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업했던 1800에 8200컨트롤러를 이식 후, 무한동시입력을 지원하게 되는 점은
대단히 만족스러웠으나, 메크로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까가 고민이었습니다. 자주 안쓰는
F1, 오른쪽 윈도우키, 메뉴키 등이 있으나 8200은 120키로서 메크로 가능한 비어있는 키들이
기본 104키 이외에 16개나 더 있기에 이것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8200의 기판을 따라 메트릭스를 땄을 때는 비어있던 곳 중에 몇 곳이 알고보니 연결 후
메크로가 가능하더군요.

밤이나 낮이나 이 16여개의 키들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밤으로는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낮으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진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필코 22키 텐키패드를 활용했는데, 보강판(텐키 주제에 보강판도 있더군요)을 약간 잘라서,
23키로 만들고 제가 갖고 있던 8200에서 나온 아크릴 키캡을 씌웠습니다.
제 8200은 베이지모델이어서 프라모델용 스프레이로 키캡을 블랙화했습니다.
어차피 키캡 중 손에 닿는 부분은 아크릴 캡뿐이니 여러번 덧칠하지 않았습니다.
상단 4개의 키캡은 키캡 높이도 있고 해서 그냥 방치/무각화 하였습니다.

필코텐키의 LED는 1800본체에 연결하는 순간 계속 켜지도록 했습니다. 붉은 색을 좋아해서
빨강 LED로 바꿀까 했으나 본체의 붉은 LED와 푸른 LED의 조화도 상당히 멋지내요.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쁩니다.

제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새로 만든 확장 패드와 본체와의 연결 방법이었는데요,
원하는 16여개의 키를 모두 가져가려면 라인이 12개 이상, LED까지 생각하니 14개 이상이더군요.
커넥터 핀의 갯수나 케이블의 가닥수에 대해서 이리저리 알아봤으나 눈이 번쩍 띄일만한
것은 없더라구요. 알아본 것들 중에서 원하는 조건의 커넥터/케이블은 죄다 무식하게 크고
굵더군요. 고민 끝에 플랫형 8P랜케이블 2줄을 이용하고 커낵터 부분은 살짝 가공하여 최대한
밀착시켜서 컴팩트하게 만들어봤습니다. 조악한 솜씨를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완성시키고 나서 생각해 보니, 모드4지원 키패드에 1800_8.2k 물려놓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차라리 모드4지원 키패드를 장터에서 구하는게 더 저렴하고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다른 분들은 '이런 헛짓도 하는구나'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전 작업 후에도 그랬듯이 정성을 들인 물건이니 아무래도 남다르게 느껴보렵니다.

끝으로 내일도 일하시는 근로자분들, 화이팅입니다!!!!