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매냐 오랜만에 들어오네요.

 

제목처럼 켄싱턴 트랙볼 사용 후기입니니다.

 

 

사자마자 dpi부터 측정해봤습니다.

사실 inch라는 거리 개념이 없기 때문에 좀 말이 안 되긴 하는데,

하여튼 dpi와 유사한 정확도 측정으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림판에 선 긋기를 해봤죠.

dpi가 낮은 경우에는 main.cpl 제어판 감도를 좀 올려놓으면 마우스 포인터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픽셀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포인터가 1 pixel씩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뜻이죠.

아무리 천천히 움직여도 특정 픽셀은 건너뛰게 됩니다.

그러나 dpi가 높으면 더 높은 해상도 인식으로 아주 작은 움직임 차이도 반영할 수 있게 되지요.

 

정확하진 않지만 정확할 순 없지만...

대략 2000dpi의 마우스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더군요.

실생활에서는 충분한 수준이었습니다만

요즘 급이 좀 되는 마우스들이 6400이 넘는 수준에 비하면, 또 상당한 고가인 것에 비하면 불만이겠죠.

 

 

마우스 적응하는데 가장 좋은 건 역시 게임입니다.

롤 같은 RTS게임은 참 어렵고 해서

삼국지, 문명 같은 싱글 보드 게임 위주로 했습니다.

문명 한 판 하는데 소형 맵으로 5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5시간 쯤 돌리고 나면 손가락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검지부터 약지까지 세 손가락을 무리하게 밀고 당기는 동작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마우스 커서를 내리는 동작을 할 때, 손가락을 당기면서 무리가 옵니다.

손가락을 안 쓰고 손을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 쯤 되면 그건 마우스나 다름 없죠;;

 

RTS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건 조작이 어려운 건 둘째 치고  손이 아파서 못 하는 겁니다.

좌클릭은 엄지로, 우클릭은 새끼손가락으로 해야 하는데,

롤 한판 (40분 정도) 신나게 클릭하고 나면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완전히 지쳐버립니다.

우클릭을 새끼손가락으로 정신없이 해야 한다는 건 정말 치명적입니다.

 

사무용으로 쓸 때, 가장 힘든 점은 더블 클릭입니다.

저는 더블 클릭 감도를 최대로 놓는데,

일단 엄지손가락의 빠른 더블 클릭이 어려워서 자꾸 두 번 클릭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더블클릭을 할 동안 마우스 포인터가 움직여서는 안 되는데,

세 손가락으로 볼을 꼭 붙잡은 상태에서 더블클릭하기가 쉽지 않아요. 불안정하죠.

 

휠은 어떨까요?

볼의 z축을 잡고 돌리면 휠이 움직여집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엄자와 중지로 볼을 잡고 돌리면 영 동작이 귀찮습니다.

검지 중간 쯤을 볼 위에 얹어 축을 고정시킨 뒤, 약지로 마우스 휠 쓰듯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한 방법으로서는 최선인데,

그것도 자주 하면 역시 휠을 내리는 동작에서 손가락에 무리가 오더군요.

 

스크롤의 압박으로 광속으로 내림을 할 때는 좋습니다.

마우스는 한 손가락으로 간단히 되지만 트랙볼은 결국 세 손가락을 다 쓸 수 밖에 없는 대신,

무진장 빠릅니다. ㅎㅎㅎ 촬르르ㅡㅡ르ㅡ르.......

한 방에 200줄이 그냥 내려가니 코딩할 때 좋더군요.

 

 

 

트랙볼은 팔과 손목의 움직임을 없애는 대신

손가락 중에서 가장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세 손가락이 포인터를 움직이는 겁니다.

대신 좌우 클릭은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엄지와 새끼손가락이 담당하게 되죠.

마우스를 쓸 때는 그저 지지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손가락들이었습니다.

 

이런 형태가 되었을 때, 무슨 이점이 있을까 다시 고민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손가락으로 볼을 굴리는 것이 팔과 손목으로 위치를 정하는 것보다 정교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정교한 움직임에는 사실 작은 관절보다 큰 관절이 좋습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단조로운 관절 사용이 복합적인 관절 사용보다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탁구에서 파 칠 때도 손목으로 컨트롤하기보다 더 큰 관절인 어깨와 팔꿈치를 이용합니다.

일렉기타 피크질을 할 때도 손가락을 놀리는 것 대신 피크를 꽉 쥐고 손목이나 팔꿈치를 이용하죠.

데생이나 만화 그리기 하면서 정확한 선을 그리려면 인체 관절의 특성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마우스는 바닥에 안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장점에다 크고 강한 근육들을 쓰지만

트랙볼은 세 손가락의 복잡한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달리 지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클릭할 때 포인터를 고정시키기 어렵습니다.

트랙볼이 느리고 정교한 움직임에 강하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2000이 넘어가는 해상도의 모니터를 두 개나 놓고 씁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트랙볼로 한 번에 넘길 정도로 움직임을 맞춰놓고 나면

버튼 하나 클릭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커서를 원하는 지점에 올려놓기도 어렵거니와 올려 놓은 상태에서 클릭은 더욱 어렵고 더블 클릭은 최악이죠.

그렇다고 움직임을 작게 해 놓은 뒤 탈탈탈 볼을 털어가며 수고를 할 바에야 그냥 마우스를 쓰겠죠.

넓은 움직임에는 역시 넓은 공간을 차치하는 마우스를 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켄싱턴 드라이버가 영 이상한 것도 거부감이 들게 합니다.

왜 자꾸 스크롤 시 한 번에 넘겨지는 페이지수가 1로 바뀌는지....

다른 매크로나 키 설정은 마음에 들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더 이상의 적응을 포기하고, 고해상도 마우스를 다시 찾고 있습니다.

센세이 LED 끄면 발열 없다는데 로우나 다시 사볼까 생각중이기도 하고요.

 

혹시나 이 글을 반박할 수 있는 댓글이 나온다면,

그래서 다시 트랙볼을 쓰게 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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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머리 나빠지면 다 귀찮아서 졸업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