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서 쓴 윤활의 기초 #1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윤활의 개념 및 여러 참고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느 정도 윤활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었기에 이제 천천히 키보드와 윤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려합니다. 확실히 윤활쪽은 알아야하는 정보도 많고 어렵네요. 공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ㅠ 빨리 끝낼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윤활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역시 윤활은 깊은 내공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듯 싶습니다.


1. 도입

저는 아직 직접 키보드 윤활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내용들은 전적으로 앞선 키보드 선배들이 쌓아놓은 간접지식을 바탕으로 적었음을 미리 밝혀야할 것 같습니다. 조금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보시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이번 글의 목적은 윤활이 키보드에서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지, 키보드 계의 대표적인 윤활제인 크라이톡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입니다. 아마 다음에 쓸 글에서 윤활과 타건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키보드 윤활의 재정의


제일 처음 생각해야할 문제는 왜 키보드를 윤활하는가 입니다. 기계 운행에 있어서 윤활은 가장 크게 마찰열을 줄여 기계운행의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효율증가/수명연장이라는 목적은 키보드윤활에서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키보드 타건에서 효율이라는 성질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키보드에서 마찰이 줄어 키압이 줄어들어 타건의 효율이 올라간다고 얘기한다면, 누가 55g, 62g 혹은 그 이상의 키압을 가진 키보드를 사용할까요? 그냥 키압낮은 45g이나 30g짜리 키보드를 쓰면 될텐데요. 둘째로, 키보드 윤활로 수명이 연장된다는것도 조금 납득이 안됩니다. 왜냐하면 기계식 키보드와 무접점 방식의 키보드 자체가 수명이 아주 깁니다. 글을 조금 찾아보시면 해피해킹 5년이상 사용했다는 사람들도 참 많고 주옥션이라 불리는 키보드나 IBM M 키보드 또한 오랫동안 여러 주인의 손을 거쳐 중고거래가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잘 뛰고 있죠. 이러한 긴 수명은 윤활덕분이라기 보다는 키보드의 매커니즘 자체가 수명이 길게 설계된 것이죠. 마지막으로 여기서 키보드를 취미로 삼고 계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자기 메인키보드 1,2개를 제외하고 짧게는 몇달 길게는 1,2년만 사용하고 중고장터에서 교체를 하시고 계십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면 일반적인 윤활의 목적과 키보드에서의 윤활은 근본적으로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죠.


제가 보기엔 키보드에서 윤활은 가장 큰 목적은 듣기 좋은 타건음, 그리고 두번째로는 미세하게 키압을 조절해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키감을 찾는 것 입니다. 또한, 윤활제의 점도에 따라서 키압을 무겁게도 만들 수 있기때문에, 키보드에서는 그저 마찰을 줄이는게 아니라 마찰을 늘리든 줄이든 ‘조절’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3. 크라이톡스


키보드에서 윤활할 때는 당연하겠지만, 키보드와 윤활제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키보드와 윤활제의 궁합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궁합이라함은 안정성입니다. 키보드에 사용된 재료 (대부분 폴리머 플라스틱이겠죠)에 윤활이 되었을 때, 키보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가를 확인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쓴 윤활의 기초#1에서 얘기했든 금속vs금속 윤활도 존재하기 때문에 플라스틱과의 반응성이 확인되지 않은 윤활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보드에 사용되는 윤활제는 세라믹구리스, 슈퍼루브, 아이오메이드 등 다양한 다른 윤활제도 있지만, 제가 살펴본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윤활제가 크라이톡스 (Krytox)입니다. 크라이톡스는 미국의 특허괴물 듀퐁 (Dupont)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성능 고분자 윤활제 종의 통칭입니다. 다양한 크라이톡스 윤활제의 종류 중 키보드 윤활에서 쓰이는 종류는 GPL 이라고 불리는 General purpose lubricant (일반목적윤활제)입니다. 이 크라이톡스의 일반적인 특징을 정리해보자면,



적절한 점도 선택: Krytox GPL에는 다양한 종류의 품목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rytox GPL 103, 105, 107/ 203, 205, 207 등등 있습니다. 여기 첫 숫자 “1”은 윤활유/ “2”는 그리스를 뜻합니다. 그리고 뒷자리 “3”,”5”,”7”은 점도를 뜻하고 높은 숫자일 수록 높은 점도의 윤활제라는 뜻입니다. 


