤브레인 보다 자신감 있게 타이핑하던지, 아니면 아예 살짝만 건드리는 구름타법을 쓰던지 해야지 어정쩡하게 멤브레인 식으로 타이핑하려하면 정말 재미없고 맛없는 키보드가 되는 겁니다. 

뭐 저는 리얼포스를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러버돔 키보드(싸구려라도)가 생각처럼 그렇게 구린 것이 아닙니다. 러버돔을 약하게 설계하고 러버돔 가운데 심을 박아서 그 심을 통해 접접되게 설계하고, 중간에 보강판을 설치하면 대충 리얼포스 느낌 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리 복잡한 구조를 만들면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가격 이상이 될 수도 있죠. 이게 보여주는 것이 뭐냐하면... 리얼포스가 정전용량이라는 방식 때문에 비싼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멤브레인이 천원들면 정전용량은 만원 드는 거죠. 가격은 물론 플러스 만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수로 같이 따라가니 문제이긴 하지만...


해피해킹의 경우 무언가 울림처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목탁소리라고 평해진 분이 계신데... 전 정말 그 구조 같습니다. 컴팩트하고 도톰한 싸이즈로 인해서 목탁과 같이 공명하는 구조가 형성된 거죠. 어떻게 보면 얻어 걸린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의도하고 설계한 것 같고 그렇습니다. 


여튼 오랜만에 맴브레인을 잡으니 만족감도 들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아니면 시쳇물을 마신 <원효대사>같은 기묘한 소회가 들어 그쩍대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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