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업무 특성상 키보드의 특정 키를 계속 누를 때가 많습니다.(라고 해봤자 단순 노동이지만...) 그 때 체리 적축 키보드(아이락스 KR-6251)를 사용했는데, 당시 말만 듣던 구름타법이란 걸 익혀보기 위해 스위치를 조금씩만 누르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덕분에 근무할 때는 스위치를 무소음 수준으로 누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손 감각을 익힌 후, 카일 적축 키보드를 들인 후 타이핑을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타이핑이 잘 되더군요. 덕분에 설교 시간에도 조용히 타이핑하는 요령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기계식은 구름타법'이라는 개념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용산에 갔습니다. 원래는 기차표를 구하러 간 건데, 구하러 간 김에 리더스키에 갈까 했습니다. 모델 M과 하이프로라는 인생 키보드를 들였지만, 그래도 키보드는 다른 맛이지 틀린 맛이 아니니까요.


간만에 레오폴드, 덱 등 체리 키보드를 원없이 타건했습니다. 특히 청갈적흑, 저소음 적축, 클리어축까지 있어서 간만에 원없이 타건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하이프로는 약간 먹먹하게 느껴지더군요. 집에 있는 하이프로가 경쾌한 느낌이었는데 다소 무겁다 싶었습니다.)


각 축들을 구름타법과 일반 타법으로 나누어서 타건했는데, 묘하게도 그 키감이 모두 달랐습니다. 대략 각 축의 소감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갈축: 자갈자갈한 느낌입니다. 걸림쇠 위를 노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클리어축: 갈축보다 걸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힘 조절이 어려우면 클리어축으로 구름타법 입문을 추천합니다.

흑축: 쫀득쫀득한 느낌입니다. 보강판까지 치지 않으면 생각보다 손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걸리는 느낌이 싫으시면 흑축으로 구름타법 입문을 추천합니다.

적축: 흑축보단 푹푹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조용하게 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힘듭니다.

저소음 적축: 조용합니다. 정말 조용합니다. 구름타법이 가능한 무접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이 글은 PC방에서 오테뮤 청축으로 쓰고 있습니다. 청축만 따로 적자면 잡소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청축의 짤깍짤깍은 당연히 들리지만, 보강판을 때리며 울리는 소리가 축의 소리에 섞이지 않고 축 소리가 깔끔하게 들립니다. 같은 청축인데도 이렇게 타이핑 소리가 달라지니 타이핑에 절로 재미가 붙습니다.


구름타법은 조용하기만 한 타법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보강판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타법입니다. 입력 지점과 보강판 사이까지 들어가는 힘을 터득해서, 그 힘으로 키보드의 새로운 맛을 즐기는 타이핑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익히는 과정이 어렵고 오타도 나기 쉽지만, 한 번 리듬이 붙으면 구름타법은 정말 재밌는 타법입니다.


+ 카일 광축 키보드를 용산에서 타건한 적이 있는데, 광축은 구름타법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클릭 느낌이 강렬해서 PC방에서 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PC방 키보드는 오테뮤 청축이라 그렇게 하진 못했네요. PC방에서 광축을 잡을 기회가 생기면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