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한지 이제 갓 1년이 되어 가는 뉴비입니다.

사실 친구 때문에 그 전부터 기계식 키보드의 존재는 알았지만 실제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뜬금 없이, 갑자기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고 싶어지더군요.


프로그래머도 작가도 아닌 일반 회사원에게 비싼 키보드는 사치라고 생각하면서도 관심은 식지 않았습니다.


이리 저리 알아보고 나서 결국 산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청축 키보드였습니다.

어디서 줒어 들은 건 있어서 원조인 체리축을 채용한 레오폴드 FC900R이 제 첫 기계식 키보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소리가 재미있었습니다.

심지어 (요즘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키가 보강판을 때리는 소리 조차 재미있게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회사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으로 고른 것이 갈축이었지요.

시작부터 다음까지 너무 흔한 패턴이어서 재미가 없네요 ㅎㅎ.

갈축도 사무실에서 사용하기는 소리가 꽤 있어서 놀랐습니다.

지금에서야 모든 손가락을 사용하는 정타를 연습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는 검지, 중지만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에 온 손가락 힘을 다 써서 키를 내리 꽂는 파워타건을 

구사하던 때였으니, 갈축의 사각사각 소리는 느낄 수도 없었죠.


이렇게 두 키보드를 가지고 잘 생활하기 10개월.

기어코 알고야 말았습니다.

무접점이라는 녀석의 존재를.

이 것이 실수?였지요.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종류도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고 헤매던 중 어렵게 어렵게 기준을 정했습니다.

104 이상 풀배열. 일반 (저소음 아님), 45 균등.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키보드를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아니, (중국 10주년이) 있었는데 몰랐지요.


해서, 엘리트키보드의 87키 45균등을 구입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직구를 통해 어렵사리 손에 넣은 키보드는 정말 좋더군요.

키감도 소리도 너무 좋았습니다.

타이핑 할 때 나는 키의 달그락 소리도 재미있게 들렸습니다.

써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저소음이 아닌 일반을 고르기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만큼 더더욱 텐키레스인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신기한 건, 무접점을 사용하다 보면 기계식이 생각나도 기계식을 사용하다 보면 무접점이 생각나게 된다는 겁니다.

기계식도 청축을 쓰면 회사에 있는 갈축을 두들겨 보고 싶고, 또 핑크축을 쳐보고 싶어지고.

변덕이 아주 죽 끓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앱코의 무접점에도 관심이 가고, 마제스터치의 갈축도 계속 머리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체리사의 흑축, 다른 스위치 회사의 기계식도 만져보고 싶고, 심지어 무접점 저소음까지...

이래 저래 관심만 늘어 가네요.


지금 있는 키보드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쓸데 없이 욕심만 늘어 갑니다.

매달 관심이 가는 키보드를 하나씩 사볼까도 생각하지만, 역시 낭비겠지요?

아아, 좀처럼 관심은 꺼지지 않습니다.

곤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