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키보드 매니아 가입하기도 전부터 절대고독님으로부터 시작된

IBM Model M 릴레이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키보드 치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오랜기간 Model M 만을 사용하다보니

중간에 몇몇 키보드를 만져는 보았으나 Model M과의 이질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금 Model M으로 돌아오기를 몇차례 한뒤 키보드를 바꾼다는 것 자체를 포기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장터를 들어갈일도 없는데 우연치 않게 클릭 미스로 장터에 들어가게되었는데

Model M이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와 클릭해본것이

Winner님께서 다음 이벤트 참가자를 찾는 글이었습니다


이래저래 Model M이라는 키보드는 제 인생이서 참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ModelM.PNG


사실 저는 이미 Model M을 2대 가지고 있습니다.


맨위에 있는 녀석은 1988년에 저희 집에 처음으로 PC가 들어오면서 같이 들어온 녀석으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학을 갈때 다른 짐은 다 EMS로 보내도 키보드 만큼은

따로 가방에 싸서 다닐정도로 애지중지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좀 긴 출장을 갈때면 항상

들도 다녔습니다. 관리에 좀 신경을 써서 그런지 그럭저럭 잘버티다가

몇해전에 수명을 다해 무지개 다리 건널뻔 하였으나

키보드 매니아분들의 도움으로 장인의 손길이 닿아 기사 회생하여

특유의 힘찬 소리로 저희 가족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두번째 녀석은 첫째가 시름시름 알아갈때 지인의 지인이 사용하다가 버리려는것을 얻어서

저에게 준 녀석인데 96년식 입니다. PCB 패턴에 Damage가 있어 center line쪽 키들이

하나도 인식을 하지 않는 녀석인데 첫째가 아플때를 대비한 부품용으로 보관중입니다.


마지막 세번째가 이번에 Winnter님으로 부터 전달 받은 절대고독님의 Model M 입니다.

이전 이벤트 참여자분들의 후기를 통해 97년식이라는걸 알게 되었는데

제가 97학번이라 왠지 모를 친구 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네요


전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습니다 간간히 들러 이런저런 글을 읽으면서

잡지식이 좀 늙긴했습니다만, 제대로 써본게 Model M 밖에 없거든요.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키보드 받침대가 부러진걸 본순간

안타까움에 제가 받침을 새로 제작해서 고쳐서 다른분께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있어 Model M이라는 키보드가 가지는 의미는 좀 특별합니다

수많은 pc가 저를 지나갔고, 그 pc를 통해서 했던 모든 게임, 코딩, reporting, 설계등등을

모두 겪어온 녀석이기 때문에..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하면

퇴근시간이 아무리 늦더라도 항상 pc를 켜고 커뮤니티에 작은 댓글을 남기거나

게임을 잠시 하거나 하면서 제 Model M을 만져봅니다.


그럼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게 되거든요.

뭐랄가... 하루 일과를 통해 받은 스트레스를 잠자기전에 단절 시킨다고나 할까요? ㅎㅎ

마치 밤에 자기전에 전기 스위치를 끄듯이.. Model M을 타이핑하고 있노라면

그 특유의 촉감과 소음이 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것 같습니다.



절대고독님의 Model M을 사용하여 현재 이 글을 적고 있으면서 느끼는 사용기를 우선

간략하게 몇자 적어보자면..


1. 제 Model M 대비 관리가 좀 안되어서인지 이음(불쾌한 소음)이 납니다.

    이건 관리를 좀 해주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2. 키압이 제것대비 조금 높습니다.

   Model M 신품의 키압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적자면

  위 첫번째 제 Model M 대비 10~30% 정도 무겁네요

  잘 사용하지 않는 펑션키와 키패드 키들은 확실히 무거운 티가 나고

  가운데쪽 자주 사용하는 키들은 차이가 좀 적은 편이긴한데 그래도 키가 바닥을 쳤을때의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네요.

  1번에서 말한 이음과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은 키보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 Model M이 33년이란 긴 세월동안 제손에 맞게 차등화 되었고

  사용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키들이 신품에 준하는 키압을 보여주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3. 키보드 각인을 보지 않지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한글 각인이 들어가 있는게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네요 ^^

    전 없는게 더 이쁜것 같습니다.


간략 사용기이긴해도 너무 허접해서 죄송합니다. 써본게 이것뿐이라 다른것과 비교하거나

좀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적는게 저로서는 불가능하네요.


저에게 얼마나 오랜시간을 머물러 있다 다음 인연을 찾아 떠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절대고독님 Model M은 회사에서 사용할 예정입니다.


제 몸은 하나인지라 2대를 동시에 사용할 순 없고,

인연이 닿아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수리와 관리만 하고 바로 보내는것도 아쉽네요.


수리와 관리가 끝나면 다시 한번 사용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언제든 댓글이나 쪽지주시면

향후 사고 팔고 게시판에 다음 이벤트 주자 모집할때 미리 알람 드리겠습니다.


허접한 수령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