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2880.

 

\저는 주위에 서든, 스포, 리듬게임 등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자주 저 키보드에 대해 듣습니다.

 

 sk2880이 리듬게임 하는데 좋다고..... 그래서 자주 가는 피시방은 늘 정해져 있습니다.

 

집 앞에서 한 20분 걸어가면 정류장이 하나 나오는데, 그 주번에 있는 피시방입니다. 사양도 별로 안 좋고, 사실 키보드 자체도 별로 같아요.

 

마우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모니터가 작습니다. 17인치였나 -_-;

 

근데도 그 키보드 하나떄문에 거기까지 갑니다.

 

저희 집에서 2분거리에 정말 사양 좋고 쓸만한 피시방 있거든요. 뭐 그래도 저는 키보드와는 다르게, 그럴 만 한 이유가 있어 멀리 있는 그 피시방을 즐겨 찾는답니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도 꿀꿀한데 와락 짜증이 나서 대답했습니다.

 

"걍 거기서 키보드 하나만 달래다가 갖고 다니면 되잖아 xx아."

 

"헐....... 그렇네."

 

죄송합니다. 머리가 좀 나빠요.

 

 

멀리 있는 피시방 얘기를 하자면

 

일이년 단골도 아니고, 거진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녔던 피시방이니 아저씨랑도 거의 삼촌급입니다. 돈 없을땐 언제든지 가도 돼요. 

 

"삼촌 저 오늘 외상좀 할게요. "

 

"ㅇㅇ 배고프면 머 끄내 먹던가."

 

하기 일쑤죠. 급히 사장님이 자리 비우실 일 있을 때면 카운터 대신 보기도 하고, 그집 아들이랑 스타 한 판 하기도 하고. 그집 아들은 저보다 두 살 어린데, 그냥 친동생보다 더 친한것 같아요 -_-;  아무튼. 

 

 

키보드 하나 받아 가겠다고 다짐하며 그 피시방으로 향했습니다. 

 

문을 여니 고요합니다.

 

다른 피시방들은 최신 스펙에 쾌적한 환경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데, 사실 구닥다리 장비들과 매캐한 담배연기에 찌들어 있는 피시방이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될 리 만무하죠.

 

손님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늘도 담배를 뻑뻑 피우고 계시던 삼촌은, 우릴 보더니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야, 짜식들아. 오랜만이다. 바쁜가보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삼촌 옆에 나란히 두 자리를 앉아요. 어차피 하는 겜이라곤 제가 던파, 친구가 리듬겜(하도 겜을 갈아타서 요샌 뭐하는지 이름도 모르겠어요. 방식은 비슷비슷하던데.......) . 그리고 가끔 카오스 한 판 하거나, 파오캐 혹은 스타를 하죠. 

 

갑자기 삼촌이 캔맥주 두 개를 가져오십니다. 그리고 오다리를 한 봉다리씩 가져다 쥐어주십니다.

 

"니들 뭐 컴퓨터나 모니터 같은거 필요하냐?"

 

"네?"

 

다소 뜬금없는 소리였기에 반문합니다.

 

그러자 삼촌이 다서 멋쩍은 얼굴로 씩 웃습니다.

 

"우리 피시방 곧 정리하려고. 장사도 안되고 엔x랑 블리xx 정액만 들어놔도 본전치기가 안 되니 말 다 했지."

 

"......"

 

"그래도 컴퓨터 몇 대는 아직 쓸만할 거다. 가져갈라면 가져가."

 

쩝.

 

이 피시방엔 추억이 많아요. 이 친구놈과도 추억이 많구요.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가 끝나면 바로 여기로 달려와 친구놈과 바람의나라를 했습니다. 특이한건 서버가 달랐어요. 그래도 어찌나 그렇게 서로 재밌게 했었는지 -_-

 

중학교 시절엔 위드라는 온라인 게임을 했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했죠.

 

고등학교 시절엔 매일 야자 땡땡이 치고 나와 서든이나 스타를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담임선생님께서 가끔 여기로 순찰까지 나오셨어요. 우리 있나 없나.

 

잡혀간적도 가끔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지만.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그리고 휴학을 한 지금까지도. 참 많이 왔고, 즐거운 추억들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이곳에 대해 말하자면, 말할게 정말 산더미처럼 많아요.

 

흠.

 

근데 문을 닫는다니.

 

머리도 어느정도 철이 들었고, 세상 돌아가는 대강의 요지도 알 시점입니다.

 

마진이 안 남을 거에요.

 

사실 누가 오겠습니까. 저희같은 단골이나, 옜날 생각이 나서 추억을 곱씹어볼까, 하는 맘에 와 보는 거지.

 

친구놈은 sk2880을 결국 얻었습니다.

 

일 접으시는데, 거기서 뭔가 비싼걸 가져올 수는 없었기에 저도 그냥 키보드나 한 대 가져왔습니다.

 

"그럼 이제 뭐하시게요 삼촌?"

 

문을 나서기전에 문득 궁금해져 물었습니다.

 

"글쎄다."

 

담배만 뻑뻑 피우시던 삼촌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피시방에서 내려오면(5층에 있음), 삼촌네 집에서 하는 칼국수집(1층에 있음)이 있습니다. 

 

"이모."

 

피방 가는길엔 뒷문으로 들어가 못뵀찌만, 삼촌만큼 이모도 반갑죠. 주로 피시방에서 아침엔 이모, 새벽엔 삼촌이 교대로 스셨거든요.

 

이모도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피시방 접는다는 말에 이모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정리하고 방 빼고 남은 돈으로 칼국수집이나 계속 하신다는군요.

 

다행히 칼국수집은 상당히 장사가 잘 되는 편입니다. 손님이 미어터지게 들어왔기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오냐. 자주 오고!"

 

앞으론 자주 자주 와야겠습니다.

 

집에 오는길에 영 기분도 꿀꿀하고 해 그넘과 술 한잔 했습니다.

 

 

 

 

집에 와서 sk2880을 세척하고 나서 글 올립니다.

 

이 키보드가.... 제 지정석에 있던 놈입니다.  아마 피방 손님중에 제 손을 가장 많이 탔을겁니다.

 

사실 전 이거 별로 안좋아해요. 키감도 별로같고.. 게임할때 좋은줄도 모르겠습니다.

 

검은 바탕에 하얀색 각인이 박혀 있는데, 그 각인에 꼬질꼬질 때가 껴 있습니다. 지워지지도 않아요.

 

군데 군데 부숴진 부분도 있고, 그 중에서도 신기한 점은 키캡에 글자가 지워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참 희한하죠. 레이저 각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레이저 각인이 맞나? 사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보니까 좋네요.

 

정이 든 키보듭니다. 참~~ 오래 만난 인연이죠 이녀석이랑 저도.

 

언제부터였더라.

 

초등학교때, 그땐 이 키보드가 아니었습니다.

 

아마 중학교 때였나. 그때 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손때가 꼬질꼬질 해도, 씻겨놓고 보니 참 훤칠합니다. 가끔 사용해 줘야겠습니다.

 

소중히 보관해야죠.... 일단은.

 

문득 생각해 보니, 친구놈은 키보드를 가지고 다니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가끔 삼촌 얼굴이나 보러 갈 생각이었던게 아닐까.. 싶네요.

 

근데 그렇게 똑똑한 애는 아닌것 같아서, 역시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졸립네요. 저는이만 자러갑니다~~

 

즐거운 휴일이 시작되는군뇨...................

 

술김에 별 쓰잘데기없는얘기 주절주절 한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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