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취미로 하면서 오래도록 원형을 즐기며, 박스 신품으로 소장하고 싶은 키보드가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컴퓨터의 발전 과정속에서 변신을 거듭했던 IBM과 APPLE의 초기 기계식 키보드의 변화와 완성도에 매료되었었고, 수 개월 전에 수십대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2gs를 제외한 대다수 애플의 기계식 키보드의 박스 신품을 컬렉팅 할 수 있었습니다.  

편하게 사용하지도 못할 빈티지 키보드의 박스 신품들을 컬렉팅한 것은 물론 키보드에 대한 애정때문이었지만, 10년을 훌쩍 넘어 2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면서 오랜 사용과 자연적인 변모로 인해 출시 당시의 키보드의 원형이 많이 손상된 상태로 키감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읍니다.   특히, APPLE의 경우, 대다수의 키보드가 초중고등학교같은 교육기관에서 10년이상 여러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고, 섬세한 알프스 스위치의 특성상 원형을 잃은 것이 대부분이었고, 여전히 이러한 중고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평가 절하된 경향이 많은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저희 집에 방문한 새파란님과도 공감한 사실이지만, 흔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애플 스텐다드 키보드(오렌지축)의 경우에도, 스트로폼 박스에 온전하게 보관된 채 남아있는 박스 신품은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의 절정의 키감을 보여줍니다.  A+급에 섬세하게 윤활처리한 살구축 키보드와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키감차이를 드러냅니다.   이같은 단적인 예와 경험 때문에, 좋아하는 빈티지의 경우,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하면 박스 신품으로 구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체리의 경우, 메인으로 자주 사용할 만큼 편안하고, 무엇보다도 탱탱하고 다양한 스위치가 매력이지만,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키보드고, 만듦새와 완성도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일년전 쯤 어렵게 구입한 컴팩1800 박스를 제외하고는 실사용용으로 1862와 1800 베이스의 변태 두종을 계획한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빨간불 키보드를 경험하고 체리 스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빨간불은 마치 IBM의 미니형 5170과 같은 놀라운 완성도와 개성을 경험하게 하였고, 운좋겠도 일년동안 구하려해도 못구했던 오리지날 신품과 구형청축 빨간불을 단기간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구입하고 싶었던 신품은 MX5000...

명기라 불리우는 올드델과, 옴니키 골드라벨 블루, 제니스, 와이즈등의 키보드들도 함께 키보드를 즐기는 유령회원이신 안선배님 덕분에 상당량을 경험하고 소장도 했었지만, 미니와 컴팩트 계열을 선호하고 키감이외에 디자인과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MX 5000의 포스는 대단하더군요.
아시다시피, 돈이 있다고 구입할 수 없는 레어가 되어버린 키보드고, 워낙 가격이 올라버린 키보드라 마음을 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선배님의 윈키 버전 MX5000 HPMUS 신품을 경험하고 백방으로 알아보던 중에,
우연히 일주일 전에 MX5000의 최초 버전인 5000 HAAUS 박스 신품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장터에서 거래된 금액을 넘어서는 고가였지만, 박스신품임을 확인하고는 무조건 질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물건을 받았는데...
삼중 포장을 뜯어낸 키보드는 사용감이 전혀 없는 온전한 박스 신품이었습니다.

약간의 감동도 밀려오고, 허탈함도 느껴집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미국에서 출시될 당시 MX 5000은 125$였습니다.
애플의 확장2가 135$이 넘는 상태였고, 확장1은 더 고가로 거래되었었죠.  물론, 당시의 가치를 지금으로 옮겨보면 몇배 이상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게 구입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여전히 지울수 없읍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저에게 주는 가치는 구입가의 몇배가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하고 즐길 생각입니다.  조만간, 안선배님을 만나 논란이 되었던 5000의 윈키, 윈키리스 버전의 키감및, 스위치의 차이점도 확인해 볼 생각이구요...

욕심과 쓸데없는 근성이 있어서, 일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80여대 가까운 키보드를 경험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키보드는 소장용을 포함해서 15대 정도 뿐입니다.  그 중 10여대가 박스 신품 소장용이고, 5대 정도가 실사용 키보드입니다.  끊임없는 방출의 결과이기도 하고, 처음 시작할때 잡은 키보드 맥시멈 숫자를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템포 쉬었다 가야할 것 같습니다.
주말의 뽐뿌, 죄송하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