높은 화학안정성: 그리고 듀퐁사에서 제공하는 브로셔 (http://bit.ly/1XQGToY)에서 확인해보니 GPL 10X와 20X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떠한 첨가제 (additive)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즉 매우 순순한 기유 (Base oil)상태의 윤활제라는 얘기죠. 그래서 대부분 키보드 재료 (하우징, 슬라이더, 키캡, 스프링, 러버돔)등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는 아주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제가 본 정보들에서 크라이톡스를 사용했다가 기기가 고장이 났다는 글을 보진 못했습니다. 단, 잘못된 윤활로 PCB기판에 흘러들어가는 케이스는 논외입니다.


다양한 비율로 혼합가능: Krytox가 기본적으로 같은 재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다른 점도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krytox 끼리는 서로 매우 잘 섞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분들이 103 (낮은 점도)와 107 (높은 점도)의 윤활제를 본인 입맛에 맞는 비율로 섞어서 윤활을 하실 수 있는거죠. 그리고 GPL 20X 그리스와 10X 오일도 서로 잘 섞이는 걸로 보입니다. (http://bit.ly/1WwV7Oz)


실온안정성: 딱히 덫붙일말이 없네요. 키보드 타건 온도에서 매우 안정적입니다. 추가로, GPL을 제외한 다른 종류 들을 사용하신다면 (물론,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더 비쌉니다), 온도를 확인하셔야합니다. 예를 들어 극한 온도에서 사용 목적을 두고 있는 XHT 시리즈의 경우에는 상온에서 매우 큰 점도 (거의 GPL 107정도의)가지고 있고 온도가 아주 높아지면 점도가 적절하게 낮아집니다.


위에 기술했다시피, 키보드에서 윤활은 전적으로 마찰을 조절하는데에 목적으로 두기때문에 윤활제 선택에서 제일 중요한건 점도입니다. 즉 안정성과 점도 말고는 다른 추가적인 특성은 전혀 필요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크라이톡스는 거의 완벽한 윤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희소하다: 일단 이 크라이톡스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윤활제라기 보다는 특수한 목적 (대형기기, 공장설비, 우주항공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구하기가 쉽지 않고 미국 직구 (보통 이베이)를 통해서 구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단 키보드계에서는 곤방이라는 한 키보드 공방에서 소분 판매를 하기에 이 루트로 구할 수 있습니다. (http://bit.ly/1XQHLKu) 그리고 종종 공구를 통해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비싸다: 희소한 만큼 두말 할것도 없이 비싼 윤활제입니다. 곤방에서 13~14g에 15,000원 즉 1g당 1,000원 정도 가격인 셈입니다. 미국 이베이에서도 1g당 1,000원 남짓에 팔립니다. 배송비를 제외하고 저정도임을 생각하면 곤방에서 구할 수 있는 크라이톡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볼 수 있으나, 절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주의점


크라이톡스가 키보드와 궁합이 좋다고 위에 말했지만, 그 이유가 다른 첨가제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함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마냥 크라이톡스면 만사오케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크라이톡스가 매우 순수한 윤활제라서 이를 첨가한 윤활제품들이 많습니다. 즉, 크라이톡스가 “함유”된 윤활제 들이 있는데, 이러한 윤활제의 경우에는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윤활에 사용되는 SB-10이라는 크라이톡스 함유 윤활제가 있는데,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4302304 여기서 확인해보실 수 있듯이 타건감에 그다지 효과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즉 순수 크라이톡스가 아니라면 주의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지해야합니다.


이미 많은 글들에서 크라이톡스에 대해 토론이 되었기 때문에,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추가적으로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아래 글들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크라이톡스 토론: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3744764

크라이톡스 그리스 모음: http://www.kbdmania.net/xe/photo/4413494

크라이톡스 오일 데이터: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7443104



4. 결론


이번 글에서는 딱히 넣을 그림이 없어서 그냥 글만 적었네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키보드에서의 윤활은 일반적인 윤활의 목적과는 다르다. 새로이 정의해보자면 마찰을 ‘조절’해서 좋은 타건음과 타건압을 나타내게끔 키보드를 튜닝하는 것이 키보드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키보드계에서 독보적인 윤활제로 쓰이는 크라이톡스의 기본적인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번엔 키보드에서의 윤활방법과 윤활이 타건음에 미치는 고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 수 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추가

i) 퇴고를 적당히하고 올렸더니 오탈자가 많아 조금 수정했습니다. (5 November 2015)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WASD 87 V2 Custom 흑축 + 볼텍스 PBT

Realforce SE18TO 먹각 55g 균등

Realforce 104 저소음 45g 영문균등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viii) 키보드의 구분감: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6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