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몇가지 오해들과 개인적인 의견을 몇자 적습니다.

저는 2005년 말경부터 2007년까지 제주해안경비단 소속 TOD병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먼저 국방부에서 "TOD의 시계에 오차가 있었다" 라는 발표를 했었는데
이는 어느정도 사실입니다.

TOD라는 기계가 시계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집니다.
주기적으로 시계를 다시 맞춰주지 않으면 시간이 점점 틀어지죠
시계가 맞지 않았다는말은 어느정도는 수긍할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TOD병은 이런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시간을 다시 맞추어 주는 작업을 하는게 보통입니다.
제가 있던 TOD초소 역시 항상 1~2분정도의 시간오차는 존재했었습니다.
거의 2억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가 시계가 안맞는다는게 말이 되냐는 의견도 많습니다만
어쨌든 제가쓰던 장비는 시계 계속 틀어졌었습니다. 이점은 일단 어느정도 까지는 사실로 보입니다.

그리고 "폭발음 듣고 촬영시작" 이란말이 좀 잘못된듯 싶습니다.
녹화를 시작한거겠죠.

TOD의 기동시간은 상태좋은놈이 5분내외, 상태안좋은놈은 10분을 넘어섭니다.
아마 상황이 발생했을때 녹화버튼을 눌렀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상황을 보고 기동했다면 결코 바로 촬영할수 없습니다.
아마도 TOD는 그 이전에도 기동하고 있었을것입니다. TOD병이 군기가 좀 풀렸다면 아마 자동모드 돌려놓고
옆 상황병하고 잡담이나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해병대 군기 유명하지만 어차피 짬 차면 크게 다르지 않을듯 합니다)

참고로 TOD는 리모트로 제어됩니다. 장비는 다른곳에 있고 실제 화면을 보고 조작하는곳은 상황실입니다.

만약 TOD병이 폭발음을 듣고 녹화버튼을 눌렀다면 폭발음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그 이상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상황실에서 잡담 나누다(겨울이니 창문은 모두 밀폐상태였겠죠) 들을정도의 폭발음이라면..
더더군다나 10배 화면에서 그정도 크기로 배가 보인다면 결코 가깝다 말할수 없을 거리입니다.

한마디로 왠만한 폭발이 아니고는 TOD병이 폭발음을 듣는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피로파괴는 절대 아닙니다. 그 거리에서 피로파괴음을 그것도 밀폐상태에서 들었다는건
전혀 납득할수 없는 조건입니다.
지진파에서도 나왔듯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는점은 여러 정황등을 볼때 거의 확실합니다.


그리고 화면상에 표시된 방위각..
방위각이 4000이면 거의 오른쪽으로 꺾인상태입니다.
방위각 0은 보통 장비기준으로 해안 정방향을 향해 세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위각 4000이면 상당히 오른쪽에 치우쳐 있는것이죠

이 말은 백령도를 기준으로 보았을때 다른 TOD에서도 본 장면이 포착되었을 가능성이 있을수 있다는것입니다.
백령도에 배치된 TOD가 한대인지 몇대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상당히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을 고려해볼때
본 장면을 촬영한 다른 TOD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고이후 장면을 보았을때 폭발에 의한 열은 정확하게 추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잘려나간 부분이 다른부분에 비해 다소 어두운점을 볼때 절단면이 다른부분보다는
온도가 다소 높습니다.(흑상모드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를 폭발에 의한 열로 확신할수 없는건 온도차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함교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선원들의 색상보다 절단면의 색상이 다소 밝습니다.
즉 절단면은 체온보다 낮은 온도라는 결론을 얻을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절단면의 온도는 앞부분에 비해 다소 높습니다.
그러나 이역시도 어쩔수 없는것이 금속의 절단은 엄청난 마찰열을 동반합니다.
동전을 부러뜨려보면 동전에서 나는 열이 상당하는점을 알수 있습니다.
하물며 그 큰 선박이 부러졌으니 이정도의 열은 절단만으로도 충분히 발생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화면상으로는 어뢰에 대한 확신을 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어뢰에 의한 침몰이었다면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열이
남아있어야 정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군의 사고발생시각이 거짓이 아닐경우 기준)


정리하면
TOD병이 폭발음을 들었다면 그 폭발은 엄청난 규모였고
화면상 절단면은 어느정도의 열은 있으나 어뢰에 의한것이라 확신하기엔 온도차 너무 낮고
절단면이 지극히 깨끗하다는 점을 볼때..

이는 기뢰가 가장 확률이 유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또한 기뢰는 초계함에 직접영향을 준것보다는
하부에서 버블에 의한 간접영향을 줬을 확률이 높습니다.

개인적 추측으로는(근거에 입각하지 않은 단순한 사견입니다)
심해에 묻혀있던 과거의 기뢰가 조류에 의해 떠올라 폭발했다라는 추측이
그래도 여러 설들중 가장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취재진도 사람들도 군사 보안에는 너무 인색한것이 아닌가 하는점입니다.

물론 상황이 군을 절대적으로 믿을수 없는 상황이긴 하나
TOD의 전체 화면 공개는 적으로 부터 TOD의 위치를 알려주는것과도 같습니다.

이는 반잠수정이 조심히 다녀야 할 루트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꼴이죠.
이는 작전상 상당히 치명타입니다.
아마 이번 사건을 계기로 TOD초소는 이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치가 드러났기 때문이죠

또한 취재 기자들이 TOD영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컬러로 나와야 하는게 맞는거 아니냐" 라고 계속
반복해서 질문한건 어이가 없었습니다.

TOD는 열을 영상으로 처리해주는 장비입니다
온도가 높은곳과 낮은곳을 명 또는 암으로 표현해주는것이지요
즉 흑백으로 표현된 저 화면 그 자체가 온도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빨갛고 파란 화면은 단지 명암차를 색상으로 대체한것 뿐입니다.
그런 용도의 장비는 작은 온도차를 확실히 구분하는게 중요하여 그런 상으로 보이지만
이는 군사용 장비이고 감시가 주 목적인 장비입니다. 빨갛고 파란화면을 수시간동안 보고있으면
TOD병 아마 미쳐서 죽을겁니다.

"그래서 저곳이 몇도라는 얘기냐?" 라는 질문도 하던데
TOD는 상대온도를 감지하는 장비이지 절대온도를 감지하는 장비는 아닙니다.
즉 어디가 어디보다 온도가 높다 낮다를 표현하는 장비이지
저곳은 몇도다 라고 표현하는 장비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요즘 TOD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상식들이 돌아다녀서 한자 적게 되었습니다.

최근 기사를보니 "TOD영상은 무조건 풀타임으로 녹화한다"라는 얘기가 조금씩 흘러다니던데..
TOD영상은 하루 정해진 일정 분량만 찍는 것이고 나머지는 특이상황 발생시에만 녹화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소속한 제주해안경비단 운영방침이고 해병대는 어떻게 다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어쨌든 TOD가 반드시 풀타임 녹화를 하는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