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는 개인 취향과 감성의 영역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기계식 두 대를 써보고 비교를 해보니까 제 취향과 감성에 대한 그림이 좀 그려지네요.


키보드를 느낄 때는 역시 촉각 (타건감), 시각 (디지인 및 색감), 청각 (타건음)이 중요하겠죠? 처음에는 제 개인 취향이 타건감 6, 디자인 및 색감 3. 타건음은 1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음 번 키보드를 정할 때 스위치, 하우징, 키캡을 제일 중요하게 봤습니다. 스위치 테스터를 써보고 적축으로 가자고 정했죠. 그 다음으로 디자인 및 색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컴팩트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에 파스텔톤에 가까운 느낌이 나는 색의 레폴 660 그레이/블루 모델로 결정했습니다. 타건음은 그냥 청축처럼 씨끄럽지만 않으면 된다 생각했구요.


그런데 막상 사서 만져보니 제 취향이 생각했던 거 하고는 좀 많이 다르네요. 타건감이 여전히 제일 중요한 것 맞습니다. 적축의 스윽 들어갔다가 튕겨올려주는 느낌은 꽤 만족스러워요. 다만 10에서 6정도로 타건감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10에서 4.5 정도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pbt 키캡이 abs 보다 좋은 지 크게 와닿지가 않아요. 처음 pbt 키캡을 만져봤을 때는 신세계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계속 사용하다보니 크게 좋다고 의식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몇몇 키에다 이전에 쓰던 abs 키캡을 꽂고 쳐봤습니다만, 크게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제 손가락이 좀 많이 무딘 편인가 봐요^^


대신 타건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더군요. 둔탁하게 날카로운 울림없이 바닥을 쳐주는 소리가 정말 맘에 들어요. 지금은 타건음이 10에서 4 정도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몇몇 키에서 나는 스프링 소리는 꽤 짜증났었어요. 키보드 바닥에 다리를 세우지 않고, 얇은 수건 위에 놓고 쓰니 좀 낫네요. 디자인 및 색감은 의외로 사용하면서 중요치 않다고 느껴졌어요. 타건할 때 모니터를 보지 키보드를 보지는 않으니까 의식하고, 키보드를 바라보지 않으면 시각적 요소에 대해서 신경을 쓸일이 없네요. 비키스타일이나 아이보리 색 하우징에는 흥미가 안 가는 걸 보면 시각적 요소가 아주 의미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키캡놀이를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앞으로 다른 키보드를 들일 때에도 특정 색상을 고집하는 일은 없을 듯 하네요.


감성과 취향의 영역을 벗어난 실용성의 측면에서 660 미니배열은 저하고 안 맞는다고 느껴지네요. 타이핑하면서 홈, 엔드를 꽤 많이 쓰는 편인데요, 현재 오른 쪽 alt, ctrl을 홈, 엔드로 바꿔쓰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적응됐다고 생각하는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중에 다른 키보드를 또 들일텐데 그게 또 미니배열이나 레폴 980 배열이 아니면 굳이 잘 있는 홈, 엔드 위치를 바꿀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지금 가지고 있는 660하고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자니 손가락이 많이 혼란스러울 듯 하네요.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키보드들은 모두 텐키리스들이거든요. 나중에 새 키보드를 들일 때 가정용과 사무실용으로 텐키리스 두 대를 들이고, 지금 가지고 있는 660은 내보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키보드의 세계는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넓고 깊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